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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한국 장모님을 위해 준비한 것들

by 일본의 케이 2017. 11. 23.


[ 오머니, 식사 하셨어요? ]

[ 아이고, 깨서방이네..]

[ 오머니, 뭐 드시고 싶으세요? ]

[ 나는 괜찮응께, 깨서방 먹고 싶은 거 먹어요]

[ 칼국수, 만두 먹어요~]

[ 오메,,더 맛있는 것이 천진디..꼭 칼국수를 

먹은다그네..내가 맛있는데 알고 있응께 

같이 갑시다~]

[ 오머니, 어디 가고 싶으세요? ]

[ 어디 가고 싶냐고? 아무데나 가세~]

[ 바다 보러 갈까요? ]

[ 좋제~가세,바다도 보고,,깨서방이 좋아하는

낙지도 먹고 오세~]

[ 네~감사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는 나는 깨달음의 한국어가

 발음, 억양 모두 이상해서 불안불안한데

우리 엄마는 잘 알아들고 대답을 하셨다.

[ 엄마, 깨서방이 무슨말 하는지 알겠어? ]

[ 응, 인자 뭔 말한지 대충 알아 먹것드라~]

[ 한국어 공부를 하라고 그래도 말을 안 듣고

이렇게 전화 할 때만 적어서 읽고 있으니까

이상하게 들릴거야~ ]

[ 괜찮해, 한국에서 살믄 몰라서, 거기서 따로 

공부하기가 힘들것제,다 알아 먹응께 괜찮해야 ]

[ 근데, 뭐 하고 계셨어? ]

[ 응, 도라지 넣고 배즙 내나서 그놈 정리하고 있다.

니기들 오기 전에 내가 택배로 보내끄나? ]

[ 아니,,엄마 우리가 가서 보낼게,

무거우니까 그냥 놔 두셔~그건 그렇고 

엄마 이번에 어디 가고 싶은데 있으셔? ]

[ 없어, 추운디 어딜 가~, 글고 단풍 구경도

삼춘들이랑 갔다 왔응께 나는 신경 쓰지 마라~]

[ 그래도 어디 가야지..]

[ 아니여,,말바우 장날인께, 그 때 가서 

니기들 필요한 것이나 사고 그러믄 돼~

아, 깨서방 오리고기 좋아한께

오리탕 먹으로 가끄나? ]

[ 그래, 엄마, 또 다른 거 먹고 싶거나 

맛집 있으면 엄마가 생각해 두세요]

[ 응, 알았다~]


전화를 끊고 어디를 모시고 갈 건지 여수, 목포,

 순천, 전주, 여기저기 생각을 해봤는데

 왠만한 전라쪽은 갔다와서인지 어디를 가야

깨달음과 엄마가 서로 좋아하실지 몰라

검색을 하고 있는데 짐가방을 챙긴다며

깨달음은 자기방으로 들어가려했다.

[ 당신에게 매번 하는 말인데 한국에 가서

온돌방이 뜨근하고 좋다고

너무 바닥에 누워서 빈둥거리지 마,

누워 있는 건 좋은데 엄마가 들어오시면

 바로 일어 나,,그게 예의야~]

[ 어머님이 쉬라고 했으니까 쉬어야지..

그게 효도인 거야~]

[ .................................. ]



[ 당신은 사위야,,그니까 어느정도 예의는 

갖춰야 돼, 나도 시댁에서 안 눕잖아..]

[ 그건 온돌이 아니니까 그러지, 미에(시댁)가

온돌이면 당신도 바로 등을 대고 

누워서 딩굴딩굴 했을 거야 ]

[ 아니, 누워있는 건 좋은데 엄마랑 

같이 있을 때는 다리를 쭉 뻗는다거나

벌거덩 누우면 보기에도 안 좋으니까

너무 편하게 누워있고 그러지 마..]

시큰둥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길래 나도 따라 들어갔다. 

[ 근데 짐가방을 왜 빨리 챙겨? ]

[ 내일부터 또 송년회가 잡혀서 미리 해둘려고 ]

[ 출발날이 언제인지는 알지? ]

[ 응,전날까지 늦여지지니까 오늘 하는 거야]



먼저 한국 돈을 꺼내 여행지갑에 넣으면서

제일 싼 파란색 돈이 많다며 한국 가면

자기에게 노란색 돈(오만원권)을 좀 주란다.

[ 돈 필요없다고해서 내가 안 준건데.. ]

[ 이번에는 돈이 좀 필요해..]

[ 뭐 살 거야? ]

[ 지난번, 처제가 보내준 오미자즙 있잖아,,

그걸 매일 아침 한잔씩 마셨더니 기침이 

쏙 들어갔어. 역시 효과가 있나 봐, 

어머님이 해주신 배즙이랑 같이 마셔서인지 

내가 요즘 기침을 안하더라구...

내 체질에 맞나봐..오미자즙이..]

[ 그래서 그거 사려고? ]

[ 응, 그것도 사고 어머니께도 배즙값 드려야지]

[ 내가 드릴려고 생각했어 ]

[ 아니야, 나한테 줘. 내가 드려야지

어머니가 기분이 좋지..봉투는 내가 사 뒀어]

[ ............................ ]



[ 아,어떡하지,어머니한테 할 얘기 있었는데

못했다..어떡해..]

[ 뭔 얘기인데? ]

[ 꼬막 먹고 싶다는 말,..,]

[ 말 안해도 다 준비해 놓으셨을거야,

혹 안 해 놓으셨으면 슈퍼에서 바로 살 수 있어 ]

[ 그리고 아주 중요한 말을 안했어..]

 [ 뭐?]

[ 새벽에 어머니가 온돌 보일러 불을 끄시잖아,,

이번에는 끄지말고 24시간 켜 놓으시라는

 말을 꼭 하려고 했는데 깜빡 했어..]

[ ................................ ]

엄마는 우리가 잠자리에 들면 

보일러를 끄셨다가 새벽 6시쯤 다시 켠다.

혼자 사시다 보니 기름값을 아낀다는 명목에서

하셨던 건데 깨달음이 새벽 5시쯤 일어나 

거실에서 도면을 치다보면 점점 차가운 기운이

바닥에서 올라온다고 했었다.

[ 첫날만 엄마가 습관처럼 껐지만 다음날은 

계속해서 켜 주셨잖아..]

[ 그니까 이번에는 첫날부터 뜨근뜨근하게

온돌방에서 지내고 싶단 말이야~

옆으로 누워도, 앞으로 누워도, 뒤로 누워도

얼마나 따뜻하고 좋아~몸을 아주 납작하게해서

 밀착하고 싶어져~납작만두처럼,,ㅎㅎㅎ

그게 온돌방의 매력인데 어머니가 절약한다고,,

사위 왔는데 불을 끄면 안되지..]

[ 알았어..도착하면 바로 말할게~]

언제나 뜨끈뜨근한 온돌방이 좋아서

맨날 대자로 다리 뻗고 있는 걸 좋아하는

깨달음에게는 중요한 사항이였다.


이번에는 풀가동 시키시라고 할테니까

당신도 예의를 지키도록 해, 알았지? ]

[ 알았는데 이번에도 난 온돌방을 즐길거야~

추운밖에서 있다가 집에 들어오면

공기도 따뜻하고 방바닥도 따끈해서

금방 몸이 녹잖아,정말 온돌방을 만든 

선조님들에게 감사해야 돼 ]

[ 근데, 왠 커피를 그렇게 많이 가져가?

저 봉투는 뭐야? 사탕? ]

[ 응, 박하사탕이랑 챙겼어.

커피는 어머니 교회 친구분들에게 하나씩

나눠 드리라고, 그래야 일본사위

괜찮다고 칭찬하실 거 아니야,,친구분께서 

일본 총각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했다며..

그니까 그분들한테도 잘 보여야지..

박하사탕은 노인들에게 인기 상품이야,

나이들면 입안이 텁텁해지는데 이 박하사탕을

드시면 상큼하고 깔끔해져~ ]

[ ........................... ]


[ 술은 또 뭐야? ]

[ 어머님이랑 통닭 시켜 먹으면서 한잔씩

하면 좋을 것 같아서..]

[ 그래서 말린 연어도 가져가는 거야? ]

[ 응,,오징어는 많이 드셔봤지만 이 연어뱃살은

처음일 것 같어서 한번 드셔보라고,,]

[ 녹차가루는 언제 샀어? ]

[ 어머니가 녹차를 꾸준히 마시면 좋은데

가끔 이렇게 가루로 된 말차를 

우유에 타드시면 마시기 편할 것 같아서 샀어.

 혹 입맛에 안 맞을지 모르니까 일단 작은 걸로

하나만 사봤어 ]

[ 꼼꼼하게 잘 챙겼네. 고마워...

근데 내가 하려고 했는데...]

[ 아니야,,이런 건 사위인 내가 해야 기분이

더 좋으지시는 거야, 당신한테 배웠어~ ]

[ ....................... ]

시부모님이 요양원에 들어가시고부터

찾아봽는 횟수가 늘어가면서

깨달음은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배려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세세한 것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닌 가려운 곳을 

긁어 드릴 수 있게 관찰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려고 우리 서로 노력중이다.

그래서인지 이제 깨달음은 팔십이 넘은 장모님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많이 파악하게 된 것 같다. 

나한테 말은 안했지만 자기 나름대로 이번에

한국 가면 뭘 해드리고, 뭘 드시게 할 것이며, 

어디를 모시고 가는 게 좋은지 

머릿속에 모두 정리를 해놓은 듯했다.

저렇게 하나하나 준비하고 마음을 쓰고 있음에

많이 고맙고 장모님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한 깨달음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발 뻗고 누워 있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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