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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조금은 남다른 남편의 배려에 감사하다

by 일본의 케이 2017.12.02


아침 일찍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친 깨달음이

내가 샤워하는 동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혼자 앨범을 보고 있었다.

[ 어디서 뺐어? ]

[ 저기 책장에 있던데..이게 당신이지?,,]

[ 응 ]

[ 역시,,사진 속에서 다 나타나네.. ]

[ 뭐가? ]

[ 이거 당신 고등학교 때 사진인 것 같은데

눈빛이 너무 강렬해..어릴때부터

눈에서 광선이 나왔어? 진짜 날라리 같애]

[  ............................. ]


아침을 먹고 구례로 향한 우리는 지리산 

노고단에서 첫눈을 보화엄사로 자리를 옮겼다. 

초겨울 햇살이 아주 따뜻했고 절이 가까워질수록

고스넉하고 고요한 산바람이 상쾌했다.

평일이여서인지 인적도 드물고, 낙엽이 바람결에

뒹구는 소리도 가끔 들려왔다.

마침 김장을 하시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깨달음이 한걸음에 달려가 사진을 찍었다.

[ 테레비에서 보던 장면을 이렇게 직접 보니까

왠지 감동적이야..정말 겨울이 되면 

김장을 하는 구나.. 참 신기해..] 

분주히 움직이시던 아주머니가 사진 찍는

깨달음을 쳐다보자 가볍게 목례를 했다. 




[ 날씨가 징허게 좋네~, 비 온다고 그래서

걱정했는디..깨서방이 한국에 오믄

항상 날이 좋았던 것 같애~ ]

[ 응,,깨서방은 하레오토코( 晴れ男)라고, 

일본에서는 비를 부르는 여자, 남자라는 의미로 

아메온나(雨女) 아메오토코(雨男)라는 말이 

있는데 그 반대로 비를 그치게한다거나

 날씨를 맑게 한다 뜻에 하레오토코, 

하레온나(晴れ女,晴れ男)라고 표현을 해..

근데 깨서방이 하레오토코래. 

그래서 오늘도 비가 안 왔나 봐 ]

내가 설명을 하고 있는데 자기 얘기인줄 금방 

알아채고는 어릴적엔 천둥치던 날도 자기가 가면

조용해졌다고 좀 오버해가며 자신을 어필했다. 

[ 근다냐,,역시 깨서방이 운이 좋은 사람인갑서 ]

숨이 차오른 엄마 뒤로 간 깨달음이

살짝 손을 올려 등을 밀어 드린다.

[ 오메,혼자 갈 수 있는디 깨서방이 밀어주네

고맙네,,고마워~~]



대웅전까지 올라간 깨달음은 혼자서 여기저기

사진을 꼼꼼히 찍으러 돌아 다녔고 마지막으로

좀 오랜시간 기도를 드렸다.

[ 뭐 빌었어? ]

[ 가족의 건강과 사업번창 같은 거...]

[ 일본어로 했어? 한국어로 해야지? ]

[ 신은 세계의 모든 언어를 아시니까 괜찮아 ]


둘이서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면서 내려가는데

깨달음이 혼자 엄마한테 얼른 뛰어 갔다.

[ 아따,,괜찮당게..혼자 갈 수 있당께~]

[ 안돼요~, 안돼요~]

혼자서 계단을 내려가시려는 엄마가 몇 번 손을 

뿌리쳐도 깨달음은 기언코 엄마 손을 잡고 

[ 촌촌히(천천히) 촌촌히~]라고

한계단 한계단을 밟게 했다.

새로 증축한 곳의 단사가 달라서

노인들이 헛디딜수 있으니 조심해야한다면서

아이한테 하듯이 조심스럽게 대딛게 했다.

손을 꼭 잡고,,,

[ 깨서방이 징하게 친절하게 잘해준께

미안해 죽것네...혼자 갈 수 있는디...]


산속의 맑은 공기도 마시고, 절에서 기도도 하고

첫눈도 보고, 너무 기분이 좋은 깨달음은

점심으로 먹은 떡갈비와 돼지갈비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고기를 번갈아 상추에 싸서

볼이 터질 것처럼 입에 가득 넣었다.

[ 깨서방 많이 먹으소~갈비도 뜯고~

노인 돌보고 신경쓰니라고 고생이 많았응께 ]

[ 네~~]

매운 고추와 마늘, 파절임, 된장도 약간 찍어

 깻잎과 상추에 올려 먹기도 하고, 

상추에 묵은 김치를 한조각 넣어 입에 넣기 

무섭게 자기 접시에 고기를 또 올렸다.

입맛이 없어 거의 먹지 않았던 내 몫까지 

돼지갈비와 떡갈비를 2인분씩

 혼자서 다 먹었다. 


집에 돌아와 다음날 돌아갈 짐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동생 가족들이 왔고 반가운 마음에 

거실로 달려간 깨달음이 중1이 된 조카와 

격하게 포옹을 했다.

[ 역시, 변성기가 와서 목소리가 변했네..]

[ 네...]

[ 얼굴이 진짜 중학생이네......]

[ 네..] 

어색한듯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조카를 보고

내 귀에 대고 이제 자기하고 안 놀아 줄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조금 서운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다음날 일본으로 돌아오기 전에 

내가 조카에서 용돈을 주려고 하자

깨달음이 내 손을 잡고 방으로 데리고 갔다.

[ 왜? ]

[ 사람에게 돈을 줄 때는 봉투에 꼭 넣어서 

주라고 했잖아 ].

[ 아, 깜빡했어.....조카여서..]

[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돈을 줄때는

받는 사람에게 돈이 안 보이게 줘야지

받는 사람 마음이 조금 편한 거야,,그리고

 봉투에 넣어주면, 서로의 마음이 더 전해지고 

상대를 존중한다는 예의..]

[ 알아,,이젠 안 잊고 그렇게 할게 ]

어른들에게는 꼭 넣어드렸는데 조카들에게

특별한 날 외에 그냥 줬던게 버릇처럼 

그대로 나와버렸던 것 같았다. 

곱게 봉투에 넣어 거실에 나와 조카에게

주는데 안 받으려고 쭈뼜거리자 깨달음이 

괜찮으니까 받으라고 몇 번이나 권했다. 



그리고 또 헤어짐의 시간이 왔고

엄마와 포옹을 한 깨달음과 나는 다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 고마워, 엄마랑 가족들에게 세세하게

 신경 써 줘서....]

[ 별로 한 것도 없는데..뭘...]

[ 당신이 계단 내려올 때, 엄마 손 잡아 드렸잖아,,

 영락없니 우리 아빠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이

느껴졌다고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으셨대.

사위가 그것도 외국인 사위가 이렇게

당신을 챙겨주는 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우리 아빠도 당신처럼 많이 자상하셨거든,,

그래서 더 많이 고마우셨나봐,,]

[ 돌아가신 아버님을 내가 생각나게 만들었네..]

[ 응,,여러모로 진심어린 당신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서 좋아하셨던 것 같애 ]

[ 그럼 다행이네..우리가 이렇게 광주 오는 것도

혼자 계신 어머님께 효도하기 위한 거잖아,,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잠시나마 어머님이 안 외로우셨다면

다행이야. 그게 우리 바람이였으니까..]

[ 아무튼,,고마워~많이..]

비행기가 이륙하자 피곤했는지 

깨달음이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깨서방이 징허게 착해~어째 그렇게 

착한지 모르것어..참 많이 고마웠다.

요 멀리까지 와주고,,너도 시댁에 잘해라.

서운함 없이 자주 찾아뵙고 그래야쓴다.

알것지? 어서 피곤한게 들어가 자그라~

오메,,깨서방이 좋아하는 도라지 나물 싸줄라고

했는디 깜빡 잊어부렀다. 도라지 나물 잘 먹은디..

그래서 깨끗이 까 놨는디..줄라고,,

오메,,,어찌끄나,,줬어야 했는디..]

도쿄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엄마는 도라지 못 준 게 마음에 걸린다고

 안타까워하셨다.

깨달음이 보여준 자잘한 배려와 친절들이

얼마나 주위 사람들을 편하고 따뜻하게

만드는지 오늘도 난 깨달음에게 많은 걸 배웠다. 

억지로 하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닌데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방법 역시도

앞으로 배워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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