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일커플들 이야기

국제커플의 새해 약속

by 일본의 케이 2016. 1. 4.
728x90
728x170

2016년, 1월 1일, 새해를 맞이했다.

전날 장만해 둔 요리들을 먼저 꺼내 깨달음이

테이블 세팅을 시작했다.

일본의 설요리는 [おせち-오세치]라고 부른다.

오세치요리는 설 연휴동안 주부들이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보존음식의 일종이며 각 지역이나

가정에 따라 맛과 종류, 가짓수가 다르다.


 

대표적인 반찬으로는

청어알, 검정콩, 생선부침, 다시마말이 등이 있고

이 요리들은 (重箱-주우바코)라는 찬합같은

옻칠을 해서 입힌 통에 넣어두고 연휴내내 먹는다.

그리고 설연휴동안은( 祝い箸= 이와이바시)를 사용하는데 

축하행사 때  많이 쓰이는 둥글고 긴 흰 젓가락이다. 

검은콩과 새우는 장수와 건강,

멸치는 풍작, 연근은 지혜,

밤은 재물, 다시마는 기쁨, 청어알은 자손번영의

의미를 갖고 있고 분홍과 흰어묵은 축하의 홍백을

의미하고 있다.

깨달음이 심여를 기울리며 테이블 세팅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나대로 상차림을 준비했다.

3종 나물, 고기전, 2종김치, 토란탕, 감자샐러드, 동치미,

그리고 떡국을 준비하고

깨달음이 와인을 꺼내와서 새해 첫날부터

축하 와인을 한 잔씩 했다.

 

건배를 하던 깨달음이

오세치와 떡국,,,완전히 한일교류 식탁이라고 한마디 했다.

원래는 오세치에 오조니라는 일본식 떡국을 먹어야 하는데

내가 떡국을 고집해서 한국식도 아닌 일본식도 아닌

한일 합작 테이블이 되었다.

떡국에 김을 많이 넣어달라는 깨달음의 요청에 의해

2장을 구어 줬더니 떡보다는 김이 더 많아 보이지만

깨달음이 동치미와 떡국이 환상궁합이라며

아주 맛있게 먹어주었다.

 

한일 합작 테이블,,,

새해 아침, 우린 아침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찬바람이 부는 배란다로 나갔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각자 새해 소원을 빌었고

한일관계가 원만해졌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 했었다.

그리고 거실로 들어와 메모장을 꺼내두고 서로에게 약속을 했다.

국제커플, 특히 한일커플로써 앞으로

우리가 이겨나가야할 부분들, 서로 주위해야할 부분들,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얘기는

되도록이면 하지 말자고

한일커플이기에 가지고 있는 민감한 부분들이 분명 있으니까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그에 대한

얘긴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만약에 그것을 어기고 서로의 나라, 문화, 민족성에 관한

부정적인 얘기를 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줬을 때는

그에 상응한 벌칙이나 방침들을 세우자는 얘길 했다.

깨달음은 혹시 내가 약속을 어겼을 경우,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반성문을 쓰게 하겠다고 했다.

나는 혹, 깨달음이 약속을 어겼을 경우,

모든 것 청산하고 한국으로 귀국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앞으로 서로 조심하고, 좀 더 상대의 입장을

 염려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약속파일에 넣기 위해 새롭게 글을 옮기던 중,

 깨달음이 한국에 귀국하면 자기 혼자 남으니까

자기도 한국에 가는 걸로 해주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 ...........................]

 

오늘 얘기는 귀국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닌

한일커플로서 조심해야할 부분,

서로가 지켜줘야할 부분을 재조명해 보는 거라고,

요 몇년전부터 한일관계가 아주 불편하기 때문에

괜히 작은 일에도 본의 아니게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괜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니까

서로 조심하자는 뜻에서 얘기하는 거라고

재차 설명을 해줬더니 취지와 뜻은 알고 있는데

내가 귀국을 한다는 것은 별거생활이 되어 버리니까

자기도 따라서 한국에 간단다.

[ ...........................]

그러니까 약속을 지키고, 실수를 하지 않으면

내가 귀국할 일이 없을거라고 다시 설명을 해주었는데

아무튼, 자기 잘못으로 인해 내가 귀국을 택했을 때는

자기도 무조건 한국으로 따라갈 꺼니까 그렇게 알아란다.

[ ...........................]

더 이상 얘길해도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간략하게 한일커플들이 지켜야할 항목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한 것인지 상기하자고 끝을 맺였다.

솔직히 난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곳 일본생활이 불편해진다.

우익들이 판치는 것도 싫고 깨달음이 한국 정치나

현정권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도 싫고

그냥 여러모로 심기가 편치 않았다.

어쩌면, 난 깨달음이 아닌 지금의 한일관계에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우린 한일커플로서 앞으로도 품고 살아야할 것들이

많아 다른 커플보다 더 많은 노력과

 더 많은 이해가 서로에게 필요할 것이다.

 깨달음이 한마디 덧붙였다.

국제커플들은 무엇보다 상대의 나라에 대해 

좋은 것들만 보려고 노력하고

어떤 문화이든 받아들이려는 마음자세를 가져야한다고

그래야만이 원만한 결혼생활이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2016년도엔 모든 국제커플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편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