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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날 반성하게 만드는 남편

by 일본의 케이 2020. 6. 5.

[ 우리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먹자 ]

[ 응, 뭐든지 먹자, 마음껏 ]

긴급사태가 해제 되었다. 하지만 변함없이

주의를 기울려야 하는 상황인데 오늘은 

미뤄왔던 감사의 날을 기념하기로 했다.

매월 25일 월급날이면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특히 깨달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뜻으로

근사한 외식을 하는 날을 가졌었는데

두달간 하지 못했다.

스테이크를 먹을거라더니 오랜만에

와인을 마시고 싶다며 예약을 해뒀다고 했다.


[ 깨달음, 수고했어요, 코로나중에도 ]

[ 아니야, 당신이 삼시세끼 밥하느라 고생했지 ]

우린 건배를 하며 그동안 잘 참아왔음에 대해

서로에게 잘했다는 칭찬과 격려를 보내며 

와인과 음식들을 음미했다.

긴급사태가 해제되긴 했지만 

여전히 예전와 같은 생활은 여러워졌고

되돌아가기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얘기도 나눴다. 나는 아직까지 

재택근무이지만 깨달음 회사의 경우는

반은 재택근무, 반은 출근을 해야하고 

두달간 밀렸던 업무들을 보려고 하니

 의외로 바쁘다고 했다. 

업무상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적다보니

미팅도 늘었고 찾아가봐야할 현장, 거래처가

많아져서 자기 일이 두배로 많아졌다고 했다.

다음주말에는 삿포로를 다녀올 예정이란다. 

[ 꼭 가야 돼? ]

[ 응, 직원을 보내는 것보다 내가 가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 


[ 아, 재난지원금 입금되서 찾아왔어, 근데

당신은 어디에 쓸 거야? ]

[ 몰라, 아직 생각 안 해봤어 ]

깨달음에게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 돈을

어디에 사용할지 이미 정해두었기 때문에. 

그런데 뜬금없이 나한테 그 지원금을

 다 주겠다고 했다.

[ 20만엔을? (약 2백30만원) 왜? ]

 [ 그냥 당신 다 써 ]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의아해서 다시 물었지만

그냥이라고만 할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와인을 한 병 다 비워갈 즈음에 깨달음이

다음달부터 잡혀있는 스케쥴을 얘기했다.


홋카이도를 다녀온 후로는 오사카도 가야하고

시부모님 요양원에 면회가 가능해지면 가봐야해서

남은 6개월이 바빠질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로 2개월을 쉬어버린 탓인지

시간태엽이 빨리 감겨버린 듯하다며

갑자기 내게 도쿄 올림픽 보란티어는

 어떻게 됐냐고 묻는다.

[ 조직위원회에서 일단 변함없이 진행한다고는 

하는데 혹시 내년에 참가를 못할 사람들은

위원회에 연락을 주라고 하더라구 ]

[ 당신은 그대로 할 거지? ]

[응, 나는 패럴 올림픽까지 뽑혔으니까 

해야될 것 같애, 근데,,깨달음,,왜 나한테

 재난지원금을 모두 준다는 거야?

 뭐 부탁할 것 있어?]

[ 아니..] 


레스토랑을 나와 초여름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집까지 천천히 걷는데 깨달음이 입을 열었다. 

6월말, 내가 한국에 가면 자기도 시간을 내서

여름휴가로 일주일정도 갈 생각이였는데

회사 스케쥴을 짜다보니 도무지 한국에 갈

 시간을 뺄 수가 없을 것 같았단다.

그래서 그냥 자기 몫까지 재밌게 놀다 

오라는 뜻으로 주는 거라고 했다.

[ 나 놀러 가는 거 아니잖아 ]

[ 알아, 근데 일본이 입국거부를 안 풀면 당신은

계속 한국에 있어야 하잖아,

 그러다보면 체류기간이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른 경비가 들 것이며 무엇보다

처형과 처제에게 민폐끼치지 않으려면

넉넉히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현금은 그 정도로 가져가고 나머진 

자기 카드를 주겠다는 깨달음.


[ 당신, 멋있다. 난 생각지도 못했는데 ]

 더 솔직히 말하면 내게 고마워서 주는 거라고 했다.

[ 뭐가 고마워? ]

약 2달가량 코로나 때문에 스테이홈을 하면서

하루 세끼를 군말없이 늘 다른 메뉴로

차려주고, 자기가 먹고 싶다는 음식도 

척척 맛있게 해준 게 상당히 고마웠단다.

[ 아니야, 나 짜증도 냈잖아,,그래서 배달음식도

먹고 그랬는데..,,]

[ 아니야, 당신은 충분히 잘 했어 ]

[ ..........................]


긴급사태가 실시되고 2주정도는 정신적으로 

꽤나 피곤했었던 게 사실이다.

돌아서면 밥상을 차려야하고, 늘 다른 메뉴를

원하는 깨달음이 얄미웠던 때도 많았다.

그런데 3주째가 되면 내가 대장금이다 생각하고

주문하는 모든 음식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해서 밥상을 차렸다.

어차피 먹어야한다면 맛있게, 먹고 싶은 것으로

먹자고 열심히 새메뉴들을 만들어 냈었다.

그런 내 모습이 고마웠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냥 받으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니까 수고한 보너스라고 생각하란다.  

이럴 때보면 깨달음은 꼭 사람마음을

 꽤 뚫어 보는 것 같아 멀쓱해진다.

얄밉고 귀찮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반성케 

만드는 깨달음..

 내가 더 고맙고 많이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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