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째, 지낼만 하냐? ]
[ 응,,엄마,,]
[ 밥은 언니랑 같이 먹냐? ]
[ 응,,]
[ 집은 괜찮고? 언니집하고 가깝다고? ]
[ 응,,]
[ 이참에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거 많이 먹고
푹 쉬어라, 살도 좀 찌고,,]
[ 응,,엄마도 한번 놀러 와~]
[ 내가 뭐할라고 가것냐,,마음 편하게 푹 쉬면서
언니랑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다녀라~]
[ 응,,]
[ 근디,,깨서방은 혼자 괜찮으까 모르것어..
이렇게 오래토록 떨어져 있어도 혼자
괜찮을랑가 모르것다..혼자서도 밥은
잘 챙겨 먹것지? 깨서방,,]
[ 그 사람 나 없어도 잘 해 먹어..]
[ 그래,.여기 있는동안은 다 잊어불고
니 몸이나 생각하고 지내라~]
[ 알았어.. 엄마,,]
전화를 귀에 댄채로 츄리닝을 걸치고
숙소를 빠져 나와 지는 해를 붙잡으려는
욕심으로 바다내음이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엄마는 사는 게 별 게 아니라고 당신이
80넘게 살아보니 인생 별 게 없더라며
욕심부리고 바둥거리고 힘들어하지말고
몸이 건강해야 행복한 거라고
늘상하시던 말씀을 마치 처음 하시는 것처럼
하셨고 듣는 나도 엄마 말에 맞춰
처음 듣는 양 맞짱구를 쳐드렸다.
[ 근디,, 언제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
[ 6월 말이나 7월 초,,,,,]
[ 그래..알았다. 잘 먹고~뭔 일 있으믄
언니하고 상의하고 그래라잉~]
[ 그래..엄마,,]
전화를 끊었을 때는 이미 해는 거의 넘어가 있었다.
왜 한국에 와야만 했었냐고,
무슨 힘든 일이 있었냐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거였냐고,
묻고 싶으셨겠지만 엄마는 일부러
뭉뚱그려 인생이 별 게 아닌 거라
표현하신 듯했다.
저녁시간이여서인지 커플들과 가족들이
많았고 난 그들을 보며 왠지모를 안도감 같은 걸
느끼며 역시 가족은 함께 모여 있어야
아름답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깨달음은 눈을 뜨면 아침인사와 함께
자신의 일과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묻지 않아도 무슨 보고를 하는 듯,
사진과 함께 도쿄의 날씨도 상세히 보내주었다.
그리고 내게는 뭘 먹을 예정인지,
어디를 갈 것인지 꼬치꼬치 물었다.
돌솥밥이 나오는 해장국을 먹었다고 하면
장소는 어디인지, 맛은 어땠는지 물었고
쇼핑센터를 갔다고 하면, 뭘 샀는지
왜 그게 필요했는지도 물었다.
그리고 지금껏 먹은 음식사진을 보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저녁에 퇴근을 할 때면 내가 일본에 있을때와
똑같이 퇴근한다는 카톡을 보내온다.
그렇게 각자 다른 곳에서 하루를 보낸 우린
잠자리에 들기전에 통화를 한다. 회의가 많아서
피곤했고 스탭이 잘못해서 사과하러 거래처에 갔다
왔다는 그런 일상의 얘기를 전화로 나눈다.
그런데 어제는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 왜 힘이 없네...]
[ 응,,피곤해서..]
[ 무슨 일 있어? ]
[ 아니,,,]
[ 회사일이야? ]
[ 그냥,,갑자기 허전해서...]
[ 아직 일주일밖에 안 지났어...]
[ 알아,,어제부터 새벽에 몇 번 잠을 깨고 있어..]
[ 그니까 당신 방에서 자면 편할 거야,]
[ 싫어,,,당신은 없지만 당신 냄새가 나니까
난 이 방에서 계속 잘 거야, 당신 올 때까지..]
[ ............................. ]
다음날 아침, 깨달음에게서 온 카톡에는
어젯밤 내 목소리를 듣고 편지가 쓰고 싶었졌다며
쓴 편지를 펼쳐 사진을 보내왔다.
내가 이곳까지 오는데는 참 많은 이유가 있었다.
건강을 회복하고 지친 영혼을 쉬게 하기 위한 목적이
주가 되지만 앞으로 일본에서의 삶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깨달음과 떨어져 각자의 나라에서
살 것인지 결정이라는 걸 해야했다.
나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서는 바로 한국으로의
귀국이 정답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깨달음은 아직
회사와 주변을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신 것도 걸려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였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이곳에서 정착?을 하는 게
나을 지, 그렇다면 나는,,그리고 우리는
노후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했다. 예전부터 어느정도 계획은
있었지만 내 몸이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어
이렇게 휴양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이기에
우리가 미리 세웠던 노후 계획안의 수정과
변경을 요한 사항들이 필요로 했다.
나를 제주도까지 가게 만들었던 상황을
미안해 했고 정말 휴양을 가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음도 함께 사과했다.
또한 좀 더 나와의 시간을 깊고 신중하게 갖지
못했음을 반성하며 마지막엔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고 적혀 있었다.
진심을 꾹꾹 담은 한 줄 한 줄에 코끝이 찡해왔다.
결혼생활 8년을 맞이하는 우리 부부는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처럼 매번 싸웠다가
화해하기를 반복했다.
국제커플이라는 문제보다는 내가 누군가와
한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걸 힘들어 하는
특이체질?임을 결혼을 하고 알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도 깨달음을 힘들게 했던 부분이 많았다.
내 몸에 이상이 자꾸만 오는 것은 노화에 의한
것이라 알고 있으면서도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환경에 놓아 두었던 게
많이 미안했던 모양이였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깨달음은 내가 제주도에
올 수 밖에 없었던 그 상황을 만들었던 게
자기 책임이라 느끼며 통감했고 미안해했다.
내가 집을 따나 온 그날 밤부터 깨달음은 내 방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 외로움 같은 걸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가 자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뭔지모를 허전함이 맴돌아 저녁을 먹고 나면
바로 내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티브이를 본다고 한다.
잘못으로 따지면 여러면에서 내 잘못이 몇 배로
많은데 깨달음이 모든 죄를 자신이 짊어지고
가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쓸 때 어떤 심경이였는지
알기에 난 오늘밤,,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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