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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을 움직이게 만든 한국 소포 속에 이것

by 일본의 케이 2018.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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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월요일까지 연휴였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책을 보다가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듣다가 또 잠이 들었다가

휴일 아침의 여유로움에 행복함까지 느꼈다.

깨달음도 자기 방에서 뭘하는지 

가끔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늘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늦은 아침을 먹고, 우리 다시 각자의 방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동생이 보내온

 엄청난 사이즈의 소포가 도착했다.

[ 깨달음, 당신이 열어 봐 ]

[ 누가 보낸거지? ]

[ 동생 ]

[ 아,,처제가 보냈구나..근데 지금 나가야 돼 ]

[ 그럼, 갔다 와서 열어 봐, 언제 올 거야? ]

[ 지금 회사 가서 체크 좀 하고 

간단하게 거래처 분이랑 식사할 예정이야]

[ 그래., 갔다 와 ]

[ 금방 다녀올 게 ]


그렇게 갔다 잠시 다녀올 것처럼 얘기했던 

깨달음이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왔다.

술이 꽤 취한 듯해서 내가 뭔가 물으려 하자 

얼른 화제를 바꾼다.

[ 자, 소포 열어 볼게, 얼른 찍어~

야호~~과자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과자야~

어떡해..좋아라,,,,역시 처제뿐이야,,

고마워서 어쩌지..나,,이거 먹고 싶었어..

근데 먹어도 돼지? ]

[ 당신 끊었잫아, 내가 먹을 거야 ]

[ 당신 과자 안 먹잖아, 그리고 나 안 끊었어.

 보내준 성의가 있으니까 맛있게 먹어야지 ]


[ 이거 내가 좋아하는 오미자즙이다.

5병이나 들어있어~너무 좋아~당신이 

보내지 말라고 했어도 처제는 보내줬잖아,

처제는 역시 내편이야~

[ ........................... ]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 모습을 보며

동생에게 과자를 뭐하러 보냈냐고 그랬더니

조금 보냈으니 그냥 드시게 하란다.

[ 당신, 그대신 나랑 약속 해야 돼.

다이어트 얘기는 내가 안 할려고 했는데

이렇게 과자가 또 왔으니 맛있게 먹기는 하되,

어떻게 체중조절과 몸관리를 할 것이지

얘기 해 줘 봐 ]

[ 음,지금보다 훨씬 많이 운동하고 뛰면 되잖아 ]

[ 실천 할 거지? ]

[ 응, 그래야 또 보내줄 것 같으니까 약속할게 ] 

[ 만약에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떻게 할까? ]

[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해 ]

[ 그럼, 블로그에 당신 뱃살 사진을 올린 다음

조금씩 빠지는 모습을 찍어 올릴게 ]

[ 그건 너무하지 않아? ]

[ 뭐가? ]

[ 내 프라이버시인데...]

[ 약속만 지키면 안 올릴 거야, 오늘 당장

지난주에 찍어 둔 사진을 올리고 다음부터

조금씩 다이어트 성과를 보여드리는 거야,

당신이 말뿐이 아니였다는 것을 블로그 이웃님께도

보여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어..그게 힘들 것 

같으면 과자 먹는 건 포기하는 게 좋을거야 ]

잠시 심각한 얼굴로 생각하더니 과자도 먹고 

살도 뺄테니까 블로그에 약속하겠다고 한다.

[ 약속했지? 진짜다 ]

[ 응, 과자 먹을 거니까 약속 할게 ]

[ 근데, 나 같으면 과자를 안 먹고 

가벼운 다이어트를 하겠는데,,먹으면

두배, 세배로 힘들어지는데 괜찮겠어 ?]

[ 응,, 맛있는 것은 먹어야 돼, 

그래야 스트레스가 안 쌓여,,]

[ .......................... ]

나와 이렇게 아주 유치한 약속을 한 다

깨달음은 과자를 양손으로 가득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지난주 커피숍에서 깨달음의 릴렉스한 상태의

뱃살 실체를 찍어 각성하게 하려고 보여줬더니 

한국 브랜드여서 좀 사이즈가 작은 것 같다며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놨었다.

 [ 100사이즈 셔츠가 이런 상태면 심각한 거야, 

몇 번 강조 하지만, 나 결혼하기 전 47키로에서

지금도 그 체중 유지하고 있어,알지? ]

[ 알아,,]

[ 당신은 몇 키로 불었어? ]

[ 안 가르쳐 줘. ]

[ 다이어트는 특히 자기 관리, 자신과의 싸움이야,

자신에게 좀 더 냉정할 필요가 있어,

당신, 뚱뚱한 여자 싫다며?  ]

[ 응,,]

[ 근데 당신도 뚱뚱하잖아, 나도 싫어 ]

[ 아니,,뚱뚱하면 귀엽잖아,생각이 바뀌었]

[ .......................... ]

그렇게 말꼬리를 돌려가면서 깨달음은 생크림을

숟가락으로 퍼 먹으며 실실 웃었다. 


자기 방에서 과자정리?를 다 하고 나온 깨달음이

이 사진을 올린다고 했더니 날 실눈으로 째려본다.

[ 한다고 했으면 해!!! 나혼자뿐만 아니라

블로그 이웃님들과의 약속이라 생각해서 해 ]

[ 알았어..그대신 다음에 내 뱃살을 올릴 때는

사전 허락을 맡고 올려 주면 안돼? ]

[ 알았어. 근데 당신에게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든 분들도

 알아야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어제부터 깨달음이 우리 집 뒷 산책길을

2시간씩 운동을 한다.

난 뒤에서 깨달음과 같은 페이스로 달리다가 잠시

쉬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리지만 깨달음은

 뭔가 비장한 각오에 찬얼굴로 뛰고 있다.

과자를 끊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을 하면

좋으련만 과자를 끊지 못하고 먹으면서 빼겠다는

그 식욕과 식탐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깨달음을 이렇게 움직이게 만든 게

한국과자라는 게 더 아이런히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무튼, 사람의 약속, 아니 공약?이라는 게

이렇게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블로그 이웃님들께 선포를 했으니

제발 포기하지 말고 성과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깨달음이 지치지 않도록 난 옆에서

서포트를 좀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화이팅,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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