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월요일까지 연휴였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책을 보다가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듣다가 또 잠이 들었다가
휴일 아침의 여유로움에 행복함까지 느꼈다.
깨달음도 자기 방에서 뭘하는지
가끔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늘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늦은 아침을 먹고, 우리 다시 각자의 방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동생이 보내온
엄청난 사이즈의 소포가 도착했다.
[ 깨달음, 당신이 열어 봐 ]
[ 누가 보낸거지? ]
[ 동생 ]
[ 아,,처제가 보냈구나..근데 지금 나가야 돼 ]
[ 그럼, 갔다 와서 열어 봐, 언제 올 거야? ]
[ 지금 회사 가서 체크 좀 하고
간단하게 거래처 분이랑 식사할 예정이야]
[ 그래., 갔다 와 ]
[ 금방 다녀올 게 ]
그렇게 갔다 잠시 다녀올 것처럼 얘기했던
깨달음이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왔다.
술이 꽤 취한 듯해서 내가 뭔가 물으려 하자
얼른 화제를 바꾼다.
[ 자, 소포 열어 볼게, 얼른 찍어~
야호~~과자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과자야~
어떡해..좋아라,,,,역시 처제뿐이야,,
고마워서 어쩌지..나,,이거 먹고 싶었어..
근데 먹어도 돼지? ]
[ 당신 끊었잫아, 내가 먹을 거야 ]
[ 당신 과자 안 먹잖아, 그리고 나 안 끊었어.
보내준 성의가 있으니까 맛있게 먹어야지 ]
[ 이거 내가 좋아하는 오미자즙이다.
5병이나 들어있어~너무 좋아~당신이
보내지 말라고 했어도 처제는 보내줬잖아,
처제는 역시 내편이야~
[ ........................... ]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 모습을 보며
동생에게 과자를 뭐하러 보냈냐고 그랬더니
조금 보냈으니 그냥 드시게 하란다.
[ 당신, 그대신 나랑 약속 해야 돼.
다이어트 얘기는 내가 안 할려고 했는데
이렇게 과자가 또 왔으니 맛있게 먹기는 하되,
어떻게 체중조절과 몸관리를 할 것이지
얘기 해 줘 봐 ]
[ 음,지금보다 훨씬 많이 운동하고 뛰면 되잖아 ]
[ 실천 할 거지? ]
[ 응, 그래야 또 보내줄 것 같으니까 약속할게 ]
[ 만약에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떻게 할까? ]
[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해 ]
[ 그럼, 블로그에 당신 뱃살 사진을 올린 다음
조금씩 빠지는 모습을 찍어 올릴게 ]
[ 그건 너무하지 않아? ]
[ 뭐가? ]
[ 내 프라이버시인데...]
[ 약속만 지키면 안 올릴 거야, 오늘 당장
지난주에 찍어 둔 사진을 올리고 다음부터
조금씩 다이어트 성과를 보여드리는 거야,
당신이 말뿐이 아니였다는 것을 블로그 이웃님께도
보여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어..그게 힘들 것
같으면 과자 먹는 건 포기하는 게 좋을거야 ]
잠시 심각한 얼굴로 생각하더니 과자도 먹고
살도 뺄테니까 블로그에 약속하겠다고 한다.
[ 약속했지? 진짜다 ]
[ 응, 과자 먹을 거니까 약속 할게 ]
[ 근데, 나 같으면 과자를 안 먹고
가벼운 다이어트를 하겠는데,,먹으면
두배, 세배로 힘들어지는데 괜찮겠어 ?]
[ 응,, 맛있는 것은 먹어야 돼,
그래야 스트레스가 안 쌓여,,]
[ .......................... ]
나와 이렇게 아주 유치한 약속을 한 다음
깨달음은 과자를 양손으로 가득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지난주 커피숍에서 깨달음의 릴렉스한 상태의
뱃살 실체를 찍어 각성하게 하려고 보여줬더니
한국 브랜드여서 좀 사이즈가 작은 것 같다며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놨었다.
[ 100사이즈 셔츠가 이런 상태면 심각한 거야,
몇 번 강조 하지만, 나 결혼하기 전 47키로에서
지금도 그 체중 유지하고 있어,알지? ]
[ 알아,,]
[ 당신은 몇 키로 불었어? ]
[ 안 가르쳐 줘. ]
[ 다이어트는 특히 자기 관리, 자신과의 싸움이야,
자신에게 좀 더 냉정할 필요가 있어,
당신, 뚱뚱한 여자 싫다며? ]
[ 응,,]
[ 근데 당신도 뚱뚱하잖아, 나도 싫어 ]
[ 아니,,뚱뚱하면 귀엽잖아,생각이 바뀌었어 ]
[ .......................... ]
그렇게 말꼬리를 돌려가면서 깨달음은 생크림을
숟가락으로 퍼 먹으며 실실 웃었다.
자기 방에서 과자정리?를 다 하고 나온 깨달음이
이 사진을 올린다고 했더니 날 실눈으로 째려본다.
[ 한다고 했으면 해!!! 나혼자뿐만 아니라
블로그 이웃님들과의 약속이라 생각해서 해 ]
[ 알았어..그대신 다음에 내 뱃살을 올릴 때는
사전 허락을 맡고 올려 주면 안돼? ]
[ 알았어. 근데 당신에게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든 분들도
알아야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어제부터 깨달음이 우리 집 뒷 산책길을
2시간씩 운동을 한다.
난 뒤에서 깨달음과 같은 페이스로 달리다가 잠시
쉬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리지만 깨달음은
뭔가 비장한 각오에 찬얼굴로 뛰고 있다.
과자를 끊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을 하면
좋으련만 과자를 끊지 못하고 먹으면서 빼겠다는
그 식욕과 식탐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깨달음을 이렇게 움직이게 만든 게
한국과자라는 게 더 아이런히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무튼, 사람의 약속, 아니 공약?이라는 게
이렇게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블로그 이웃님들께 선포를 했으니
제발 포기하지 말고 성과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깨달음이 지치지 않도록 난 옆에서
서포트를 좀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화이팅,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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