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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남편에게 감사하기

by 일본의 케이 2016.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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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느긋하게 일어난 우리는 아침을 먹고

조카 태현이가 엄마방에서 발견한 화투를 가지고

점심내기 화투판이 벌어졌다.

그림 맞추기만 겨우 할 줄 아는 조카들이 먼저 

시작을 했고 옆에서 보고 있던 

깨달음도 합세를 했지만 짝 맞추기밖에 못하는

 3명이서 하느라 엄마의 코치가 필요했다.

점수를 따고 점수를 세는 것도 모두 엄마가 가르쳐 주었다.

파란 띠를 세개 모으면 [청단]이라고

한국말로 설명을 하는대도

깨달음은 알아 듣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30분정도 화투를 친 결과, 깨달음이 승리를 했고

그 덕분에 통닭과 중화요리를 주문해

가족들 즐거운 점심을 함께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투라는 걸 쳐봤다는 깨달음.

원래 자기는 이런 [운]이 없는 사람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잘 되더라면서

한국에서는 [운]의 기운이 달라진 것 같다고 

자기도 모르는 파워가 생겼다고 좋아했다.

[ ......................... ] 

 

그렇게 점심을 먹고 언니와 동생들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엄마와 우리들만 남았다.

깨달음은 엄마가 주신 전용 쿠숀을 방을 옮길 때마다

들고 다니면서 제일 편한 자세를 하고

오후내내[ 뿌리 깊은 나무]를  재밌게 보다가

저녁엔 충장로에 나가 사고 싶어했던 [이은미] 씨디를 샀다.

 

 

다음날 아침, 일본행 비행기가 저녁편이

아침부터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깨달음 기침이 점점 심해진 걸 염려하신 엄마가

 병원에 데리고 가서 약을 지어 먹어야 한다고

괜찮다는 우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데리고 갔다.

진찰을 받고, 주사를 맞는데

주사실에 들어간 깨달음이 엉덩이 전체가 나오게

바지를 벗자 간호사가 엄청 당황한 표정으로 커텐 뒤로

고개를 돌렸고 놀랜 나도

엉덩이를 다 까는 게 아니라 살짝만 바지를

 내리면 된다고 했더니

엉덩이에 주사를 맞는 게 처음이여서 몰랐다고

재빨리 바지를 치켜 올리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었더니 엉덩이까지 찍어서 올리냐며

눈을 흘겼다.

[ .......................... ]

 

한국에서 병원 진찰을 받아 본 것도 처음이고

 엉덩이에 주사 맞는 것도 처음이라면서

여러모로 신기했단다.

의사가 눈, 코, 입, 귀, 호흡, 배까지 눌러가면서

  아주 세밀하게 봐 주는 점이 놀라웠단다.

그런데 왜 어른인데 팔뚝이 아닌 엉덩이에 주사를 주는지

일본에서는 아이들에게만 엉덩이 주사라면서

왠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자기가

[사랑짱]이 된 기분이 들었단다.  

병원을 나와 그 길로 우린 채식뷔페에 가서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 짐을 챙기고 있는데

엄마가 흰 봉투를 들고 오셨다.

3월초, 깨달음 생일이니 옷이라도 하나

사 입으라고 가방 정리중인 깨달음에게 건넸다.

그랬더니 깨달음이 [ 안돼요, 안돼요 ]하면서

싫다고 봉투를 다시 엄마한테 드렸고

엄마는 또 가방에 얼른 집어 넣고,,,

그게 서너번 반복 되다가 깨달음이

정말 이러시면 이젠 한국에 안 올거라고

우리 있는동안 어머니가 맛있는 것도 많이 해 주셨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설명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내 성의니까 받아주라고 또 가방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 오머니, 하지마,,하지마~~]라면서

가방을 얼른 닫고 가방 위에 앉아 버렸다.

 엄마가 [ 오메,,,하지마란 소릴을 제대로 하네...

그냥 받았으믄 쓰것그만,,,징허게 고집도 세네...]라고

흰봉투만 아쉬운듯 만지작 거리셨다.

그렇게 짐을 싸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다.

거실에 나와 있는 엄마와 깨달음이 긴 포옹을 했다.

[ 오머니,,건강하세요. 또 만나요~~]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에 추우니까 들어가시라고 해도

안 들어가고 배웅하는 걸 보고

깨달음이 마후라를 벗어 엄마에게 걸쳐주려고 하자

 엄마가 알았다고 들어가겠다고 자리를 옮기셨다.

그렇게 우린 또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전편 글 http://keijapan.tistory.com/818 )

 기내식이 나오자 우린 맥주로

간단히 건배를 하며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모두들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우리가 멀리 있긴 하지만

얖으로는 더욱더 자주 찾아뵙고 자주 안부 묻자고 했다.

그리고 난 깨달음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3박4일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해준 것에

먼저 감사하다고 했더니

자긴 한국에 가면 항상 즐겁다고,

가족들, 조카들까지도 자길 챙겨주시니까 기분이 좋다면서

  고맙다는 말은 하지 마란다.

그러고보니, 시댁에 다녀오는 길이면 깨달음도 내게 꼭

고맙다는 얘길 했었다. 그런말 하지 말라고 나도 그랬는데

이날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선 깨달음이 약간 자기 멋대로이긴 하지만

그래도 늘 좋게 생각해주고 즐거워해주는

그 마음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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