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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일본생활 16년,,,헤이트 스피치를 들으며..

by 일본의 케이 2016.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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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2일 일본 참의원 법무위원회가

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는

증오표현, 증오연설(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을

근절하기 위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13일은 참의원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가결되었다.

헤이트 스피치 대책 법안으로 [적법하게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 이외의 출신자나 후손]을 대상으로

차별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생명이나 신체 등에 위해를

가하는 의도를 고지하는 것과 현저히 멸시하는 것을

[차별적 언동]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언동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명기했다.

 야당측은 헤이트 스피치를 위법이라고 명기하길 주장했지만

헌법의 [표현의 지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끝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금지규정이나 처벌, 벌칙을

주지 않는 아무런 구속력과 실효성이 없는

엉성한 법률이 제정 되었다.

 

2007년, 일본 온라인 상에서

 재특회(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가

결성이 되었고 이들은 인터넷에서 힘을 얻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코리아타운에서 혐한 발언및 인종차별이 담긴

[헤이트 스피치]를 외쳤고 점차적으로는 동경의 번화가

(신주쿠, 긴쟈, 시나가와 등등 에서 일주일에 1,2번은

민족의 정체성을 모욕하는 발언들을

일삼았고 최근에는 재일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가와사키(川崎)라는 곳에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서슴없이 뱉어냈다. 이에 맞서, 가와사키에 살고 있는

주민과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그들을 봉쇄하는

맞불데모가 주말마다 일어났다고 한다.

 

 

일본으로 유학을 와서 약 10년간의 공부를 하고

결혼을 하고,,그렇게 보낸 15년,,,

7월 6일이면 16년째를 맞이한다.

내가 어릴적,,아빠가 일본에서 근무하셨던 게 인연이였는지

일본이라는 나라가 낯설지 않았고

유학을 택할 때도 선진국이라는 점과

행여나 무슨 일이 생겨도 바로 한국에 돌아갈 수 있다는

거리상의 안도감이 컸기에 난 일본을 주저없이 택했었다.

 

내가 한참 논문 마무리를 위해, 밤낮으로 학교와

도서관을 들락거렸던 6년전, 어느 오후

신주쿠 모 백화점 앞에서 검은 장갑차에 전범기를 꼽아 놓고

북한 납치범에 대한 규탄과 함께 그들을 일본에 돌려주지 않는

북조선에 대한 욕설과 비판을 했었고

다음으로는 재일동포가 일본인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다며 그들 모두 북조선으로

 보내야한다며 마이크에 대고 열변을 토했었다. 

다음은, 초보인 듯한 20대 청년에게 흰종이를

건네며 읽어라고 하더니만 그 청년이

버벅거리고 주춤거리자 리더격 아저씨가

옆에서 귀에 대고 뭐라뭐라 코치를 하는 모습이였다.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우익단체 사람들이였다.

그 후로, 긴자거리에서 두 번, 신주쿠에서 세 번,

데모행렬들을 목격했는데 뱉어내는 말들이

 너무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정도지만

하루내내 더러운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는 내용들이였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늘 틀어 놓고 거리를 활보하는

 군가가 들려오면 신경이 곤두서서

쫒아 달려가 돌이라도 던져버리고 싶은 욕구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는 걸 느꼈다.

특히,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뜻하지 않게 그 군가소리에

새벽 5시부터 잠이 깰 때가 몇 번 있었다.

그들이 우리 맨션 앞, 하네다 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확성기로 틀고 다닌 덕에

이 날도 도심 어딘가에서

혐한시위가 있을거라는 예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날은 깨달음에게 내 감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렇게 혐한시위가 심각한데 왜 한국에서는

 일본인 학교 앞에서나 일본인들을 향해 

일본인 죽어라, 돌아가라 그런 데모를 하지 않는지 아느냐고,,

그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위이기에 하지 않는 것이고

인간과 인간의 도리를 상실한 자들만이 하는 짓이며

 최악의 짓임을 알기에 하지 않는 거라고,,,

일본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용서 받지 못한 것도

인간 이하의 짓을 하기 때문이란 걸 명심하라고 퍼부었다.

지금까지 내 블로그에 본인이 우익임을 밝히고

댓글을 다는 분이 몇분 계셨다.

요약하면, 당신네 나라에 가서 살아라는 것이였다.

15년을 살아가며 전형적인 일본인의 행태에

염증을 느낄 때도 많았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자고 이 땅에서

저런 소릴 듣고 살아야 하나 갈등하고 또 갈등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내 인생의 3분의 1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으니

다른면에서 싫지만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작년, 겨울 우리 협회에서 이들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상종을 할 필요가 없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들이다,

야쿠자보다 더 무섭다,,그런 얘기들이 오가다가

  실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들의 행위가 옮지 않다는 것은 

일본국민 모두가 알고 있지만

단지 방관하고 무관심 속에 그들의 파워가

조금 커진 것 뿐이라고, 하지만 그들을 제지하고 그들에게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게 하는 것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것도

일본인들이 해야할 몫이라고... 

실장님 말씀처럼 이런 [헤이트 스피치]를 반대하고

그들의 데모를 막기 위해 단체와 협회,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힘을 모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며

그들에게 항의하고 반대시위에 참가하는 일본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 어딜가도 차별은 존재한다.

그래서 참아야하는 게 아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발생하는 차별이지만

이런 류에 몰상식 인격모독은 세상 누구에게도

통용되지 않으며 용납 할 수 없다는 걸 똑바로

알아야할 것이다.

일본생활 16년째를 맞이하며 난 오늘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갈등과 번뇌 속에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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