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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에게 배우며 살았던 것들

by 일본의 케이 2018.08.27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친 깨달음은

오늘도 변함없이 조깅을 시작했다.

처서가 오기전 약간 가을냄새를 풍겼던 이곳 

일본은 여름이 그대로 멈춰버린 듯 35도를 넘는

 더위와 저녁엔 열대야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더워지기 전에 운동을 끝내려는  

깨달음은 이를 악물고 열심히 뛰었다.

[ 힘들면 좀 쉬지? ]

[ 말 시키지 마,힘들어..헉헉헉 

사진 그만 찍지? ]

[ 왜? ]

[ 배는 모자이크 쳐리해 줘 ]

[ ............................ ]

1시간을 넘게 조깅을 하고 돌아온 우리는

거봉 따기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서툴러 준비를 마친 뒤, 외출을 했다.


잘 익은 거봉을 찾아 하우스 안을 돌아다니던

 깨달음이 크고 탐스러운 거봉을 따서는

내게 자랑하듯이 내밀었다. 

그리고 조랑말과 당나귀에게 당근 먹이를

주며 초등학생처럼 좋아 발을 동동거렸다.

[ 이리와, 이고 모고(이것 먹어) ]

안되는 한국발음이지만 꼭 자기가 아는 말은

해보려는 깨달음이 기특하면서도

어쩌면 이 남자는 세상을 거꾸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 깨달음,,재밌어? ]

[ 응, 당신도 먹이 줘 볼래? ]

[ 아니,,]

고약한 냄새가 생각보다 심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을 만져보고

 팔랑거리는 귀도 만지면서 해맑게 

웃는 깨달음이 나는 더 신기해 보였다.


점심을 먹으며 물었다.

당신은 세상을 참 재밌게 사는 거 같다고,,.

깨달음 왈, 날마다 찾아오는 새 날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최고로 즐거운 하루,

최고로 행복한 하루, 그리고 후회없는 하루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란다.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는 언제 세상을 

떠날 줄 모르기에 주어진 내 삶을 충실히

살아야만이 죽어서도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고,

환생이란 걸 하게 된다면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도 했다.

[ 내가 봐도 당신은 인간으로 환생할 것 같애.

지금 생에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걸 보면,,

다음엔 남자가 아닌 꼭 여자로 태어날 거야 ]

여자라는 내 말에 눈을 깜빡거리며

엉덩이도 흔들면서 귀여운 몸짓을 했다. 


오후에는 암반욕에 들러 피곤함을 풀고

깨달음이 제일 좋아하는 

키코오리(일본 빙수)를 주문했다.

 원래 편도가 약해, 기침도 많이하고

특히 차가운 걸 먹으면 몸이 힘들어해서

많이 못 먹게 했는데 오늘은 그냥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 왜 오늘은 조금만 먹으라는 말 안 해? ]

[ 당신이 알아서 하니까,,]

[ 아무말을 안 하니까 이상하다..]

[ 아니야,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

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먹어]

내가 예전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서인지

깨달음이 어리둥절해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맛사지팩을 하며

 피곤해 지친 피부에 수분공급을 하는 깨달음을

또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오늘 당신 이상하다,,왜 그래? 나한테

할 말 있어? ] 

[ 아니..그냥,,오늘 당신을 지켜보면서

내가 당신과 결혼을 하고 크게 변하진 못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라는 사람을 깨우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당신이였다는 

생각이 들었어..문득,,오늘,,,]

[ 진짜 왜 그래? ]

내 태도를 어색해하면서도 손은 꼼꼼히

맛사지팩이 얼굴 전체에 닿도록 펴고

 누르기를 반복했다.



 [ 깨달음,,당신은 행복해? ]

[ 응,,근데 가끔 슬플 때도 있어 ]

[언제? ]

[ 당신이 엄청 화 낼때...]

[ 미안,,,]

[ 아니야, 괜찮아, 다 잊었어.

 근데,,진짜 오늘 왜 그래? 너무  이상하다..]

 [ 아니,,10월에 결혼 기념일 있잖아,,

어젯밤에 서랍정리하다가 당신이 내게

쓴 편지가 있어서 읽었는데 많은 생각들이

스쳤어..결혼 7년간의 시간들이..]

편지내용을 말했더니 어색했는지 거울을 보며

딴짓을 했다.

난,,독백하듯 깨달음에게 말했다.

 난 당신을 보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어..

화가 났을 때는 적당히 화내는 방법을,,,,

슬플 때는 슬픔에 젖여있지 않는 방법을,,,

아파도 덜 아프게 느낄 수 있는 생각들을,

기뻐도 너무 기뻐하지 않고 아껴두는 법을,,

미워도 정도껏 미워하는 다스림을,,,,,]

[ 난, 가르쳐준 기억이 없는데? ]

[ 당신이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아주 조금씩 습득한 것 같애..아직 당신처럼

 되기에는 갈길이 멀었지만,

 난, 당신에게 솔직히 아픔을 더 많이 줬는데

당신은 참,,많이 참고, 많이 이겨내고, 

많은 시간 그냥 지켜 봐 준 것 같애..

어떻게 그렇게 참을 수 있었어? ]

내 물음에 깨달음은 아무 대답이 없다.


[ 나랑 살면서 아팠을 당신 마음을 생각해보니

어떻게 위로해 줘야할지 모르겠어..

많이 늦였지만,,

이 마음에 빚을 어찌 다 갚지?..

난,,환생같은 걸 하지 않을 것이니까

당신은 다시 태어나면 사랑만 주는 

사람과 만나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할게.]

내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뚝 한마디 뱉는다.

 [ 사랑만 있는 사람은 질려서 싫어,

당신처럼 성질이 좀 있어야 재밌지..

그리고 사랑은 포용하는 거라 생각해..

특히 부부는 어느 한쪽이든 더 감싸야만

문제해결이 빨라지는 것 같더라구..

 나도 당신에게 많이 배웠어. 자기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았고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냉철함도 ,,그게

매력이면서도 많이 아팠지만..,,]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며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했었다. 국제커플이여서가 아닌

삶의 방식이 다른 남녀가 부부로 사는데는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며 그것들을 

숙지하는 시간들이 꽤 필요로 했고 다음날로

이어가는데 필수조건이였다.

 서로를 미워할 때도

깨달음은 항상 한발치 떨어져 있었다.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이 탁월했기에

 지금까지 우리 부부가 함께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난 오늘도 그에게

포용에 필요성에 대해 또 배웠다.

깨달음에게는 감사하고,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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