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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의 월급날이면 느껴지는 것들

by 일본의 케이 2018.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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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이면 언제나처럼 깨달음은 

자기가 먹고 싶었던 것을 위주로 주문을 한다. 

일본에서 18년째를 살지만 난 아직도

날 생선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사시미는 물론 초밥도 썩 좋아하지 않아

 깨달음은 늘 내가 같이 먹을 수 있는 

구운 생선이나 조림을 주문했었다.  

하지만, 월급날 만큼은 깨달음이 모든 메뉴를

정하도록 한다.

[ 한 달간 수고했어~]

[ 당신도~]

건배를 하고 깨달음은 사시미를 아주 맛깔나게

먹었다.



[ 역시, 월급날, 당신이 사주는 저녁은

각별하게 맛있는 것 같아 ]

[ 많이 먹어, 8월 한달간 많이 더웠는데 

열심히 돈도 벌고 다이어트도 하느라 

힘들었으니까 맘껏 먹어~  ]

[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무조건 먹을거야 ]

[ 그래 ]

장어가 들어간 계란말이를 너무 좋아하는

깨달음은 나에게 한조각 먹어보라는

소리도 하지않고 혼자 다 먹었다.


배가 적당히 부른 깨달음이 일이 너무 바빠

 회사 직원들이 정신이 없어 걱정스럽다며

신인사원을 뽑으려해도 괜찮은 얘가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수익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 

오너라는 자리가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월급날이면 난 깨달음의 푸념을 들으며

다시 되새긴다.

9월부터 전 직원 월급을 또 올려주기로 했고

적극적으로 신입을 찾아야될 것 같다고 한다.

갑자기 피로한 얼굴을 하는 깨달음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 깨달음, 항상 당신에게 고마워,

특히, 월급날이면 당신의 땀과 수고가 그대로

전달되서 월급봉투가 아주 무겁게 느껴져 

그만큼 감사함도 많다는 뜻이야,,]

[ 나만 하는 고생 아니고 다들 하는데 뭘..] 

[ 회사 그만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

[ 아니야, 일은 재밌어. 근데 일이 몰려서 

들어오니까 정신이 없고 피곤한 거야,

체력적으로 좀 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월급날마다 당신이 맛있는 걸

사 주니까 한달간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애,

아, 오늘은 노래방도 갈거니까 끝까지

 당신이 책임져,알았지?  ]

[ 웬 노래방? ]

[ 지난주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 봤잖아, 

히든싱어에서, 오늘 한 번 불러 볼거야 ]

[ ............................ ]

난,,솔직히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피곤한 것도 있고, 배도 부르고,,졸립고,,

그런데 오늘만큼은 깨달음 기분을 맞춰줘야할 것 

같아서 그러자고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 빨리 눌러 줘~ 그 노래 ]

양 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나오는데

그냥 멜로디를 들으며 눈을 지긋이 감고

흥얼거리기만하고  부르지 않았다.

[ 왜 안 불러?  ]

[ 가사를 음미하는 거야,,그래야 쓸쓸함이

묻은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

[ .............................. ]



그렇게 자기 나름의 필?을 잡고 노래를 

시작해서인지 처음 부르는 곡치고는 

발음도 음정도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다.

역시,,양희은의 목소리가 독특해서인지 자기가 

부르니까 전혀 감정이 살지 않는다며 부르기는 

쉬운데 남자가 부르니까 맛이 나질 않는다는 둥

무게감이 없다는 둥 또 분석에 들어갔다.

다음 곡은 이제 깨달음의 18번이 된

[ 양화대교]를 마치 자아어티처럼 폼을 잡고

부르다가 독백처럼 빠른 가사를 따라가지 못해

다시 앉아서 차분히 한글 위에 적힌 일본어를

따라부르느라 신경을 바짝 세웠다.


한시간이 지나간다는 카운터의 알림에 깨달음이

30분 연장을 부탁했고, 난 깨달음의 독창무대를

혼자서 들으며 박수도 치고 음료도 건네며

온전히 깨달음의 날이 될 수 있도록 

지켜 보았다.

종료시각 10분 남겨 두고 깨달음이 더 이상

부를 노래가 없다며 나에게 마이크를

줬지만 난 모든 시간을 깨달음이 

사용하도록 사양했다.

마지막 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는 

깨달음 얼굴에 만족스런 표정이 묻어 있왔다.

[ 즐거웠어? 오늘? ]

[ 응, 날마다 월급날이면 좋겠다 ]

  [ 당신에 피곤함을 떨쳐 버릴 수 있다면

월급날만이 아닌 일주일에 한번씩

내가 이런 날을 만들게, 어때? ]

[ 아니야,, 한달에 한번이면 충분해.

자주 있으면 행복함을 못 느낄 거야 ,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데 오늘은 좀 과했어.

가라오케까지 갔으니까 ]

그래도 필요할 때 언제든지 말하면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을 탔다.

 자리에 앉자 정말 원하는 걸 모두

 다 해 줄거야 내게 재차 물었다.


뭐든지 말해보라고 했더니 괜찮은 신입사원을 

한명 구해줄 수 있냐고 한다.

[ 그건,,못하지..내가,,,]

일이 바빠서도 그러겠지만 깨달음 머릿속은 

온통 회사 일로 가득했다.

오늘도 직원들에게 한명 한명, 월급봉투를

직접 손으로 건네줬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 월급봉투를 직접 사장이 직원에게

전하는 회사가 과연 몇 군데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인데 고집스럽게 월급봉투를 버리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한마디를

함께 건네는 사장은 극히 드물 것이다.

꼭 그래야 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그렇게 전달을 해야만이 직원들도 돈의 소중함,

한달간의 수고와 땀, 자신의 실력과 실수를

 되돌아보고 회사와의 관계를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다는 깨달음만의

 철학 같은 게 있었다.

옆에서 깨달음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비록 한달에 한 번이지만 그에 피로가 

조금이나마 덜어지고 행복한

 시간이였기를 바래본다.

월급날이면 나보다 10배, 20배로 

고생하는 깨달음의 수고가 아주 가깝고

무겁게 느껴진다.

한달간 수고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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