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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은 과연 서울에 또 갈 수 있을까?

by 일본의 케이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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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는 생각만큼 춥지 않았다.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우린 호텔을 나와 중심가를 좀 걷다가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대게 전문집으로 갔다. 

이번 홋카이도 3박 4일을 뒤돌아보니

일하는라 미팅하고 이동하느라

제대로 편하게 맛있는 걸 먹지 못한 게

계속해 마음에 걸렸다며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대게를 먹자고 했다. 

홋카이도 대게 중에서도 유명한

털게(毛ガニ)를 주문하고

우린 니혼슈로 목을 축였다.

꽤나 바쁘게 움직인 탓에 서로 조금 

지친 상태였다.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묵묵히 음식들을 먹다가 일 얘기를 잠깐 하고

연말 스케줄도에 관해서도  나눴던 것 같다.

 

깨달음이 크리스마스전에 잠깐 한국에

몰래?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가는 건 좋지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는 건 내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

1월에 구정 설날에 맞춰 가자고 제안을 했다.

잠시 생각하던 깨달음이 설날에 가면

광주에도 내려가야 하고 그러면 또 

우리들만의 시간이 줄지 않냐고 

그리고 자기는 형님들이 다 모이면

장모님의 사랑이 분산돼서 싫다고 했다.

[ 결혼하고 이제 10년이 지났는데도 

당신은 장모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

[ 응 ]

[ 형님들이랑 있으면 어머님이 나 말고

다른 사위들도 챙기시잖아 ]

 [ 당연하지 ]

[ 그래도 난,, 싫어..]

관종이라고 표현하면 좀 과할지 몰라도

깨달음은 항상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일반적이지 않은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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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한국에 가면 좋은 점이 더 

많다는 걸 어필해 봤지만 깨달음은 

장모님의 사랑을 형님들과 나눠가져야 한다는 게

자기에겐 큰 의미이기에 명절은 피하고 싶단다.

[ 깨달음, 그럼 이번에는 3박 4일이

아니라 5박 6일 정도로 시간을 빼 봐,

그러면 미리 광주 가서 엄마랑 시장도 가고

온전히 혼자서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잖아 ]

[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근데

광주는 볼거리가 없잖아,, 난 서울에서

더 현대도 다시 가고 롯데타워도 갈 건데,, ]

[ 하루 먼저 갔다가 설날 아침에 식사하고

바로 서울 올라오면 되잖아 ]

[ 그러네..] 

 

눈을 굴러가며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핸드폰 달력과 자기 스케줄표를 비교해보더니

5박 6일은 아무리 봐도 무리일 것 같단다. 

그럼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고

마침 샤브샤브가 나와서 둘이 열심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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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게도 맛있지만 역시 국물은 쌀쌀한 날이

제격이라고 감탄을 하며 정신없이

부드러운 게 살을 발라먹었다.

배가 상당히 부른 상태에서 마지막 코스인

죽(雑煮)을기다리고 있는데 깨달음이

다시 서울 얘길 꺼냈다.

[ 나,, 서울 가면 하루 세끼, 그리고

간식까지 더 현대에서 먹을 생각이야,

그래서 서울에서 자야 돼 ]

[ 알았어,, 무슨 말인지. 그니까

명절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당신

가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날에 가 ]

[ 당신은 명절에 가고 싶은 거 아니야? ]

[ 그러긴 해 ]

내가 명절에 가고 싶은 이유는

 코로나로 3년 동안 못 갔으니까

이번에는 명절 때 맞춰 가서 친척들도 보고

그랬으면 하는 생각에 말을 한 거라고

 솔직히 내 마음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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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설날을 직접 체험한 남편의 반응

광주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추모관으로 향했다. 다른 가족들은 이미 아빠와의 인사를 마치고 집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여서 왠지 마음이 바빴다. 지난 10월에 왔을 때보다 훨씬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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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신경 쓰지 마, 난 혼자라도 가면

되니까. 난 단지 가족들에게 비밀로 하고

서울에 다녀오는 게 마음에 걸린다는 거지,

당신이랑 서울에서 3박 4일 놀다가,

당신은 일본 돌아가고 난 명절까지 쇠고

일본으로 돌아오는 방법도 있으니까 ] 

[ 그럼, 가족들한테 미안하잖아]

[ 괜찮아, 지난번에 가족들 다 봤잖아 ]

[ 그래도,왠지 그러네..고민해 봐야겠어 ]

[ 몰래 갈 건지, 아님 명절에 맞춰 갈 건지

결정되면 나한테 말 해 줘 ]

[ 알았어 ]

 

한글 쓰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아침을 간단히 먹은 우린 바로 운동을 나갔다.깨달음은 내가 카메라를 대면 달리다가도주위 의식하지 않고 이상한 자세를 취하며 까불고엉덩이를 흔들기도 하고 강남스타일 춤을추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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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가서 지난번에 못 보고, 못 먹은 것도

실컷 하고 싶고, 광주에서 장모님의 사랑도

혼자 독차지하고 싶고,...

3박 4일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모든 걸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꽤나

생각을 해야 될 것이다.

 

카톡 속에 한국이 보인다.

어제 저녁 7시 무렵 동생에게서 설 명절, 우리 부부 빼놓고 가족들 다 모였다고,,, 새해 인사와 함께 저녁 밥상 사진을 몇 컷 보내왔다. 조카들이 세배하는 모습도 있고,,, 좋은 세상이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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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욕심을 조금만 비우면 될 듯한데

하나도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오늘

이 글을 쓰는 날까지 내게 아무말

없는 걸 보면 아직까지 적당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몰래 가는 쪽을 택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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