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눈을 뜬 깨달음은 배고프다는 말을
계속했고 부랴부랴 씻고 해장을 겸한
된장찌개를 먹으러 갔다.
식당은 언제나처럼 손님들이 가득했고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애호박나물을 맨 입으로
집어 먹던 깨달음이 어젯밤 자기가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풋고추에 막된장을 찍어 맛깔나게 먹고는
아주머니에게 [ 고추 두개 주세요 ]라고 했다.
뚝배기를 들고 국물까지 싹 비운 다음
디저트를 먹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간 곳은
안국역에 어니언이었다.
택시 안에서 어쩌면 2시간이상 대기할 수도 있다고
미리 언질을 했지만 몇 시간이고 기다려서라도
이번에는 기필코 먹을 거라고 했다.
내 우려와는 달리 대기줄은 많지 않았고
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빵이 진열된 코너를 돌고, 또 돌고, 넣었다가 다시
바꾸기를 하길래, 그냥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주저
말고 다 담아라고 했더니 나와 있는 모든 빵을 한입씩
먹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 그럼, 다 담아, 포장해 가서 먹으면 되니까 ]
[ 그럼,,오늘 하루 종일 빵만 먹어야 되잖아,,
그래서 지금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있는 중이야 ]
총 4가지를 골라 하나씩 음미하며 깨달음은
아이스커피와 입 속에서 녹여가며
아이처럼 자기 방식대로 맛있게 먹었다.
[ 깨달음, 만족했어? ]
[ 응, 아주 좋았어, 근데 이곳 말고
안국역 근처에 맛있는 빵집이 더 많은데 거긴
못 가겠어.. ]
배가 볼록해진 채로 가게를 나와 한옥들이
보이는 쪽으로 향해 걸었다.
휴일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보는
북촌은 이색적이면서도 포근함이 전해져왔다.
얼마쯤 걸었을까,,마을 버스를 타러 내려오던 길에
3겹으로 줄을 서 있는 삼청동 수제비 집을 발견한
깨달음이 달음질로 가서는 바로 뒤에 섰다.
[ 깨달음,,나,,배 안 고픈데..]
[ 그래도 먹고 가자,,]
[ 당신도 배 안 고프잖아,,]
[ 그래도,,오랜만이니까 맛은 봐야지 ]
어니온에서는 20분도 채 되지 않아 자리를 잡았는데
이곳 수제비집은 1시간을 넘게 서서 기다려야 했다.
[ 깨달음,, 근데.. 좀 덥다.. 안 더워? ]
[ 괜찮아,, 이렇게 기다렸다가 막걸리 마시면
시원하겠다. 배도 좀 꺼질 테고,, 파전도 시키자 ]
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막걸리로 이 갈증을 풀겠다는 깨달음의 의지가
확고해서 그냥 가자는 말을 못 했다.
드디어 자리에 앉고 동동주를 사이다 마시듯
벌컥벌컥 마시고는 열무김치를 안주삼아
집어넣고 [ 캬!!!! 좋다 ]라고 소리까지 내는 게
영락없는 시골 아저씨 같았다.
그렇게 동동주로 배를 채우고
얼굴이 달아올라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할 때 수제비가 나왔고 마치 첫 끼니처럼
열심히 먹었다. 그 무렵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길래 깨달음 사진을 보내드렸다.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서 깨달음은
호텔로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 왜? ]
[ 졸려서.. 배가 너무 불러,, 한숨 자고 나면
배가 꺼질 것 같아서..]
[ 알았어 ]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데 근처 남대문시장에
내리겠다고 고집해서 내렸더니
만두를 포장해 가자고 했다.
[ 언제 먹을 건데? 지금 배 부르다며? ]
[ 간식으로 먹을 수 있어.. 당신은 여기서
만두를 사고 있어,, 난 저기 밑에
야채호떡 하나 사 올게 ]
[ 깨달음,,저녁은 간장게장 예약한 거 알지? ]
[ 응, 알아,, 오늘의 하이라이트 메뉴잖아,
그래도 호떡은 먹을 수 있어 ]
야채호떡은 뜨거워서인지 배불러서인지
정말 한 입만 먹고 다시
봉투에 집어넣고는 호텔에 들어와
쓰러지듯 꿀잠을 잤다.
완전 먹방투어를 온 사람처럼 쉬지 않고
먹는 깨달음이 조금 이상했다.
한국에 오면 늘 식욕이 돋는다고는 하지만
오늘은 뭔가 악착같이 먹고 가겠다는
기세가 남달라 말릴 수가 없었다.
아무튼,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얼굴이 아이처럼 순하고 무방비였다.
약2시간 가량 낮잠을 청한 다음 일본에서부터
노래를 불렀던 간장게장을 영접한
깨달음은 조심스럽게 그리고 소중히
간장게장을 대했다.
난 간장게장을 썩 좋아하지 않아 다리 한 조각만
맛을 보고 나머진 모두 깨달음에게 양보했고
깨달음은 파래김에 게 살을 짜서 올린 다음
밥을 아주 소량 넣고 게장 국물을 끼얹었다.
[ 어때? ]
[ 역시,, 최고야!!!]
맥주를 한 모금하고 준비한 게살쌈?을 입에
넣고는 아주 행복해하며 히죽히죽 웃었다.
아무리 낮잠을 자고 시간이 지났다 해도 소화가
덜 됐을 텐데 이번에도 소중한 첫 끼처럼
게살을 발라 깨끗이 쭉쭉 빨아먹었다.
아주 느긋하게, 천천히, 음미하며 게장을 먹은 후
조용한 바를 찾다가 그 주변 호텔에
들어가 칵테일을 주문했다.
6개월, 블로그를 쉬었다 -2
[ 케이야, 소포 받았어? ][ 아니? ][ 배송된 걸로 알림 왔는데..][ 미안, 나 지금 밖이거든, 집에 가서 다시 연락할게 ][ 그래 ]멀리 세미나를 왔다.이젠 참가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세미나인데
keijapan.tistory.com
[ 깨달음,,오늘은 솔직히 너무 많은
먹은 거 같지 않아? ]
[ 응,, 좀 그러긴 했지..]
[ 원래 안 그런 사람이 왜 그러는 거야 ]
[ 일본에 돌아가면 항상 후회가 되더라고,
못 먹었던 것들이 떠올라서.., 그래서
좀 무리하더라도 먹고 싶은 건 그때 그 때
한 입이라도 다 먹겠다고 다짐을 했거든 ]
[ 일본에 돌아가서도 후회가 남지 않게? ]
[ 응, 일본에서는 못 먹잖아,, 여기 있는 동안
될 수 있는 한 전부 먹고 갈 거야]
[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도 그럴 거야? ]
[ 응,, 내일도 아침부터 본능적으로 내 입맛이
당기는 것들, 맛있게 보이는 것들,
새로운 신상품들 골라서 다 맛보고 갈 거야 ]
처음으로 하는 얘기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난 후,5.6교시 체육시간에 입을체육복을 미리 갈아입고이어 달리기를 같이 할 친구들과 바통으로 까불고 있을 때 선생님이 오늘은 오후 수업이 없으니 빨리
keijapan.tistory.com
친정에서 하룻밤이 남편은 행복했다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서울은가을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용산역으로 이용하는 중에 깨달음에게점심 메뉴로 뭐가 좋은지 생각해 두라고했더니 비 오니까 칼국수랑 해물파전같은 걸 먹겠
keijapan.tistory.com
대식가는 아니지만 식탐이 있는 깨달음은
자신이 한국에 있는 동안만큼은 평소에
궁금했던 먹거리부터 장르 불문하고 전부
먹겠다는 각오를 하고 왔단다.
편의점은 편의점대로, 빵집은 빵집대로 커피숍은
커피숍대로 온 천지에 자기가 먹고 싶은 것들이
넘쳐나는데 그걸 다 맛보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깨달음.
그래서 오늘도 아침부터 작정을 하고 움직이면서
낮잠으로 충전을 하고 그랬던 것이었다.
내일은 마지막날이라고 더
폭주를 할 듯싶어 걱정된다.
'일본인 신랑(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인 체구가 작은 이유 (0) | 2025.06.29 |
---|---|
오늘은 남편 맘대로 하는 날 (0) | 2025.06.22 |
한국 가기 전날 밤, 남편 모습 (0) | 2025.04.30 |
남편과 시동생의 관계 (0) | 2025.04.27 |
남편이 말하는 일본 여성의 특징 (0) | 2025.03.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