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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과 시동생의 관계

by 일본의 케이 202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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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箱根)에 새로운 호텔 건축을 위해 

부지를 보러 일찍 집을 나선 깨달음은

실시간으로 사진으로 상황을 보고했다.

로망스카(ロマンスカー)에 탔는데 자기 빼고

모두가 외국인이라고 잠시 자기가 해외여행 온

기분이 들었다며 비슷 비슷한 사진들을

대량으로 보냈다.

일 잘 보고 무사히 끝나면 연락주라고

답장을 보내고 난 청소기를 꺼내 돌렸다.

청소를 하면서도 왜 서방님이 갑자기 전화를

했는지 궁금해졌다.

무소식이 희소식으로 살아온 서방님이

전화를 할 때는 늘 돈과 관련된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약간 신경이 쓰였다.

 

시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도 요양원이나

병원비 같은 청구서가 나오면  항상 형인

깨달음에게 연락을 해왔다.

이제껏 나는 형제 일은 둘이 해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왔던 터라 굳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알려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 자매들이 하는 일에 깨달음도

별 말이 없듯, 나 역시도 두 형제가 해결하고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 깨달음 방을 청소하다가

둘 사이에 돈에 흐름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시부모님 재산을 모두 서방님이 처분하고

정리해 가져갔을 때도  난 깨달음에게 묻지 않았다.

어차피 깨달음이 동생에게 주겠다고 해 왔었기에

예초부터 궁금해하지 않았다.

요 며칠 전부터 서방님과 통화를 자주 하는 걸

봤을 때도 그러러니 했는데 송금내역서를 보니 

물어보고 싶어져 하코네에서 돌아온 깨달음과

집 근처 이자카야에서 만났다.

 

생각보다 부지가 넓지 않아서 디자인이 

잘 빠지지 않을 것 같은데 경치는 정말 좋았다며

공사 시작되면 하코네 온천에서 하룻밤 

묵자며 온천 팸플릿을 내밀었다.

그렇게 한참 온천 얘기를 좀 하다 내가 물었다.

서방님에게 무슨 일 있는 거냐고 

[ 응,, 별 거 아니야,, B형 간염에 걸렸는데

나한테도 검사해 보라고,,]

[ 갑자기? 당신 간염이었어? ]

[ 아니,, 총각 때 걸렸는데 치료 다 해서

지금은 멀쩡해 ]

굳이 당신한테 검사를 하라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어릴 적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했는데

그때 일본경제가 빈곤해서 주사기를 돌려썼는데

그 탓에 감염자가 엄청 많이 생겼단다. 

그런데 나라에게 그렇게 감염된 사람들에게

지금 보상금 형식의 돈을 준다고 했고

서방님은 지금도 간염 보균자이기 때문에

보상금을 확실히 받기 위해서 형제의 감염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단다.

그래서 어제는 병원까지 가서 검사를 했단다.

 [ 감염여부를 알려주려고 병원에서 검사했어? ]

[ 응,,]

[ 그 검사결과를 알려달래? 보상금 받으려고?

도련님이? ]

[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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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대단한 서방님이다.

시부모님에 그 많은 재산을 혼자 다 갖고 갔으면

여유가 있을 텐데.. 뭐,, 여유가 있던 없던

보상금을 받으려는 의지가 참 열심이었다.

[ 보상금이 얼마 나오는데? ]

감염이 언제 되었으며 치료는 어떻게 하고

몇 년째인지, 그런 것들을 계산해서

적게는 50만엔(약 한화 500만원)부터 간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3,600만엔까지 받는다고 했단다.

 

[ 다들 조건이 다르니 얼마 받을지 모른다는데

동생은 200만엔 정도 받을 것 같다던데 ]

[ 서방님이 그래? ]

[ 응 ]

[ 200만엔.. 대단하네.. 받으면 좋겠네..]

깨달음 책상에 놓인 송금내역서 얘기는

하지 않았다. 거기에 찍힌 금액이 200만 엔인 게

어떤 이유였는지 알 것 같아서..

내가 예측하길, 분명  200만엔을 미리

빌려달라고 했을 것이고 깨달음은 두말없이

간염인 동생이 안쓰러워  보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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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서방님은 깨달음과 다른 사람이었다.

돈이나 물질에 욕심이 없는 깨달음과 달리

서방님은 항상 하나 더 가지려고 했었다.

깨달음은 장남으로 태어난 덕분에 시부모님께

대학까지 서포트를 받았지만 서방님은

자기 때문에 고졸만 나온 것을 항상

미안하게 생각했다.

그 당시 시댁은 아들 둘을 모두 도쿄로 대학을 보낼 

형편이 되지 않아 서방님에게는 대학을

못 보내준 대신 차를 한대 사줬다고 했다.

또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깨달음은 도쿄에서

사업하느라 바빴고 시댁과 가까이 살았던

서방님은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주 찾아뵙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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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의 유산과 시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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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늘 깨달음은 동생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런 둘만의 심리적 유대가 노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에도 그대로 작용되어서 깨달음은 동생의

요구를 늘 흔쾌히 들어준다.

형제끼리 돈으로 말다툼을 한다는 자체를 너무도

싫어하는 깨달음은 그래서도 동생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착한 깨달음을 형으로 둔 서방님은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그냥 난 제3 삼자로 둘 사이의

애착관계를 묵묵히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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