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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내 부모지만 효도는 쉬운 게 아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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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어머님이 구급차에 실려 가시고

급성폐렴 증상으로 입원을 하셨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퇴원을 하셨고

깨달음은 새벽 첫 신칸센을 타고 

시댁으로 향했다.

나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깨달음이 자기 혼자

갔다 오겠다며 말렸다.

[ 왜? 나도 가야 되지 않아? ]

[ 가도 되지만 나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할 것 같아서 그래. 할일이 많아서 ]

일단 코로나 때문에 지금까지 요양원의 면회가

금지되었는데 이번에 특별히?15분간의 면회를

허락해줘서 시간이 아주 짧은 것도

그렇고 이번에 부동산에 가서 확실히

아버님 집을 팔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자기 혼자 다녀오는게

편하다며 7월말에 또 갈 일이 있으니

그 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렇게 집을 나선 깨달음은 오전이 지날 무렵에

택시 안이라며 전화를 해왔다.

 

집에 갔더니 가스회사에서 가스차단한다는 통지가

와 있었다며 부동산 두곳을 들러봤고 

매매가가 점점 떨어져서 놀랐다고 했다.

시골이다보니 빈집이 너무 많고 해서 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단다.

[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안 팔거야? ]

[ 아니 올 안에 집안 정리, 물건들을

모두 폐기처분하는 게 먼저라고해서

마지막으로 정말 필요한 것들, 남겨둘것이 뭔지

물어보고 청소업자에게 부탁할 생각이야 ]

[ 점심 먹었어? ]

[ 아니, 요양원 가려고 마트 들렀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아버지가 먹고 싶다는 것만

사서 나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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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시간쯤 흘렀을 때 두 분 사진을 보내왔다.

아버님은 여전하시고 퇴원하신 어머님은

힘이 없어 보였다고 했다.

내가 전화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깨달음은 다음에 하는 게 좋을 거라며

연결시켜주지 않았다.

어머님이 기운이 없어서 자기가 얘길 해도

고개만 끄덕일뿐 대답을 하지 않아서

자기 말이 안 들리냐? 어디가 또 아프냐?라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힘겹게 대답만 하셨단다.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도

필요한 게 있냐고 물어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드시더니 스르르 잠이 드셨단다.

그래서 통화를 해도 대화를 못할 거라고 했다.

아버님은 깨달음이 사 온 앙코빵을 맛나게

드셨고 언제나처럼 건강하게 보였단다.

[ 어머님, 식사는 뭐 드시는 거야? ]

[ 음,,죽을 드시고 계신다는 게 많이

안 드신다고 그러네..]

[ 잘 드셔야 힘이 날텐데..]

[ 음,,근데,,퇴원해서 지금까지 거의 잠만 잔데]

요양원 직원과도 많은 얘길 나눈 모양이였다. 

특별면회시간 15분이였는데 30분으로 해줘서

차분히 두 분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점심으로 어릴적부터 단골로 다녔던

우동집에 왔다면서 먹고 나면

 다시 집으로 갈 거라 했다.

[ 아까 오전중에 갔잖아 ]

[ 음,,아버지가 앨범이랑 레코드판은

버리고 싶지 않다고 해서 가져다 드릴려고 ]

[ 그래,,조심해..]

그렇게 2시간이 지나고 신칸센을 탄

깨달음이 도면 위에 소독젤과 함께

 사진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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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서는 피곤했는지 샤워를 하고 

바로 자겠다고 한다.

[ 깨달음,,그래도 부모님 뵙고 오니까 

마음이 편하지? ]

[ 응,역시 나 혼자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솔직히 많이 피곤했어.,부동산, 요양원, 집을

왔다갔다하면서 시중들고 그러는게 

내 부모니까 하는 거지, 남의 부모라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 내 부모여도 피곤했어.. ]

 한번도 피곤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내부모, 남의 부모라는 표현을 하는 걸 보니

뭔가 생각한 게 많았던 것 같았다.

 

[ 깨달음,,뭐가 힘들었어? ]

[ 힘들진 않았어, 그냥 엄마 얼굴이 

너무 온화하게 보였고, 말은 안 했는데 

눈빛이 나한테 고마워라고 하는 것 같았어 ]

[ 그래서 슬펐어? ]

[ 아니, 슬픈 건 아닌데 왠지 마음이

편하면서도 이렇게 편하게 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그러면 

엄마도 편하고 우리도 편하고,,그냥,,]

그냥이라는 말끝에는 무언가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었다.

부모는 뭐고,,자식은 뭔지..

부모가 자식을 낳고 책임감으로 키웠듯이

자식은 자신을 키워준 부모에 대한 

그 책임감을 되갚아주는 일이라 생각이 들었단다.

내부모, 남의 부모 할 것 없이 효도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닌게 분명하다며 침대에 누웠다.

책임감, 의무감으로 해야하는 효도에도

의미는 있지만 그 의미는 누굴 위한 것일까..

난 깨달음 방을 나오면서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은 게 어쩜 아주 잘한 선택이였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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