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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시어머님이 구급차에 실려가시다.

by 일본의 케이 2020.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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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전히 코로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곳은

여전히 재택근무가 많다.

하지만 깨달음은 출근시간을 한시간 늦추고

퇴근시간은 한시가 앞당겼다.

되도록이면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

선택한 시간대이다.

 퇴근을 한다며 사무실을 나왔다는 카톡과 함께

 시어머니가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갔음을 알려왔다.


아버님이 깨달음에게 전화하기 전에 서방님에게

먼저 전했고, 자세한 사항을 알고싶어 서방님과

 통화를 했다고 한다.

노령이여서 회복이 어려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구급요원....

어머님이 퇴원할 때까지 면회는 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혔다고 한다. 

나도 퇴근을 하는 중이여서 많은 건

묻지 못했고 일단 집에서 얘기하자고 했는데

밖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가자고 했다.


집근처 이자카야에 들어가 적당히 주문을 하고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설명해주라고 했더니

걱정말라는 말을 먼저했다.

아침과 점심을 언제나처럼 잘 드시고

낮잠을 주무신다고 누워계셨다는데

저녁식사이 가까워지자 깨우려고 어머님 방에

들어갔더니 숨을 쉬는 게 힘들다시며

호흡이 거칠었고 가슴이 아프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비상벨로 간호사에게 알리고

간호사가 좀 살폈는데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급하게 구급차를 불렀다고 한다.

[ 병명은 나왔어?]

[ 응, 폐렴이래, 급성폐렵같은,,,]


[ 깨달음,, 많이 놀랐겠네... ]

[ 아니야,,생각만큼 놀라진 않았어 ]

[ 어머님 상태는 지금 어때? ]

지금은 일단 숨 쉬는 것도 편해지셨는데

문제는 회복이 늦여지거나 안 될 수도 있다는 게

걱정인데 왠지 돌아가실 날이 

곧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단다.

그래서 서방님께 이제까지 시부모님이 

말씀하셨던 연명치료를 하지 말 것과

어머님 명의의 재산도 지금 모두 정리를 하라고 

전했단다.

[ 그리고 동생이랑 장례 준비도 얘기했어.. ]

[ 벌써 했어? ]

[ 응 ]

원래부터 장례식은 아주 간소화 하기로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 중이여서 장례식 없이 화장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단다. 


[ 서방님도 동의했어? ]

[ 응, 장례식을 하려고 해도 코로나 때문에

하지도 못해, 어차피 간소화 하기로 했으니까 ]

깨달음 말투에 슬픔이나 걱정 같은 건 보이질 않고

뭔가 통달한 사람처럼 차분했다.

마음의 준비를 해왔냐고 물었더니

요양원에 갈 때마다 두분을 보면서

마음을 먹었단다.

하루가 다르게 힘이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을 굳혔다고 했다.


그리고는 불쑥 어릴적 어머님이 자기에게 유난히 많은

사랑을 주셨다는 말을 꺼냈다.

첫아이를 사산하시고 뒤늦게 낳은 깨달음을

참 많이 아껴주셨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시골에서 대학에 

다니기 위해 도쿄에서 자취를 하게 됐을 때,

대학4년간, 한달에 한번씩, 잊지 않고 쌀과

 과자, 통조림,컵라면과 함께 용돈이 든 

봉투속에 잊지않고 손편지가 넣어져 있었단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삼시세끼는 

꼭 챙겨먹으라는 얘기가 대부분이였단다.

근데 지금은 자기가 부모님한테 과자와 통조림,

용돈을 보내드리고 있다며

받은만큼 돌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조금 무겁긴 하지만 

나와 결혼하고 어머님이 많이 행복해 

하셔서 다행이라 생각한단다.


한국에 한 번 모시고 가고 싶었는데

그걸 못해서 좀 안타깝긴 하지만

어머님도 이해하실 거라고 했다.

[ 어머님이 한복을 한번 입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걸 못해드렸네.. 깨달음, 이번주말에 

시골에 내려갈까?]

[ 내려가도 면회가 안돼, 병원도 그렇고

요양원도 아직 면회금지야,,]

[ 그럼, 내일도 뭐 좀 또 보내드릴까? ]

[ 응, 우메보시가 떨어졌을 거야, 그니까

그것만 보내드려도 될 거야 ]

 깨달음이 지금 바라는 것은 어머님도 그렇고

아버님도 세상과 작별할 때

고통없이 아프지 않게 주무시듯이

떠나시길 기도하고 있다며 나한테도

예수사마께 기도해달라고 했다.

구급차에 실려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깨달음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어루만졌을 거다.

서방님과 통화를 하고 상황을 파악한 후

지금껏 생각해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 

덤덤하고 의연하게 하자고 다듬은 듯했다.

난 옆에서 섣부른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고

말을 아꼈다. 그래야 깨달음이 계속

의연하게 자신을 포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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