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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을 기분좋게 만든 신년카드

by 일본의 케이 2018.12.24

연말 쇼핑을 즐기고 있는데 동생에게서

한국은 동지였다며 동짓죽 사진을 보내왔다.

광주에서는 팥죽에 칼국수 면을 넣은 것을

팥죽, 새알심을 넣은 것은 동지죽이라 부른다.

깨달음이 시장에 가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먹었던 곳에서 이번에도 엄마와 함께 먹다가

사진을 보낸거라고 했다.

깨달음에게 한국은 팥죽 먹는 날이라고 사진을

보여줬더니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금방 

동지라고 알아차리고는 우리도 먹자며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일본식 팥죽이라고 해야하나 

너무 달아서 난 별로 좋아하지 않은

 오시루코 전문점이였다.


오시루코는 건더기가 없이 팥을 갈아서 끓인 것을

말하며 팥 알갱이가 남은채로 나오는 것은

젠자이라고 한다. 한국은 입맛에 맞게 설탕이나 

소금을 가미하지만 여긴 처음부터 상당히

 달달한 상태로 나오고 찹쌀로 만든 새알심 

보다는 떡을 구워서 올리는 게 많다. 

[ 나,,이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 알아,,그래도 오늘은 동지니까 먹어야지. ] 

 팥죽과 시오곤부(다시마를 바짝 졸여서 

표면에 소금이 묻어있는 다시마)가 나오자

깨달음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입안이 달달해지면 짠 다시마를 하나 입에 넣고

단짠단짠을 반복하게 만드는 이 팥죽이 

난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다. 


내가 남긴 것까지 맛나게 먹던 깨달음이 묻는다

[ 근데 왜 한국에서는 팥죽을 먹는 거야? ]

[ 음,,귀신이 팥의 붉은색을 싫어하기 때문에

팥죽을 쑤어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집안의 

평안을 빌던 풍습에서 나온 거야 ]

[ 그건 이사때 시루떡 나눠주는 이유랑 똑같네 ] 

[ 그러네..팥이 귀신을 쫒는 역할?을 하니까

이사 때도 돌리는 거겠지...귀신을 쫒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고 있어나봐,,옛날 조상들은..] 

내 말을 듣고는 얼른 검색을 하더니 일본에서는

동지 때 유자와 호박을 준비해서 유자는

 욕조에 넣어 몸을 담궈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고

호박은 겨울철 영양섭취를 위해 쪄먹는다고 

설명하면서 일본 팥죽도 맛있지만 한국 팥칼국수가

먹고 싶다면 숟가락을 계속 빨았다.

집에 돌아와 보니 블로그 이웃님이 보내신

 소포가 도착해 있었다.

보자기에 싸져 있는 걸 보고는 한과라고 알고는

포장을 뜯으려다말고 망설였다.

[ 왜? 안 먹을거야? ]

[ 아버지가 지난번에 한국 유과가 맛있다가

그랬던 게 생각나서 갑자기 요양원에 

가져가고 싶어서... ]

[ 좋아, 좋아,난 어차피 안 먹으니까 가져 가]

[ 그래도 돼? ]

[ 응, 이거 당신 거야,블로그 이웃님이 보내주신 건

다 자기 것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새삼스럽게 왜 그래? ]

[ 아니..너무 귀한 건데..괜히 미안해서..]

아니라고 한과는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니까

가져가자고 했더니 다시 조심스레 보자기를 싼다.


그리고 소포 속에 함께 들었던 신년카드를

거꾸로 들고는 뭐라고 뭐라고 알수 없는

한국말을 지어서 자기 맘대로 읽고는

인증삿을 찍어서 보내주신 분께 보내라며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해요,

행복하자, 맛있어요, 고마워요, 또 만나요 라고 

앞 뒤 순서도 없이 자기가 아는

감사의 인사?를 줄줄이 나열했다. 

내가 천천히 카드 속에 적힌 한글을 설명을 해주자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카드를 흔들기 시작했다.  

[ 이거 봐 봐, 내가 좋아하는 카치야, 카치,

동이 붙어 있어. 가치가 동을 물고 있어 ]

[ 뭔 소리? ]

카치는 까치를 말하는 것이고 동은 돈을 말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카드를 열심히 흔들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웃겼다.


까치에 대해 내가 한국에서 몇 번 얘기를 한 뒤로는

까치를 볼 때마다 한마리 키우고 싶다고 할 정도로

너무 맘에 들어 했었다. 귀품이 있고 매력적이라고,,

그런 까치가 돈을 물고 있으니 

상당히 맘에 든 모양이였다.

 [ 깨달음, 그렇게 좋아? ]

[ 이것 봐 봐, 돈이 움직여~~]

그러면서 카드에 붙은 까치를 뜯으려고 했다.

뜯어서 자기 지갑에 넣고 다니고 싶단다.

행운도 주고 복도 주는 마스코트처럼 항상 지니고 

다니면 내년에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단다.

한국에 가면 인형이나 열쇠고리가 분명 있을 거니까

사주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자연스럽게

온 행운이 더 값진 거라면서 그냥 이 카드를

자기 가방에 넣고 다니겠다면서 카드 하나로 

사람의 기분을 이렇게 좋게 만드는 한국의 

디자인력, 참신한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며

감탄을 했다.

[ 이 카드를 보고 있으면 왠지 내년에도

 정말 좋은 일이 엄청 많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들지 않아? 산타할아버지가 

보내주신 걸까? ]

내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내며 열심히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깨달음...

한국에 가게 되면 정말 까치로 만들어진

악세사리를 찾아서 사 줘야될 것 같다.

 순진한 깨달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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