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를 하던 깨달음이 속옷을
훌라당 뒤집어 올려 내게 배를 내밀었다.
[ 뭐야? ]
[ 응, 하루 24시간 차고 있어야 한다고
간호사가 채워졌어..]
[ 언제 갔어? 뭔데? 어디가 안 좋은 거야? ]
[ 응,,어제 퇴근하고, 병원에 들렀어.
심장박동이 며칠전부터 좀 이상하게
뛰어서 검사하러 갔었어..,,]
[ 다른 말은 없었어? ]
[ 응, 일단 하루동안 체크해 보고 그 결과를
얘기하자고 그랬어 ]
[ 안 불편해? ]
[전혀,,근데 오늘 샤워하지 말래 ]
[ 샤워가 문제가 아니라,,검사결과는
언제 나오는 거야? ]
[ 다음주..]
[ 언제부터 그랬어? 근데 왜 나한테 말 안했어? ]
[ 별 거 아닌 것 같아서...]
시아버님이 심장이 좀 비대하다는 얘긴 결혼초에
들었다. 특별히 처방을 하시진 않았고
가끔 불편할 때마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그대로 지내셨다고 했다.
[ 혹, 문제가 있을지 모르니까 미리 가 본거야,
걱정하지마,, ]
[ 그래도,,걱정이네..]
양복을 입고 좀 주춤하다가 흘리듯 말을 꺼낸다.
[ 내가 예전부터 말했던 유언장 있잖아,
어디에 있는지 알지? ]
[ 그걸 왜 지금 얘기 해? ]
[ 그냥, 확인차 하는 거야,,]
[ 보험증서도 같이 넣었어..]
[ 알아,,,]
[ 회사는 00군에게 넘기는 것도 알지? ]
[ 아는데, 왜 지금 그 얘길 하냐고? ]
[ 확인하는 거라고,,,]
[ 뭘 확인 해? ]
[ 그냥,,,무슨 일이든 미리미리 준비하고
알아두는 게 좋잖아 ]
[ 알았으니까 그만해..]
깨달음은 가끔 이렇게 느닷없이 날 놀라게 하고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초딩처럼 까불다가 선생님처럼 바른 소리와
훈계를 하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난 많이 아팠고
지금도 갱년기증상과 호르몬 이상으로
여러곳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깨달음은 결혼을 해서 지금껏 그렇게 크게
아프지 않았고 큰 병치레 같은 것도
없었는데 오늘을 덜컥 겁이 났다.
괜찮겠냐는 거듭된 내 질문에 깨달음은
밝은 미소로 아무일 없다며 큰 엉덩이를
요리조리 흔들며 즐겁게 출근을 했다.
저녁 8시가 넘어 깨달음에게서 전화와 함께
카톡이 계속해서 왔다.
거래처분들이 우리집에 오고 싶어 한다고
한국요리를 먹고 싶어하는데 8월 5일에
집에서 파티를 하면 안 되겠냐는
갑작스런 내용이였다.
일단 약속을 하지 말고 집에서 얘기하자고
전화를 끝냈는데 10시가 넘어서
많이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왔다.
눈이 반은 감긴채 내게 다시 확인을 하려했다.
[ 8월 5일날 정말 안돼? ]
[ 나한테 미리 얘길 해야지 날을 그렇게
정하면 안돼지..안 그래? ]
[ 다들 그 날이 좋다고 해서..]
[ 다들 좋다고 해도 나는 안돼..]
[ 알았어..그럼 언제가 좋아? ]
[ 아니,,꼭 해야할 이유가 있어? ]
[ 당신 음식이 맛있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저기 거래처에 소문이 나서
다들 오고 싶다고 하잖아..]
[ 몇 명 쯤 초대할 생각인데? ]
[ 응,,15명,,,]
[ 나 혼자,,15명을 어떻게 해? ]
[ 지난번에도 했잖아,,,]
[ 그러긴 한데..도우미 한명 불러 줘.
그럼 할게.그대신 파티는 9월로 연기해줘 ]
[ 알았어...]
(작년 홈파티 때 준비하는 깨달음)
[ 당신이 제주도에서는 정말 상냥하고
잘해줬는데 일본에 오니까 또 냉정해..]
[ 갑자기 뭔 소리야? ]
[ 아니..제주도에서 당신이 나한테
너무 잘해줘서 그립다는 소리야,,]
[ 특별히 잘해 준 거 없는데..]
[ 아니야,,우리 결혼전 연애할 때처럼
너무 부드럽고 좋았어..]
[ 아마, 당신이 한국에서는 외국인이니까
좀 더 신경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잘해주고 그런 건 없었어..]
[ 나를 대하는 태도, 마인드가 달랐다는 거지..
정말 상냥하고 좋았는데...]
[ ............................. ]
[ 우리집에 오고 싶다는 사람이 많으니까
당신이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어..]
[ 알아,,근데 스케쥴을 맞춰야지..
그리고 지금 더워죽겠는데 누가 파티를 하냐고 ]
[ 에어콘 틀면 되고,내가 도와주면 되는데..
오늘 같이 술 먹은 거래처 사장이 주말이면
한류드라마를 와이프랑 빠지지 않고 본다네..]
[ 원래 일본 아저씨들이 한국사극을
많이 본다고 예전부터 그랬잖아..]
[ 그 사장이 간장게장이 먹고 싶대..
와이프는 순두부찌개...]
[ ................................. ]
[ 당신,,내가 힘들거라는 생각은 안해? ]
[ 하지..그래도 사람들이 우리집 와서
당신 요리 먹으면서 좋아하는 게 보고 싶고,,
자랑하고 싶고,,그래..내 거래처 사람들이
다 부러워 해~. 내가 말하지 전에
우리집에서 먹고 간 사람들이 소문을 내는
바람에 다 퍼진거야,그니까 서로 올려고 하지...
내가 도와 줄게..마늘도 까고 김치도 버무리고,,
콩나물도 다듬고,,,누가 뭐라해도
우리 와이프 한국요리가 최고이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한국요리라는 걸
모두에게 알리고도 싶어..,,]
점점 눈이 실실 감기길래
눈 뜨고 얘기하라고 했더니 갑자기
ㅠㅠㅠ를 하면서
[ 부탁합니다, 미안합니다,
파티 부탁합니다~]라며
몇 번이고 부탁해요~를 외쳤다
결국 9월중에 파티를 하기로 하고
아내를 자랑할 게 그게 뿐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깨달음은 이미 꿈나라에 빠져 있었다.
남편 기 살려주는 길로 생각하고
9월에 또 홈파티를 열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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