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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줬다

by 일본의 케이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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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다.

먼저 돌아간 깨달음과는 날마다 통화를 하며

식사는 잘하고 있는지 회사는 별 탈 없는지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는지 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하루도 빠짐없이 나눴다.

내가 혼자 음식을 먹을 때나 새로운

장소를 갈 때면 실시간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보내서인지

거리상으론 떨어져 있지만 전혀

멀리 있음을 체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매번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으면

생각해 두었던 것들을 말하기도 하고

내가 사진을 보내면 깨달음이 

먹고 싶은 걸 콕 집어서 말하곤 했다.

지난주 제주도 동문시장에서는

맛있게 생긴 약과를 사갈까 했는데

오란다가 맛있게 보인다길래

 약과와 함께 사서 택배로 보냈다.

약과나 오란다보다는 한라봉을 너무 먹고

싶어 했지만 농산물은 규정상 해외발송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라봉으로 만든 쨈을

함께 넣어 보냈더니 받아보고

맛있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민속 오일장에 갔던 날은

옛날과자 사진을 보냈더니

다른 건 필요없고 고구마과자와

깨강정이 먹고 싶다길래 그것도 사고,

마트에 갔을 때는 직원들에게 주고 싶다며

버터와플을 6상자 부탁하길래 그것도

함께 바로 택배로 보냈다.

어찌 보면 깨달음은 해외직구를 하듯

 아주 편하게 필요한 것, 먹고 싶은 것을

사진을 보며 바로바로 내게 주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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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 박스의 택배를 보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왠지

기분상 또  해외직송 하고 싶은 게

생긴 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한국에서 마지막 날인데 뭘 한 건지

궁금하다길래 강남에 잠시 갔다가

 서점에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부탁할 게 있다고 했다.

[ 종로에  그 가게 있잖아,, 만쥬가게..

거기서 상투과자 사다 주면 안 돼? ]

[ 나,, 강남 간다니깐..]

[ 강남 갔다가,,종로 가서 사면 되잖아,,]

[ 알았어.. 시간 나면 갈 게 ]

[ 그리고,, 또 있는데...]

[ 뭐? ]

[ 서울역 있잖아,, 지난번에 케이티엑스

기다리면서 커피숍에서 먹었던 크림빵,

나,, 그것도 먹고 싶은데...]

[................................ ]

내가 아무 대답을 안 했더니 생각나지

안냐면서 다시 묻는다.

[ 알아,, 그 생크림빵..]

[ 어머니한테도 사 가니까 어머니도

맛있다고 좋아했잖아,,]

[ 알아,,,,무슨 말하는지.. 지난번에는

남대문에서 찹쌀빵이나 도넛, 술빵

사 오라면서 이제 그건  안 필요해? ]

[ 응,, 그건 한 번 먹었으니까 괜찮은데

상투과자랑,, 크림빵은 또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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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갑자기 귀찮아져서 강남 가서 그런 게

있으면 사겠다고 했더니 강남은 필요 없고,

종로 그 빵집에서 파는 상투과자, 그리고

서울역 그 커피숍 크림빵이어야 한단다.

[ 깨달음, 강남이 훨씬 맛있을 거야 ]

[ 아니,, 나는 그 집 게 좋아,,]

[ 그럼, 내가 강남 갔다, 서울역도 가고

종로 갔다가 호텔인 을지로로

돌아와야 되네..... ]

내가 동선을 얘기했더니 너무

힘들 것 같으면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사다 주면 좋겠단다.

 

한일커플들만이 갖고 있는 문제

커피숍에 들어서자 오늘 산 책들을 나에게 보여주셨다. 디자인, 사진, 브랜드 창시에 관련된 책들이였다. 음료를 주문하려고 하자, 배고프니까 그냥 밥을 먹으로 가자고 한다. 그렇게 나와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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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도 이런 웬수가 있나 싶으면서도

먹고 싶다는데 안 사다 줄 수도 없고 해서

종로에서 상투과자를 사고 인증삿을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 내일 내가 하네다 공항에서 두 팔

벌리고 당신을 기다릴 테니까 빨리 와,

그리고 내가 무리한 부탁을 했는데

들어줘서 고마워 ]

[ 무리한 부탁이란 건 알았어? ]

[ 알지.. 한국에서 마지막 날이니까 당신도

하고 싶은 게 있었을 텐데.. 내가 이것저것

사 달라고 부탁했으니까...]

[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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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크림빵은

냉동된 걸 사야 해서 내일 공항

가기 전에 들릴 수 있으면 사 볼 생각이다.

제대로 해외직구를 하는 원수 같은

남편이지만 내가 한 달 동안 깨달음에게

소포를 세 박스나 보낸 이유 중에 하나는  

혼자서 한 달 살기를 하게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국 자녀를 키우는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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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은 또 그렇게 산다

성큼 다가온 가을바람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 주말엔 침대커버를 바꾸고 여름옷들을 정리했다. 버린다고 버리는데도 2년 넘게 안 입은 채로 그대로인 옷들이 꽤나 있어 한 보따리 싸놓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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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보다 훨씬 더 서울에서의

한 달 살기를 꿈꿔왔을 깨달음인데 그걸

꾹 참고 한국 간식으로 그 마음을

달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보냈던 것이다. 

 한 번 맛본 것은 잊지도

않아서 옆에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만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면 수고스럽더라도

사다 주고 싶다.

그나저나 깨달음은 먹고 싶은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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