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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애정결핍이라고 하니...

by 일본의 케이 202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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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역(新宿駅) 개찰구를 나오자 온통 북소리와

경쾌한 음악소리가 도로를 점령한 채

축제열기가 뜨거웠다.

4년 만에 열린 신주쿠 에이사(エイサー) 축제가

있는 줄 모른채로 미션 임파서블을 보기 위해

나왔는데 사람들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거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에이사 축제는  유명한

오키나와(沖縄) 전통행사로 크고 작은북을

치면서 남녀춤꾼들이 오키나와 민속악기인

산신(三線)에 맞춰 거리를 돌며 북과 함께

춤을 추는 축제이다.

둥, 둥 울리는 북소리도 그렇지만 그에 맞춰

절도 있는 춤을 선보이는데 음악도 그렇고

보는 이들도 같이 신명이 나게 만든다.

3시간의 긴 영화를 보고 나온 우린 일단

북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 팀이 되어 

창의적인 춤을 추기도 하고 익살맞은 춤도

추는데 오랜만에 봐서인지

힘차게 울리는 북소리와 장단이

약간 사람을 흥분시켰다.

산신에 구슬픈 선율과 오키나와 노래가

 어울려  각 팀마다 보고 있으면 뭐랄까 묘한

매력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팀마다 춤사위와 노래 자체가  달라서인지

지루할 틈이 없고 역동적인 움직임과

다이나믹함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세 팀을 연달아 보다가 우린 예약해 둔

삼계탕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원래 깨달음은 삼계탕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내가 여름철엔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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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더니 깨달음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 한국하고 맛이 달라 ]

[ 알아,,그래도 삼계탕 전문점이야, 여기 ]

[ 근데 한국맛이 아니야 ]

[ 깨달음,, 알았으니까 그냥 먹어,,,]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는 다른 걸 시키려고

메뉴판을 훑어보더니

먹을 게 없다며 다시 삼계탕을 먹었다.

[ 인삼 맛이 전혀 안 나는데? ]

[ 일본인이 인삼 냄새를 싫어하니까

많이 안 넣었겠지. 그래도 한방 삼계탕이니까

몸에 좋은 한방이 많이 들어있을 거야 ]

[ 한약맛도  안 나...]

 

깨달음은  자기가  한국에서 먹었던

삼계탕 맛을 디테일하게 설명해 가며

영계 뱃속에 채워진 찹쌀을 꺼내 먹었다.

나도 맛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나까지 동참하면 깨달음이 더 안 먹을 것 같아

맛평가는 하지 않고 그냥

몸 보신한다 생각하고 먹었다.

가게를 나와 신주쿠 쪽으로 걸어가자 또 

북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우린 너무 더워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오키나와에 갔던  얘기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

[ 나,, 지난주에 최종적으로 서울행 취소했어 ] 

[ 왜? 혼자라도 다녀오면 되잖아 ]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 혼자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 당신 일주일살기 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서울을 만끽하면 되는데 왜 취소해..]

[ 나 혼자는 가기 싫어..]

깨달음은 나와 달리 무엇을 하던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나는 그런 생각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지만 

깨달음은 내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 아니, 왜 혼자 못하냐고,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도 다 체크해 놓고선,,,

혼자라도 다녀오면 되잖아,

자유롭고 훨씬 편할 텐데..

난 이번에 스케줄이 안 맞다고 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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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혼자 하는 게 싫어. 당신이랑 같이

하는 게 좋아 ]

 [............................. ]

결혼하고 10년을 넘게 각자의 시간들을

소중히 하자고 외쳐왔는데 깨달음에게는

통하지 않은 듯, 변함이 없었다.

[ 부부는 같이 움직여야 좋잖아,

난 그렇게 생각해 ]

 [ 난, 전혀 그렇게 생각 안 되거든, 

 서로가 즐기는 것, 서로가 관심 있는 것들이

다른 데 상대에게 강요하면 안 되지..]

[ 강요라기보다는 부탁이지...]

[  제발, 부탁하지 말아 줘,

부탁받으면 거절하기 불편하잖아 ]

[ 그래도 난 부탁할 거야, 같이 움직이자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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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스스로가 애정결핍이 있는 것 같다며

자기 혼자 있으면 왠지 불안하고

엄마 잃은 아이처럼 초조해진단다.

 [ 깨달음,,난 당신의 엄마가 아니야 ]

[ 당연하지, 근데 당신은 한국에 가면

내 보호자잖아, 보호자 없이 내가 혼자

어떻게 한국에 갈 수 있겠어..]

[ ............................ ]

더 이상 불안증 있는 사람과

대화가 안 될 것 같아 우린 적당히

양보하면서 살자고 했다가

다시 똑같은 대화로 투닥거리다

서로가 편해지는 여행은 크루즈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합의를 보고 커피숍을 나왔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신주쿠 거리는

막바지 축제를 장식하기 위해  춤꾼들이

남은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더 힘차게 북을 두들기고

땀으로 흠뻑 젖은 참가자들은 여름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춤사위가 점점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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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깨달음이 

오키나와에 직접 가서 에이사를 보는 게

어떠냐고  같이 가주실 겁니까라고 물었다.

물귀신 작전도 아니고 출장도, 미팅도,

여행도, 현장도 웬만한 곳은 꼭 같이

동행하려는 깨달음 마음은 

감사하면서도 꽤나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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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혼자서 해결하고, 항상 혼자가

편했던 나에게는 깨달음의 과분한

관심과 애착? 이 벅찬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감사해야겠지..

남자들은 아내를 엄마화 시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던데 깨달음도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애정결핍이라고 하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줘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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