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달음 혼자 가도 괜찮겠어? ]
[ 응, 간단한 거야, 복부마취만하고
30분이면 끝난대, 걱정하지마]
[ 지난번처럼 휠체어 타지 않아? ]
[ 음,,안 탈 것 같은데...]
[ 그냥 나도 같이 가자 ]
[ 아니야, 그것보다 당신도 빨리 병원 가봐 ]
[ 응,,, ]
깨달음이 지난번 몸에 넣었던 스텐트를
제거하기 위해 오늘 병원을 가는 날이다.
삽입할 때와 달리 빼낼 때는 간단하다고는
하는데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함께 가겠다고 했는데 내 눈 상태가 많이
심각해서 깨달음이 혼자 가겠다고 나를 뿌리쳤다.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기가 거북해서
거울을 봤더니 이 꼬마아이 눈처럼
눈두덩이 부풀어올라
쌍꺼플도 없어진 상태였다
벌레에 물리지도 않았고 전혀 가렵지도
않는데 라면 먹고 부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눈두덩이가 양쪽으로 부었다.
실은 3일전에는 오른쪽 눈이 부었다가 오후가
되니까 자연스럽게 가라앉아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는데
오늘은 두 눈이 퉁퉁 부었던 것이다.
검색으로 알아봤더니 알러지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데 3달전, 알러지반응 검사에서
꽃가루 외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건 또 뭔일인지...
일단 깨달음에게는 병원에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먼저 보내고 난 깨달음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행여나 무슨 일이 있으면 당장 달려갈 수 있게,,
8시에 집을 나섰던 깨달음에게서 10시 30분이
되어서 무사히 끝났고 회사로 가겠다는
연락을 받고 나도 병원으로 향했다.
다래끼는 분명 아니고 가렵지도 않고,
눈꼽이 끼거나 시력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알러지라고 단정 짓기도 힘들고 가끔 이렇게
부풀었다가 자연스럽게 나아진다면 어떤
특정한 음식에 반응을 할 수도 있는데 지금 이
상태로는 무어라 딱히 병명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약을 처방할 수도 없고 다음에 또
그러면 좀 더 세밀한 알러지 검사를 해보자신다.
일단, 병원을 다녀왔다는 안심감만 얻고 돌아와
깨달음과 통화를 하며 몸상태를 물었다.
[ 출혈이 좀 있었는데 당신한테 빌린
생리대는 안 차도 될 것 같애 ]
[ 그래,,다행이네...]
[ 점심은? ]
[ 이제 먹으려고 ]
[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무사히 수술 끝났으니까
맛있는 거 사줄게 ]
[ 진짜? 그럼 짜장면 먹을래 ]
[ ................................. ]
신오쿠보에서 만나 짜장면 가게로 걷는데
영화를 먼저 보잔다. 라이온 킹이 보고 싶다고,,
[ 왠 라이온 킹...매번 같은 내용인데..]
[ 그런 명작은 항상 봐 줘야 하는 거야,
그리고 오늘은 내 수술 무사히 끝난 날이니까
내가 원하는대로 해주는 거 아니였어? ]
[ 해 줄게, 근데 배 안 고파? ]
[ 고픈데 괜찮아, 좀 참았다가 먹으면
훨씬 더 맛있거든 ]
[ ......................................]
그렇게해서 영화관에 들어가 남들은 모두
팝콘을 먹으면서 즐기는 영화를 깨달음은
땅콩을 한봉지 야금야금 씹으며 영화를 봤다.
드디어 중국집에 도착, 정성스럽게 짜장을 비벼
한입 넣는 깨달음.,,맛있다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또 한입 둘둘말아 크게 넣는다.
[ 배 고플 때 먹으니까 완전 꿀맛이다 ]
[ 천천히 드세요,수술하고 짜장면 먹은 사람은
그렇게 많이 없을 거야,,]
[ 수술이라고 할 것도 없어,간단했는데 뭐,]
[ 그래도 출혈이 있었다면서? ]
[ 괜찮아, 탕수육 먹으면 새로운 피를
많이 만들 수 있어]
[ ................................... ]
깨달음에게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차후 결석제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 아직 100% 배출이 되지 않아서 다시 엑스레이
촬영을 한 후, 결석이 잘 나올 수 있게
유도해 주는 약을 복용할 예정이야,,
아, 행여나해서 하는 말인데 내일 시골가서
아버지, 어머니한테는 말하지 마 ]
[ 안 할거야 ]
[ 혹 당신이 염려해서 말할까봐,,]
[ 걱정마, 안 해 ]
아직까지 약간의 통증이 있어 많이 걷거나
운동을 할 수도 없고 힘을 쓸 수없는 자신의
상태를 철저히 숨기고 싶다고 했다.
[ 알았어..]
내 대답에 확인이 섰는지 멈췄던 젓가락질을
바쁘게 움직여 마지막 남은 탕수육을
한 점까지 소스에 묻히고 묻혀
말끔히 다 비웠다.
[ 역시,,짜장이랑 탕수육은 찰떡궁합이야!]
[ 그래,,지난번 한국에서 안 먹었으니까
더 맛있게 느껴지겠지 ]
[ 아,10월에 한국에 가면 남산에 유명하다는
돈까스를 한번 먹어 볼 생각이야 ]
[ 10월이면 아직 멀었어,그 때 가서 또 바뀔지
모르니까 천천히 생각해 둬 ]
[ 그니까 지금부터 말하는 거잖아 ]
[ 알았어..]
전철역으로 가는 길, 정육가게에 들러
꼬리뼈를 사잔다. 지난번 한국에서 언니네와
먹었던 꼬리곰탕이 다시 먹고 싶다며...
[ 진작 말하지, 그랬으면 짜장면이 아니라
미리 꼬리곰탕을 준비했을 건데 ]
[ 아니야, 난 짜장면으로 충분히 회복됐어,
근데 꼬리곰탕도 먹고 싶다는 거지 ]
횡단보도를 걷는 깨달음 발걸음이 지쳐있었다.
보폭이 작아졌고 확실히 템포도 느렸다.
아무렇지 않은 듯 짜장면과 탕수육을 맛있게
먹었지만 그의 몸은 말하고 있었다.
꼬리곰탕을 빨리 먹여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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