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머니, 뭐 하세요? 교회 갔다왔어요? ]
[ 오머니, 식사하셨어요? ]
[ 오머니, 뭐 사갈까요? ]
[ 오머니, 필요한 거 있어요? ]
[ 오머니, 서울에서 만나요 ]
깨달음은 오늘도 엄마가 대답할 시간은 거의 주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잊어버릴까봐
서둘러 묻고 전화기를 내게 바로 넘긴다.
[ 아무것도 필요없응께 그냥 오세요, 과자도
필요없고, 진짜로 아무것도 필요없응께 ]
[ 엄마, 나야 ]
[ 응, 궁금했는디 마침 전화가 오네,
이번주에 배즙을 낼 생각인디
얼마나 가지고 갈래? 작년처럼 한박스
할까한디 부족 안 하것지? ]
[ 엄마, 하지마, 우리 그냥 여기서
사 먹기로 했어 ]
[ 왜? 내가 해주고 싶은디 ]
[ 아니야, 엄마 하지마, 여기 코리아타운 가면
다 팔아, 배즙을 해도 우체국에서 보내면
무거워서 우송비가 10만원 이상 나오고
그냥 여기서 사 먹는 게 더 싸 ]
[ 그래도 자연산으로 도라지 들어간 배즙이
좋은 것이 없을 것인디? ]
[ 아니야, 여기도 좋은 거 많이 팔아 ]
[ 그래,,그믄 뭐 다른 거 준비하끄나? ]
[ 우리 참기름 떨어졌으니까 참기름
한 병만 준비해 주시면 돼요]
[ 오냐 알았다, 내가 참기름 짜서 갈란다 ]
옆에서 엄마랑 무슨 얘길 하나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던 깨달음이 술 마시는 흉내를 낸다.
[ 아, 엄마, 사케(일본 정종) 사 가지고 갈게요 ]
[ 응,,그래 그 놈 한 병 사오니라,
삼촌들이랑 오믄 한잔씩 드리게 ]
[ 알았어, 엄마, 뭐 필요한 거 생각나시면
바로 전화 주세요 ]
[ 응, 알았다, 글고 절대로 쓸데없는 거 사오지
말아라잉,안 먹응께 ]
[ 알았어요 ]
한국에 가기까지 아직 일주일나 남았는데
깨달음은 지난주부터 하나씩 하나씩 선물들을
사들고 왔고 오늘은 엄마에게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걸었다.
[ 필요한 거 진짜 없으시대? ]
[ 응, 진짜로 진짜로 아무것도 사지말래 ]
[ 아, 이번에 어머님이랑 뭐 먹을 거야?
2월달엔 시장에 가서 전복이랑 낙지 사서
보쌈을 작은 형님댁에서 먹었잖아 ]
[ 몰라, 아마 이번에는 식당에서 먹을 걸
조카가 낳은 아이를 보기 위해 가는 거니까
언니네 집에서 식사할 시간이 없을 거야 ]
[ 그렇구나, 그럼 뭘 먹지? ]
그렇게 생각이 잠긴 깨달음은 핸드폰을 들고
손놀림이 바빠졌다.
[ 깨달음, 이번에는 정말 조금씩만 주문하자,
알았지? 다 먹지도 못하면서 여러가지
시키는 건 여러모로 낭비야 ]
내 말이 안 들리는 사람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핸드폰 검색하느라 정신없는 깨달음..
우린 한국에서 어느 식당에 들어가던 기본이
4,5개의 메뉴를 주문한다.
예를들어 만두와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가도
옆에서 다른 메뉴를 먹는 걸보면 그들이 먹는
팥죽, 떡볶이, 쫄면 같은 걸 추가로 시킨다.
콩나물 해장국을 먹으로 갔다가도
오징어볶음과 계란말이, 해물파전을
주문하기도 했다.
짜장면집에 가면 짜장, 짬뽕, 탕수육은 기본
거기에 볶음밥을 추가하기도 하고
잡채를 주문할 때도 있다.
지난번 종로에서는 옆에서 어르신들이 도가니탕
먹는 걸 보고 비빔냉면과 찐만두를 먹고 있다가
도가니탕을 시켜달라해서 주문을 하니까
주인 아저씨가 다 드실 수 있냐며 물었고
깨달음이 얼른 밥은 안 먹을 거라며
공기밥을 아저씨에게 다시 돌려줬다.
그렇다, 깨달음은 한국에서 식사를 할 때
밥, 즉 공기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
먹더라도 한 두숟가락 떠 먹고 말기에
주문할 때부터 깨달음은 밥이 필요없다고
미리 말을하거나 아줌마에게 돌려드린다.
그 이유는 이렇게 여러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
밥으로 배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리탕, 매운탕,족발전문점처럼 한두개의
메뉴만 있는 식당은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안주류 메뉴가
많은 식당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
다양한 메뉴가 준비된 곳에 가서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는 재미를 즐긴다.
구이, 튀김, 전, 볶음, 찌개,무침, 탕까지
조리법이 다르고 재료가 다른 음식들을
먹으며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 둘 모두 대식가가 아니기에
주문한 음식을 모두 먹지 못하고 포장해 오지만
하루종일 밥 한톨 먹지 않을 때가
있어 내가 잔소리를 한마디하면 꼭 이렇게 말한다.
[ 밥은 일본에서 먹어도 돼, 한국에 있는 동안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을만큼 최대한
여러종류 먹고 돌아가는 게 내 목표야 ]
즉, 보이는 건 다 먹고 싶다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밥을 먹을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할 때도 반찬이 많은 곳을
가고 싶어한다. 생선구이나 청국장, 북어국집을
자주 가는 편인데 혹 반찬 가짓수가 적게
나오면 계란찜이나 무침 같은 걸 별도로
주문하기를 원한다.
[ 깨달음, 그 마음은 아는데 남겨서 가져와도
어차피 안 먹잖아, 다른 거 먹어야 한다고 ]
그니까 욕심 부리고 말고 적당히 주문하자고,,]
[ 시로요~(싫어요) ]
[ 싫어요가 아니라 음식 남기면 안 된다고
당신이 맨날 그랬잖아 ]
[ 그래서 호텔에 돌아가서 먹으려고 하는데
다른 맛있는 게 너무 많은데 어떡하냔 말이야 ]
[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먹을만큼만 시킬거야]
[ 안돼, 그건 절대 양보 못해, 내가 한국 과자도
끊었는데 이젠 음식까지 끊어란 말이야?
절대로 그건 못해, 나는 먹고 싶은 거
다~~~~~~~시킬 거야 ]
[ .............................. ]
맞다, 몰래 숨겨먹을 만큼 한국과자를
사랑했는데 그걸 끊었다. 그건 깨달음에게
꽤나 가혹하면서도 굳은 결심이 필요했는데
용하게 잘 이겨냈고 그 부분은
크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음식은 별게의 문제이고 밥과 함께
먹으면 될 것을 반찬과 요리만을 먹기때문에
과다한 염분섭취가 걱정이다.
[ 깨달음, 돈도 아깝고 음식 그렇게 남기면 못써 ]
[ 나 돈 많아, 그리고 한국은 음식값도 싸잖아]
[ 그니까, 귀하게 먹어야지, 좀 먹다가
또 다른 거 시키고 그러면 되겠어? ]
[ 그니까 양을 조금만 해달라고 당신이
식당에 말을 잘 하면 되잖아 ]
[............................... ]
아주머님께 양해를 구해 1인분만 부탁드리거나
양을 조금만 해달라고 말씀 드리기도
몇 번 했봤지만 흔쾌히 해주시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갈치조림이나 낚지볶음 같은 건 1인분이
안 되는 음식이여서 안 시키고 싶은데
먹고 싶다고 하니까 추가를 하면 역시나
양이 많아 남길 수밖에 없다.
그 외에 다른 사이드 메뉴를 시킨 상태이면
더더욱 다 먹고 나올 수가 없다.
자기가 과자도 눈물을 머금고 끊었는데
한국 음식까지 못 먹게 한다는 건
이지메에 해당된다며
자기에게서 먹는 기쁨을
뺏지 말라는 깨달음...
원망스럽고 처량한 눈빛으로 얘기하는데
더이상 안 된다는 말을 못했다.
그래, 깨달음,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가끔 가는 한국인데 그 때라도
실컷 먹어 둬야지..먹는 기쁨이 크니까..
그래도 밥이랑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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