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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의 수술날, 쉬엄쉬엄 했으면 좋겠다

by 일본의 케이 2019.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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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내 노트북에 올려져 있는 스케쥴표는

지금껏 봐 왔던 병원과는 달랐다.

깨달음이 이번 수술을 위해 병원을 옮겼다.

수술을 위해 필요한 레저기계를 렌탈하는데

 예상과 달리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했고

무엇보다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3일이상

 입원을 해야한다는 것에

깨달음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삿포로, 나고야, 교토로 출장을 오가느라

바쁜 시기에 3일간 입원할 수 없다는 깨달음의 

강한 의지가 병원을 바꾸는 쪽으로 택했다.


그리고 수술방법도 예정했던 요관경하 배석술이

 아닌 체외충격파쇄석술로 변경했다. 

몸 밖에서 충격파를 주어 결석을

 분쇄해 자연배출을 유도하는 치료법인데

 입원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모든 걸 깨달음이 혼자서 수정하고 온 것이다. 

 [ 결석 크기가 1센티 이상이면 체외파쇄술이 

잘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너무 커서,,]

[ 아니 이 병원에서는 할 수 있대.물론 결석이 

너무 단단해서 잘 안되면 어느정도

간격을 두고 여러번 반복할거래, 그리고

수술이 1시간안에 끝나는 거야 ]

[ 근데 여기 1일 입원은 뭐야? ]

[ 원래는 바로 퇴원인데 나는 신장하고 아주 

가까운 곳에 결석이 있어서 좀 위험할 수 있으니까

파쇄술을 한 다음에 신장에 문제가 생겼는지

그걸 확인하기 위해 하루 입원하라는 거야,

 다음날 아침 신장 엑스레이 촬영하고 문제

없으면 바로 퇴원한다고 그랬어 ]

[ 저쪽 병원에서는 결석의 크기랑 강도에

따라 분쇄하는게 몸이 힘들거라고 했는데..

여러번 하게 되면 더 시간도 걸리고,,,]

나의 염려는 알겠지만 괜찮다며 깨달음은 자기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오후 2시 30분,

수술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서 보니 깨달음은 벌써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뭔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 기분은 어때? ]

[ 응, 좋아 ]

[ 오늘 낮부터 금식이였지? 배 고파? ]

[ 응 ]

[ 뭐 먹고 싶어? ]

퇴원하면 장어구이랑 감자탕을 먹을 거야,

 신오쿠보(코리아타운)에 감자탕 전문점인

아주 끝내주게 잘하는 곳을 내가

알아뒀어. 꼭 거기 가서 먹고 싶어,

남은 국물에 밥 넣고 김 뿌려서 만드는

볶음밥인가 비빔밥인가는 완전 환상이래 ]

[ ................................. ]

먹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은 좋은 증상이다.

지난주 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했던 날은 

낙심하고 풀이 죽어있었는데

아주 밝고 긍정적이여서 다행이였다.


 깨달음이 먹고 싶은 것들을 나열하는 사이

수술시간이 다가왔고 간호사와 수술실로 향하다가

내 쪽으로 휙 뒤돌아보며 까불자 간호사가

 재밌다는듯이 소리내어 웃었다.

40분쯤 지나 다시 휠체어를 타고 온 깨달음 

눈이 풀려 있었다.

[ 약하긴 한데 마취제가 들어가 있어서 약간

몽롱할 겁니다. 혹 환자분이 통증을 호소하면 

이 버튼으로 저희를 불러주세요 ]

[ 네..]

잠을 자는 것 같다가도 눈을 떳다, 감았다를

반복하면서 나를 확인하는 듯했다.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잠시후, 간호사가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기 위해 

왔을 때  제대로 눈을 뜨고 간호사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고 담당의가 오셔서

원래 3,000번 초음파를 쏘는데 이번은

2,000번만 쏘았다면서 역시 가까이 있던

신장이 걱정된다며 내일 아침 8시에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신장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바로 퇴원하시면 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 깨달음, 아파? ]

[ 아니..괜찮아,,]

[ 졸려? ]

[ 아니,,,]

[ 물 마실 거야? ]

[ 응 ]

[ 근데 스텐트 시술한 것은 언제 제거하는 거야? ]

[ 그건 또 날을 따로 잡아야 돼 ]

[ 그니까 저쪽 병원에서 하라는 데로 하는게

당신이 더 편했을 건데..]

[ 아니야, 괜찮아,,]


깨달음이 이 수술(ESWL) 을 택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있었다.

지난주 수술 전단계로 스텐트 시술을

한 뒤로 깨달음은 꽤 많은 피를 흘렸다.

 내 생리대를 빌려서 찰 만큼 출혈이 심해

생리하는 여자의 기분을 알았다면서 묘한

표정을 지으며 피를 보는 게 싫다고 했다.

또한 할일이 태산인데 환자복 입고

 4일간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있을 수 

없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8월15일(이곳은 추석임)전에 마무리할 게

 많은데 사적인 일로 직원들과 거래처에

 불편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몸 속에 있는 스텐트를 꺼내려면 

또 병원 신세를 져야한다.

[ 깨달음, 돈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돈을 엄청 

벌어놔도 아파서 병원다니고 입원,퇴원

 반복하는 삶은 아무 소용없다고 했지? 내가,  

적당히 쉬면 해, 3,4일 빠진다고 회사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왜 몸을 힘들게 해? ]

[ 나 돈 많이 안 벌어놨어, 그리고 많이

 놀았잖아, 하와이랑 한국도 다녀오고,

실은 오늘 오픈식이 있어서 홋카이도

 갔어야했는데 못갔어,,이렇게 수술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게 나한테는 좋은 거야 ]

물 한모금 다시 하고 누워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배고프다며 화제를 바꾼다.

 먹고 싶은 걸로 사 오겠다고 하니까 싫다면서 

내일 집에 가면 만두 구워달란다. 

지난번 한국에서 사온 만두,,

알았다고 하는데 다시 스르르 눈을 감는다.

저렇게 회사 생각이 가득할까,,

수술시간, 입원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지키고 책임을 다하려는 자신의 일... 

깨달음,,쉬엄쉬엄 했으면 좋겠어.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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