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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의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곳

by 일본의 케이 2020.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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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도가니 탕, 맛있겠다]

[ 저 불고기는 국물이 많아서 좋다 ]

[ 저 주꾸미 좀 봐,,지금이 재철인가 봐 ]

[ 한우를 저렇게 저렴하게 파는 거야?

아,,육회 색깔 좀 봐,,윤기가 흐르네..]

[ 저 백반집은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다 나오네 ]

[ 저 집이 정말 맛집인지, 후기평가는 어떤지

 검색 좀 해 줘 ]

[ ............................ ]


온라인 예배를 마치고 바로 한국프로를

보던 깨달음은 화면에 나오는 모든 음식을 보며

 먹고 싶다는 말을 연발했다. 

지난 14일, 일본 대부부의 지역에 긴급사태가

 해제되었지만 도쿄, 오사카를 포함한 8곳은

5월30일까지 스테이홈을 해야한다.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면 자신만의 루틴대로

움직이는 우린 이젠 아주 익숙해졌다.

깨달음이 점점 먹는 것에 집착을 보이는 것외에

특별히 달라진 것도, 아주 이색적인 것도 없이

같은듯 다른 날들을 보내고 있다.

화면에 맛있는 음식이나 식당이 나오면

깨달음은 참았던 식탐을 억제하지 못하고

괜시리 투정을 부릴 때도 있다.


[ 내가 지금 제일 먹고 싶은 게 뭔지 알아? ]

[ 몰라,,]

[ 그 종로에 있는 뚝배기집이야,,

지난번에 날마다 아침에 가서 먹었잖아,

그 된장찌개 맛을 잊을 수가 없어 ]

[ 한우도 먹고 싶다며.한우보다 그 된장찌개가

더 먹고 싶어? ]

[ 응 ]

[ 내가 끓여줬잖아 ]

[ 당신 것도 맛있는데 그 집은 맛이 달라,

마약김밥처럼 한 번 먹으면 자꾸 생각나 ]


 대식가는 아니지만 미식가에 속하는 

깨달음은 한국음식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어하고 탐익한다.

반찬 하나를 먹더라도 마치 요리인처럼

맛, 식감, 감칠맛, 향기 등을 분석하는 버릇이 있다.

너무 그러는 것도 별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몇 번 말했지만 워낙에 먹는 걸 즐겨해서인지

비교평가하는 건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과

같다며 지금도 열심이다.

나한테 뭐가 가장 먹고 싶냐고 물었다.

[ 나는 청국장이 먹고 싶어, 또 돌솥밥이 나오는

생선구이정식도 먹고 싶고,,그래]

[ 나는 아구찜에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김가루를 듬뿍 넣어 볶아먹고 싶어 ]

그렇게 쓸데없이 먹는타령을 주고 받다가

왠지 어딘가를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진

우린 점심메뉴로 어떤 음식을 테이크아웃게 좋을지,

 망설였는데 그냥 코리아타운에 가자고 했다. 

[ 깨달음,,특별히 살 게 없어,,]

[ 짜파구리 라면이라도 사오지 뭐,

아, 처제가 보내준 거같은 한국 마스크

 파는지 가보자 ]

[ 아직 남았잖아,, ]

[ 그래도 더 사 두면 좋잖아 ]

한국 마스크가 왠지 든든하다는 걸

나도 느꼈기에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곳곳에서 판매중인 마스크는 대부분

 중국산, 배트남산이 전부였고 한국산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바퀴를 돌다가 답답해서

깨달음이 판매원에게 물어봤더니

한국 마스크는 수금지여

일본에서 판매하지 못한다고 했다.

 마스크가 없다고 하니 그냥 필요한 것만 사서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깨달음은 오랜만에 나온

코리아타운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어했다.

[ 깨달음, 가자 ]

[ 여기도 영업을 많이 안 하네..]

[ 그러겠지, 아직까지 긴급사태잖아 ]

[ 근데 저기는 오늘도 장사 해... ]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은 우리의 단골집..

[ 외식하게? ]

[ 응,,오늘은 꼭 먹어야겠어...]


3주전에 왔을 때도 발길이 떨어지지않아 한참을

머뭇거렸던 짜장면집,

외식을하면 안 된다기 보다는 되도록이면

삼가하고 싶어서 한달이 넘도록 집밥을 고집했었다.

가끔은 테이크아웃으로 맛의 변화를 주며 잘 지냈는데

이젠 한계에 도달했는지 내 의사보다는

자신의 본능에 따르겠다는 듯, 가게 안으로

성큼 성큼 들어갔다.

   테이블은 텅텅 비어있었고 우린 제일 구석자리에

앉아 늘 먹던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손님이 없는 덕분인지 음식은 바로 나왔고

탕수육과 짬짜면을 먹으며 아주 행복해했다.

난 솔직히 편치 않았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깨달음이 맛있게 먹는 걸 지켜보았다.

[ 당신은 왜 안 먹어? ]

[ 아니야, 먹었어..당신 먹으라고,,]

[ 역시,,탕수육은 집에서 먹는 거보다

이렇게 밖에서 먹어야 더 맛있는 것 같애 ]

[ 음,,많이 먹어 ]

아주 만족스럽게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역에서 깨달음은 한인마트에서 산 과자들을

 꺼내더니 너무 사랑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다.


[ 그렇게 좋아? ]

[ 음,,먹고 싶었거든, 이거 우리 직원들도

좋아해서 가져가면 금방 없어져버려 ]

 오늘 산 과자는 회사에 가져가지 않고 혼자 먹겠다며

저녁 메뉴는 떡만두국을 끓여달라는 깨달음.

 아침부터 한국음식을 다양하게 봤으니 눈 앞에 있는

짜장면집을 그냥 지날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짜장면을 먹을 목적으로 코리아타운에

가자고 마스크를 핑계삼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됐기에 

계획에 없던 외식을 하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여전히 코로나가 주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없기에 오늘 이후, 더이상의 

외식은 없을 거라고 다짐을 받으려했더니

순순히 알았다고 오늘 짜장면 먹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서 한달간은 또 버틸 수 있단다.

코리아타운에 다녀오면 잠시 서울에 간 기분이

들어서 에너지 충전이 된다는 깨달음.

무슨 에너지 충전인지 명확히 알 순 없지만

나역시도 잠깐의 정신적인 휴식처럼 

만족도가 높았지는 걸 실감한다.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되어가는 긴급사태기간..

슬슬 지쳐가고 있는 맨탈을 위로하며  

조금만 더 버티다보면 또 자유롭게

음식탐방 시간이 주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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