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이곳 도쿄는 최고기온이 18도,
오늘은 20도였다.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해
겨울이였다가 가을으로 돌아가는
묘한 날씨가 요며칠 계속 되고 있다.
코트를 입었다가 더워서 다시 양복만 입고
출근하길 반복했는데 송년회가 시작되면서
퇴근이 늦여지며 밤바람을 쐰 깨달음이
감기기운이 있다고 했다. 엄마가 보내주신
배즙을 따뜻하게 데워서 아침, 저녁으로 마셨지만
그렇게 개운치 않았던 모양이였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문뜩 물었다.
[ 우리 지난번 한국에서 마지막날
호텔 라운지에서 키친 먹었잖아,생각나? ]
그날은 해질무렵부터 종로에 나가서
돌아다녔고 만보계가 2만5천보를 찍었던
날이였다. 종로에서 놀다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보고 흥분한 깨달음이 청계천을
청국장이랑 헷갈려 청국찬이라고 해서 둘이
배를 움켜잡고 웃었던 것도 기억난다.
화려한 조명과 건물들, 맛있게 생긴
각종 음식샘플들을 신기해하며 연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던 깨달음,,
[ 근데 왜 그날을 묻는 거야? ]
[ 그날,,내가 감기 걸린 것 같다고 해서
당신이 약국에 데리고 가 약 사줬잖아]
[ 응 ]
[ 그 때 마셨던 약을 마셔야 될 것 같애...
그것 마시고 금방 좋아졌거든,,그래서 우리
호텔에 안 들어가고 라운지에서
맥주랑 치킨 먹었잖아,,
그 감기약이 완전 직방이였는데...]
그날 분명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을 사서 먹었고
호텔에 들어가 쉬려고 했는데
몸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마지막날이니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한잔씩 하자고해서
한잔씩 하다가 특별이벤트로 후라이드치킨행사를
한다는 직원의 달콤한 속삭임?에 홀려 치맥을
즐겼던 게 사실인데 이야기인즉슨, 그날
종로의 모약국에서 마셨던 그 약을
먹으면 자기의 감기가 바로 떨어질 것 같다고
그 약을 내게 구해달라는 것이였다.
[ 깨달음,,그걸 사려면 코리아타운에
가야 될 거야, 한국약국이 하나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약을 판매하는지,,잘 모르겠어..]
[ 보내달라고 하면 안돼? ]
[ ............................ ]
결론은 한국에서 보내줬으면 하는 거였다.
[ 보내주는 것보다 내가 코리아타운 가서
사오는게 더 빨라,그리고 이제 뭐든지
부탁하지 않고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잖아]
[ 안 팔면 어떡해? ]
[ 그냥,,일본 감기약 먹으면 되고,,
그 약 안 먹어도 지금껏 잘 나았잖아,,
그리고 그건 냉정히 말하면 감기약이라기
보다는 진한 한방차? 한방드링크제 같은 거야.
약국에서 감기약을 먹을때 같이 마시라고 건네는
한방 드링크제정도야,,,,
그게 감기를 낫게 하는 약은 아니야.. ]
내가 이렇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했지만
깨달음 머릿속은 이미 그 쌍0탕이 점령을
하고 있어서 그 걸 마셔야 감기가 금방
나을 거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한방이기 때문에 몸에도 좋고, 독한 양약에서
나오는 나쁜 화학독소?들을 배출 시켜준다는
신빙성도 약하고 근거없는 분석을 해가면서
약사가 권했을 때는 분명 감기 환자에게
필요한 그 무언가가 들어있기에 준 거라며
억지?를 부렸다.
되돌아보니 그날도 따끈한 쌍0탕과 함께 약사가
권한 감기약을 마셨던 깨달음은 거짓말처럼
금새 좋아졌다고 종로를 더 돌아보자고 했었다.
원래 박0스를 만병통치약으로 알았는데
이젠 쌍0탕을 마셔야 감기가 낫는다는
깨달음만의 공식이 생긴 듯 했다.
내 설명이 못믿어웠는지 그 약의 성분이
뭔지 자세히 알려달라고 했다 .
검색을 해서 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대추,
유계, 감초들이 주 원료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쌍화탕의 효과는 허약체질, 피로회복,과로,
병중병후, 자한(이유없이 몸에서 땀이
나는 증상)에 효능이 있다는 것까지 설명을
하자 더 의기양양해진 깨달음은 역시
감기에는 쌍0탕이라는 생각을 굳혔다.
[ 알았어.내가 코리아타운에서 판매를 하는지
알아보고 판매하면 바로 주문을 하던지 할게 ]
[내가 처제한테 전화해서 부탁하면 안돼?]
[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 ]
[ 응,처제는 뭐든지 내 말 다 들어주잖아,
약은 누군가의 애정과 사랑이 담긴 것을
먹어야 낫는다는 엉뚱한 논리를 펼치는 깨달음과
애정결핍이 있는 거 아니냐고 따지는 나,,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끝내 동생에게
전화해서 부탁을 하는 깨달음.
[ 00씨, 식사하셨어요? 부탁이 있어요,
쌍0탕 보내 주세요, 감사합니다 ]라고
말해놓고는 쑥스러운지 얼른 전화기를
넘기고는 저쪽으로 멀리 떨어진다.
동생은 서투른 쌍화탕 발음을 하는 깨달음이
귀엽다면서 두박스 보내준다고 하자
기분이 좋은 깨달음이 고맙다고 손을 격하게
흔들면서 얼른 찍어서 처제한테 보내란다.
엄마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이 깨달음에
모든 뜻을 다 받아줘서 버릇이 저렇게 나쁘게
들어버린 것같다.
좋은 건 어쩌면 저렇게도 잘 아는지
참 못말리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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