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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새롭게 배워 온 한국어

by 일본의 케이 2018.02.09


신한은행 일본지점(신주쿠)이 코리아타운에 

생겼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깨달음이 통장을 만들었으면 했고

오늘에서야 시간이 나서 잠시 들렀다.

굳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모르니 미리 만들어 놓는게 좋지 

않겠냐는 깨달음의 의견에 일리가 있어서였다.


깨달음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 근처 초밥집에서 

맥주를 한 잔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깨달음이 아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며 내게 다가온다.

어쩌면 이 남자는 저렇게 날마다 배용준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잠깐 헛생각을 했다.

[ 통장 만들었어? ]

[ 응, 근데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기본적인 시스템은 일본 은행과 동일하대.

그대신 한국으로 송금하거나 받을 때

 수수료가 아주 저렴하다고 그랬어 ]

[ 그래? 잘 됐네, 여기서 돈 보낼 경우가

 생길지 모르니까, 근데, 입금 얼마 했어? ]

[ 오백만원 ]

[ 오~단신(당신) 부자에요 ?)

[ 아니야,,우체국에 있는 돈 빼서 

넣은 것 뿐이야,,,]

[ 케이, 돈 마니마니(많이 많이)....

깨달음 돈 어푸소요(없어요)]

[ 한국말 많이 늘었네? ]

[ 케이..서울 맨션(아파트) 있어요,

깨달음, 서울 맨션(아파트) 없어요 ]

[ 아,,공동명의 아니라는 말 하는 거야?

한국 가서 살게 되면 공동으로 하기로 했잖아 ]

[ 케이 부자,,깨달음,고지이무니다..(거지입니다) ]

[ 거지라는 단어는 어디서 배웠어? ]

[ 오늘 심심해서 한국어 사전 찾아 봤는데

거기에 거지라는 단어가 있었어. 그래서

오늘 당신에게 써 먹어 본 거야 ]


[ 어때? 요즘은 한국어가 귀에 잘 들어와? ]

[ 곤부(공부), 미오요(미워요) 

기(귀) 몰라요 ]

[ ............................... ] 

매해, 신년이 되면 늘 깨달음은 한국어를 마스터 

하겠다는 신념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작심삼일로 끝나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만 두기가 일수였다.

그런데 올 해는 각오를 단단히 했는지

지금까지 매일 출퇴근 시간에 워크맨을

잘 듣고 다닌다. 오늘은 식당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상용어를 외웠다고 한다.

[ 반찬이 이렇게 많아요? ]

[ 너무 맛있게 보여요~~]

[ ~를 더 주세요]라는 표현을 배웠고 

모두 외울 수 있었다고 한다. 

[ 문장 만들 수 있어? ]

[ 콘나무루(콩나물) 더 주세요, 

기무치(김치) 더 주세요,라고 하면 되잖아 ]

[ 응,,맞아, 잘하네 ,]

[ 케이씨, 톤(돈) 더 주세요~~

마니 마니 더 주세요~라고도 할 수 있어 ]

 [ .............................. ]

[ 아무튼, 당신은 먹는 것과 관련되는 한국어는

 이해가 잘 되나 봐 ]

[ 응, 내가 제일 잘 하는 표현은 김빠 (김밥)

 자뿌채(잡채), 탕수유(탕수육),

 카루구쑤(칼국수)먹고 싶어요~라는 말이야 ]

잘하는데  발음은 좀 고쳐야하지 않을까? ]

[ 그고슨(그것은) 촌촌히(천천히)  괜찮아요 ]

그래도 기엿지(귀엽지)? ]

[ ............................. ]



그렇게 쓸데없는 얘기들을 하며 식사를 마치고

 깨달음이 노래방을 가자고 했다.

늘 부르는 이 은미[ 애인 있어요 ][녹턴]으로

목을 푼 다음 [ 걱정하지 말아요 ]

 [여러분]까지 열창했다.


그리고 신곡 발표를 한다면서

 [ 문밖에 있는 그대] [ 강남 스타일 ]도 불렀다.

[ 당신은 안 불러? ]

[ 응,,오늘은 당신만 불러,박수 쳐줄게]

[ 노래, 가치(같이)하자~ ]

하지만 난 끝까지 노래를 하지 않고

깨달음이 지금껏 부르고 싶어했던 한국노래들을

골라 가르쳐주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깨달음은

계속해서 기분이 업된 상태였다.

[ 케이씨,  이리 오세요 ]

[ 왜? ]

뭐가 기분이 좋은지 혼자서 이상한 춤을 추면서

 머싯눈 난자(멋있는 남자)라고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으라며 까불었다.

[ 그만 까불고 자~그리고 난자가 아니고

남자야, 남자, 발음 정말 고쳐야 되겠어 ]

[ 나눈,,난자(나는 남자),,아니 뇨자(여자) 입니다~

케이눈(케이는) 난자(남자)~~] 



더 이상 못 봐주겠어서 나가려는데 

[ 사랑을 더 주세요~~많이 많이 주세요~

사랑 먹고 싶어요~우리 또 만나요~]란다.

[ 얼른 씻고 자~~]

[ 온니(언니)~가치 노라요(같이 놀아요)]

[.........................]

요즘, 자신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가르쳐준 선배와 

자주 술자리를 갖더니만 분명 그 선배에게서 

배운 게 분명했다.

[같이 놀아요]가 품고 있는 위험성을 몰라서  

저렇게 까부는 것이니 내일 맑은 정신에 

 차분히 설명을 해줘야할 것 같다.

그리고 내 귀에 대고 속삭이듯 [고추]라는 단어가

매운 고추라는 뜻 외에 다른 뜻도 있다는 걸

안다면서 혼자 킥킥 거렸다.

또 단어 앞에 개라는 단어를 넣으면

훨씬 재밌는 표현이 된다면서 좋아했다.

[ 개 좋아요] [개 추워요~]라면서..

[ ............................. ]

참,,몰라도 될 말들은 어찌저리도 

잘 알고, 학습이 빠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한마디, 한마디씩 새단어를 외우고

사용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참 고맙고 기특한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단어와 문장만

 외우려고해서 걱정이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고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잘한다고 해야지

늘겠다는 생각에 칭찬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굳이 학습할 필요없는 한국어만 잔뜩 

기억하고 있으니 고은말, 바른말 사용을

하도록 옆에서 코치를 해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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