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뜨겁다..
실내온도는 아주 쾌적하고 선선한데
난 답답해서 자다가 눈을 떴다. 벌써 두번째다.
손과 발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서
얼음주머니를 가져와 손에 잡고 다시 잠을
청해보려는데도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열로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신경장애에서 오는 수족열증일까 했는데
나는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 분비장애로
발병 되었다고 했다.
잠을 좀 더 자려고 하면 할수록
몸까지 달궈져오는 듯해 잠을 잘 수가 없다.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지는
갱년기 때는 여러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난 지금 손과 발이 뜨거워서 거의 매일
잠을 설치고 있다.
무슨 약이라도 있으면 먹고 나아질텐데
특별히 처방전이 없다고 하니 그저 견뎌야 한다.
일본의 갱년기 주부들이라면 거의 한번쯤
복용했을 그 약(이노치노 00)이 내 체질에는
맞지 않았다.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람이
10%쯤 된다고 하던데 내가 그에 속했고
그래서 그외의 약들도 의사는 권하지 않았다.
열대야 때문이 아닌 손발뜨거움 때문에
수면방해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갱년기가 사람을 여러모로 힘들게 한다.
지난 제주도에서 잠시 엄마를 보기 위해
광주에 들렀을 때 엄마 텃밭에서
상추를 뜯는데 큰 언니가 내가 건네 상추를
받더니 대뜸 물었다.
[ 야,넌 상추를 얼마나 꽉 잡고 있었길래 이렇게
뜨근뜨근하냐? ]
[ 갱년기라고 했잖아,,]
[ 그래도 너무 뜨거워,,,열 있는 거 아니야?
너 원래 손발이 차갑지 않았어? ]
[ 체온은 정상이야,, 몸이 바뀌였을뿐이야,,
손 발이 뜨겁다고 했잖아,,]
[ 이렇게까지 뜨거운줄 몰랐어..,신기하다...
그리고 무슨 땀을 그렇게 많이 흘리냐?
눈밑에서도 땀이 나네..거울 좀 봐 봐,
신진대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
갱년기를 심하게 겪지 않았던 큰 언니는
걱정스러움과 의아한 눈빛이였다.
핸드폰 거울에 비췬 내 얼굴 곳곳의
작은 땀구멍에서까지 송송히 맺혀 있었다.
어릴적부터 손 발이 차가웠던 나에게 갱년기라는
시기는 전혀 다른 나를 만들어 놓았다.
깨달음을 포함,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내 몸의
변화에 적잖이 놀랬고 본인인 나역시도
내 몸을 주체못하고 혼자 고민을 하고 있다.
초췌한 얼굴로 아침 준비 하는 날 가엽다는
눈빛으로 깨달음이 쳐다보며 묻는다.
[ 어제도 잠 못 잤어? ]
[ 응,,]
[ 체온 재봤어? 병원 한 번 갔다 오지?]
[ 응, 그럴 생각이야 ,,]
[ 갱년기는 몇살까지 하는 거야? ]
[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서..
60살 때까지도 하는 사람이 있대..]
[ 오메,,오메...오늘 병원 가 봐]
오전에 일을 마시고 병원에 갔더니 갱년기에서
오는 수족발열에는 특별이 약이 없으니
잘 먹고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도록
편하게 지내라는 말만 하셨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코속 점막이 약해졌는데
수면장애와 연관될 수 있으니
면역이 떨어지면 애민한 곳이 무너지게 되니
균형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으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좋다고 했다.
볃원을 나서며 눈물인지 땀인지 콧물인지 모를
액체를 흘리며 깨달음에게 검사결과 보고와
함께 지친 내 마음을 보냈다.
그랬더니 자기야, 괜찮아로 시작된 카톡 내용은
늘 그렇듯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었고
되도록 일찍 퇴근하면서
장어덮밥을 사오겠다고 한다.
깨달음은 내가 아프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면 꼭 장어덮밥을 사온다.
결혼해서 벌써 7년동안 내가 장어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첫순위로 장어덮밥을 사온다.
일본에서 이것만큼 원기회복에 좋은 음식이
없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어서인지 그 외에
다른 음식이 떠오르지 않은 것 같다.
순진한 깨달음에 마음이라 생각하고 맛있게
먹으려 하는데 잘 넘어가지 않았다.
[ 왜? 맛없어? ]
[ 아니..]
[ 장어 싫어해도 좀 먹어 봐,,]
[ 응,,조금 있다 먹을게 ]
[ 한국 다녀온지 한달 지나니까 또
아픈 거 같애,,당신은 그렇게 생각 안해? ]
[ 그거하고 상관없어. 아픈 게 아니야, 그냥
갱년기 증상이 좀 심해진 것 뿐이야..]
[ 갱년기가 지나가는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갰지만 내가 서포트 해줄게,,
아, 홍삼이 좋다고 그러던데 내가 마시고 있는
홍삼정 줄까? ]
[ 아니야,, 나도 먹고 있어..]
도시락 두껑을 닾아 냉장고에 넣는데 또 묻는다
[ 그럼, 내가 어떻게 해줄까? ]
[ 괜찮아,어차피 내 스스로가 극복해야 될 일이야]
[ 아니지,,남편이랑 함께 극복해야 되잖아,
그러니까 뭐든지 말해, 그럼 다 들어줄게.
아픔은 함께 나눠야 줄어드는 거야 ]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내 대답에 깨달음이
자기 방으로 가다가 말고 주춤거리며
다시 와서는 한국에서 쉬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서 쉬란다.
일이고 작품이고 그냥 다 그만 두고
그냥 제주도에서처럼 놀고, 쉬고, 놀고, 쉬고
그러면 좋아질 것 같단다.
[ 아니야 괜찮아, 지난번에 갔다 왔잖아,
당신 혼자 두고 또 가는 것도 내키지 않고,, ]
[ 나도 일 조금 하다가 당신 따라
한국가서 막 놀다가 또 와서 일하고 그러지 뭐,
원래, 즐겁게 살면 어떤 병도 다 나을 수
있어, 난 그렇게 생각해, 그니까 그냥 놀아~
그 덕에 나도 또 놀고 얼마나 좋아? ]
[ ............................... ]
분명 나를 위해 제안했다고는 생각되지만
깨달음 표정이 여행을 앞 둔 사람처럼
들떠 있는 걸 보니 자기도 함께 놀 구실을
찾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정도였다.
갱년기라는 게 청소년들 성장통처럼
나이를 먹어가면서 노화에 의한 증상일뿐인데
깨달음처럼 긍정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갱년기 같은 것도 오지 않고 아니, 왔더라 해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전혀 달라 힘들지 않게
보내지 않았나 싶다.
아내의 갱년기를 수월하게 해주면서
자기도 함께 즐기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깨달음의 배려에 그래도 감사함을 느낀다.
'일본인 신랑(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의 끝자락, 남편의 착한 생각 (3) | 2018.08.19 |
---|---|
역시 돈에 관해서는 남다른 일본인 (4) | 2018.08.13 |
내 인생 처음으로 전도를 하며,,, (5) | 2018.07.31 |
남편이 생각하는 소중한 한끼 (5) | 2018.07.21 |
남편이 차린 밥상에 배신감을 느낀 이유 (7) | 2018.06.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