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호텔을 나온 우리는 내장산을 향해 갔다.
오후엔 동생내외도 서울로 올라가야했기에 이동을 서둘렀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가는 길에 널부러진 큰 돌맹이를 주워 밖으로 치우는
깨달음을 보고 엄마가 감탄을 하신다.
어쩌면 돌아가신 너희들 아빠하고 똑같은 행동을 하는지,,,,영락없이 너희들 아빠 같다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커피를 한 잔씩하고 내려온 뒤
간단히 점심을 마친후 우린 다시 광주로 향했다.
시장에 들러 일본에 가지고 갈 미역, 인삼, 마른명태 등등을 좀 사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는 우리편에 보낼 김치를 담그셨다.
저녁엔 깨달음이 좋아하는 아구찜과 새우찜을 맛있게 먹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내 신발 옆에 두었던 깨달음 신발이 없어진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없고,,,,,주인아줌마께 말씀 드렸더니
술 드신분들이 자기 신발로 착각하고 가져가신 것 같다고
내일 아침 CCTV를 보고 어느 분이 가져가셨는지 추적을 해보겠다고 하셨다.
옆에서 엄마가 내일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필 깨서방 신발이 없어졌다고
[ 오메, 오메, 뭔일이다냐~]라고 한숨을 쉬셨다.
정말 찾을 수 있는지 여쭤봤더니 카드결제가 많기 때문에
cctv를 보고 가져간 사람이 파악되면 카드회사에 연락해서 신원을 파악 할 수 있다면서
신발을 놓아둔 위치, 색상, 특징등을 물어보셨다.
너무 너무 죄송하다고 가게측에서 내어 준 슬리퍼를 신고 나서는 깨달음이
밖으로 나가더니 통풍이 잘 되서 시원하고 좋다고
괜찮으니까 내일 아침에 새로 구입하겠다고 한다.
엄마가 안되겠다고 신발을 찾을지 못찾을지 확신이 없으니까
시내로 나가서 당장 사라시길래 슬리퍼를 신은 채 택시를 타고 무작정 시내로 향했다.
마침, 충장로 거리축제가 열려서인지 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있어
일단 적당한 것으로 하나 사서 신었다.
다음날 아침 10시, 신발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식당에서 받아 온 신발,,,
여기저기 진흙이 묻어 있고 끈 조절이 새로 되어 있는 걸 보니(묶는 방식이 달랐음)
자기 신발이 아니라는 걸 알고 일부러 조절을 한 것같은데.......
술이 취해 헷갈려서 가져간 게 아니라는 느낌이 약간 들었지만
깨끗이 닦고, 끈 조절도 다시 해서 깨달음에게 가져 갔더니
진짜로 되돌아 왔다고 신기하다면서 몇 번이고 신발을 훑어보았다.
신발도 찾고 기분이 좋아진 깨달음은 마지막으로
바지락 칼국수를 한 그릇 맛있게 비우고 우린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기내에서 난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볼려고 하는데 깨달음이 말을 건다.
즐거운 3박4일이였다고 한국 올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고
솔직히 자긴 신발이 90% 안 돌아올 줄 알았는데 돌아와서 좀 의외였다며
특히 감동받은 건, 식당 주인이 우리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찾아 줄려고
아침 일찍 부터 CCTV로 분석했을 거라고
경찰처럼 열심히 찾아줄려고 했던 그 마음에 감동받았다고
그런면에서는 한국이 첨단이라고 그 덕분에 새신발도 생겨 기분이 좋단다.
한국도 손님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고
일본에서도 신발을 잃어버리면 왠지 찝찝한 마음이 드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신발을 되찾는 걸 보면 역시 자긴 한국하고 인연이 있단다.
이번엔 모든 음식도 맛있었고 온천도 좋았다고, 그리고 태현이가 점점 어른스러워진다고
처제가 더 예뻐졌고, 어머님 안경은,,,,,,깨달음 얘긴 계속 됐다.
난 눈을 감은채로 그의 얘길 들으며 한국을 좋아한만큼 깨달음에겐 좋은 인연들, 좋은 경험들,
좋은 일들만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해봤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깨달음이 한국을 좋아해줬으면 좋겠고
좋은 일만, 좋은 추억만 남겼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광주 농고앞, 아구찜 전문[대덕회관] 사장님, 신발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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