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과를 강판에 갈 때마다 사과보다 배가 훨씬 좋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믹서에 갈면 좋으련만 꼭 강판에 갈아 주라는 깨달음...
빠른 퇴근을 하고 돌아 온 깨달음이 침대에 들어누워있었다.
뒤늦게 들어 온 날 보자마자 감기 걸린 것 같다고 사과를 갈아 달라고 했다.
결혼 초, 처음으로 감기 걸렸을 때, 내가 우리 할머니가 감기 걸리셨을 때
사과를 갈아 드시더란 말을 한 뒤로 부터는
감기만 걸렸다하면 사과 갈아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배가 아닌 사과를 갈았다.
큰 사과 하나를 갈고 나자 전자렌지 차임벨이 울렸다.
인삼과 대추를 고와 만든 내 보양음료가 아주 따끈하게 데워졌다.
멋 부린다면서 코드를 안 입고 목도리만 하고 다닐 때부터 내가 알았다.
감기 걸릴 거라고 코드 입어라고그렇게 말을 해도 안 듣더니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잣을 띄운 인삼즙, 사과 간 것, 그리고 깨달음이 만병 통치약이라 믿고 있는
한국 감기약까지 챙겨 방에 들어 갔다.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아픈 사람도 찍냐고 실눈으로 날 쳐다보길래
못 들은 척하고 두 장 찍었다.
병원에 계신 우리아빠도 찍었는데 당신을 못 찍겠냐고 한마디 할려다가 그냥 참았다.
컵에 든 게 뭐냐고 묻길래, 인삼과 대추 넣고 고은 거라고 그랬더니
왜 이제야 주냐고 눈에 힘을 주고 날 또 쳐다본다.
[ .......................... ]
주치의가 권해서 만들어 놓은 거라고,
지난번에 한 잔 줬더니 쓰다면서 싫다고 하지 않았냐고 억지 부리지 말라고 그랬더니
매해마다 겨울 시작할 무렵이면 꼭 감기에 걸렸던 내가 안 걸리고
자기가 걸린 것 보니까 이 인삼즙 덕분이 아니냐고 이제부터 자기에게도 주란다.
당신은 매일 아침 정관장 먹지 않냐고 그거나 이거나 똑 같다고 그랬더니
대추가 안 들어갔단다. 그리고 잣도,,,,
[ .......................... ]
알았다고 어서 식기 전에 마시라고 그랬더니 눈을 감고
인삼즙을 후후 불어가며 마시더니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는 깨달음....
인삼즙을 다 마신 후 쟁반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금 살 것 같다면서
감기약 필요 없을 것같으니까 상비약통에 넣어 두란다.
깨달음은 이상하게 먹는 것 앞에선 그게 보약이든 뭐든간에 식탐을 낸다.
그리고 먹었는데도 안 먹었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당황스러운데 아프니까 완전 초1년생이 되어버린 깨달음..
컨디션 괜찮아지면 먹고 싶은 것 말하라고 준비하겠다고 그랬더니
한참을 생각하는 듯 하다가 쥐포 구워 달란다.
[ ........................ ]
감기 걸려 입맛 없는 사람이 쥐포 먹는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할 말이 없다.
동생이 보내준 쥐포와 문어다리를 먹으며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으면서
인삼즙이 감기에 좋은지 몰랐다고 몸이 가벼워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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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난 상처에 대일밴드 하나만 붙히면 금세 안 아프다고 하는 사람이다.
참 오버스러운 깨달음,,,아무튼, 감기가 빨리 나아야할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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