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 칼국수를 먹겠다는 깨달음을
말릴 수 없었다.
면 보다 밥이 좋은 나와 달리 깨달음은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남대문 칼국수를
꼭 체험해 보길 원했고 다행히도 그곳엔
찰밥이 덤으로 딸려나와서
난 찰밥으로 아침을 맞았다.
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잠깐 들렀는데
약국을 지나치던 깨달음이 쌍0탕을 마시고
싶다고 한다. 박0스를 마시면
피로가 풀리고 한약으로 만들어진 따끈한
쌍0탕을 마셔두면 감기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 같은 걸
가지고 있었다.
약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은평한옥마을이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면서 북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지만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다고 한다.
북한산의 기품이 멋져서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단다.
[ 이 동네는 처음이어서인지
느낌이 신선하고,, 저 북한산하고
이 한옥마을이 하나의 풍경처럼
잘 어우러졌어, 오길 잘했다 ]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면서 커피를 한 잔
할 요량으로 카페를 찾았는데
하필 휴일이었다.
[ 깨달음, 저기 산 쪽으로 가면 계곡에
막걸리 파는 곳이 있던데 갈래? ]
[ 그래? 가자 ]
한옥마을 탐방 스케줄을 들었을 때
미리 주변을 검색해 놓았던 덕에 바로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 여기 너무 좋다,, 개울가 옆이어서
물소리도 들리고 완전 내 스타이이야 ]
상기된 목소리로 막걸리를 따는
깨달음 얼굴이 순수하게 보였다.
큼직한 해물파전을 한 입 먹어보고는
맛있다면서 다른 것도 맛보자길래
골뱅이 무침을 주문했는데 주인 아주머님이
첫 손님이니 많이 먹으라면서
양을 4인분 기준으로 주셨다.
해물파전에 골뱅이를 올려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좀처럼 줄지 않아
포장을 부탁드렸다.
깨달음이 배가 불러서 좀 걸어야 될 것 같다길래
다시 한옥마을로 내려와 한 바퀴 돌고
버스를 탔다.
[ 깨달음, 버스가 편하지? ]
[ 진짜 좋아, 왜 이제까지 몰랐을까,, 지하철은
오르락내리락하고 갈아타고 그러는데
이건 바로 탈 수 있고 밖을 볼 수 있잖아,
서울 외곽 거리를 둘러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해 ]
늘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고 이동했던 우리가
버스의 편리함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는 홍제천 인공폭포였고
깨달음의 감탄은 계속했다.
도심 속에 인공폭포를 이렇게 크게 만들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뭘 만들어도 대담하고 센스가 있다면서
일본인이 이런 계획을 세웠다면
아주 작은 사이즈였을 거라면서
한국에 졌다고 말했다.
[ 한국에 졌다는 말은 무슨 뜻이야? ]
[ 음,, 몇 년 전부터 느낀 건데.. 확실히
한국이 많이 앞서가고 있다는 걸 느껴,
모든 면에서, 그래서 일본이 졌다는 거야 ]
[ 이기고 지고,, 그런 게 뭐가 중요해? ]
[ 중요하진 않지만,, 일본인들에게
없는 발상력이 부럽다는 거지 ]
그런 말이 불쑥 나왔다는 건 늘 마음속에
한국에 대한 경쟁심 같은 게 있었던
거냐고 내가 물었다.
두 나라가 늘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그런
사이다 보니까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서 건축물을 포함해
무언가를 창조하고 새로 만드는 발상 자체가
참신해서 일본과는 확연히 다르마며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단다.
[ 과감하다고나 할까, 주저함이 없어,, 한국은,
일본도 그런 점을 조금 배워야 하는데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잖아 ]
왜 인공폭포를 보고 그런 의미 깊은 생각을
하게 됐는지 100%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깨달음에게 비친 서울의 모습은 늘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우린 꽤 오랜 시간 카페에 앉아
인공폭포를 바라보며 얘길 나눴다.
이 날 저녁은 가족들을 만나 식사를 하고
다음날 우리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롯데마트에서 직원들에게 줄 선물도 사고
깨달음이 좋아하는 버터바도 구입한 후
한국에서 마지막 식사는 짜장으로
마무리를 했다.
[ 수고했어요, 깨달음 ]
[ 당신도 수고하셨습니다 ]
코리아타운에서 먹었던 짜장 하고는
급이 다르다면서 맛있게 먹던 깨달음은
탕수육을 포장해서 일본에 가져가고
싶다고 했지만 육류는 세에 걸린다는 걸
알고 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이번 서울행은 허튼 시간을 안 보내고
짜임새 있게 하루하루가 충실해서
대만족이야 ]
[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이번 한국행은 엄마를 위한 효도가
목적이라고 했지만 부동산 일도 봐야 했다.
조만간에 또 와야 할 상황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 한국행은 잘 먹고, 잘 쉬고,
잘 보고 잘 마무리하게 돼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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