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서 귀한 책 선물이 도착했다.
지난번 한국 서점에서는 구입하고 싶어도
절대 못했던 한 강 작가의 작품들을
후배가 보내줬다.
마침, 내가 코로나로 집에서 요양? 중인데
한 강작가 외에 다른 작가 책까지
들어있어 독서하는 재미를
두배로 증폭시켜 주는 선물이었다.
깨달음은 오늘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다.
일을 일찍 마치고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지만 찬바람을 쐬고 싶지 않아
혼자 즐기라고 했더니 착실히
자기가 도착해서 머물러 있는 곳을
보고하듯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저녁은 유명한 소바집에서
먹었는데 맛이 너무 없어 입가심하기 위해
케이크를 먹으러 커피숍에 왔다며
전화가 왔다.
[ 당신은 저녁 먹었어? ]
[ 응, 카레 먹었어 ]
[ 당신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사 갈게 ]
[ 음,, 먹고 싶은 거 있는데 살 수가
없을 거야 ]
[ 뭔데? ]
산낙지랑 연포탕이 너무 먹고 싶었다.
따끈한 연포탕을 먹으면 없는 기운이 솟아날 것
같은데 코리아타운에 가지 않는 이상
산낙지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알기에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주말에 그럼 코리아타운 갈까? ]
[ 몸 상태 보고,, 근데 산낙지 판매하는지
확인해 보고 가야 돼, 메뉴에는
적혀있어도 실제로 안 하는 곳이 많아서 ]
[ 아,, 그래......]
미열이 계속되고 두통이 가시질 않아
하루종일 집에 처박혀 책만 읽고 있는
나를 위해 깨달음은 삼계탕을 사 왔다.
내 소울푸드 중에 하나인 삼계탕인데
어찌 된 일인지, 후각을 잃은 탓인지
전혀 삼계탕 맛을 느낄 수 없어
고스란히 남겼다.
아프거나 기운이 달리면 의례 찾았던 영양식
삼계탕을 이번에는 몸이 거부를 했다.
[식욕이 전혀 없어,, 냄새를 못 맡으니까
먹고 싶은 게 없어,,,]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일부러 사 온 걸 모두
남긴 게 미안해서 변명처럼 내가 했던 말이다.
오늘은 깨달음 손에 다코야끼가 들려 있었다.
[ 웬 다코야끼? ]
[ 산낙지는 못 구하니까 낙지랑 같은 과인
문어가 들어있는 다코야끼를 샀지 ]
[ 그런 깊은 뜻이 있었네..]
[ 응,, 먹어 봐 ]
깨달음이 사 온 성의가 고마워 한 개를 먹었다.
깨달음은 내 옆에서 기침약이 담긴 봉투를
꺼내 들고는 코로나는 일반 감기와 다르게
기침이나 가래가 좀처럼 개운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이 왜 그리고 많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며 푸념처럼 내뱉었다.
이번에 깨달음은 코로나가 세 번째인데
점점 낫는 게 더뎌지는 것 같다며
더 이상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다음 주에 백신 예약을 했다고 한다.
자기 때문에 나까지 코로나에 걸려
힘들게 했다며 내가 먹고 싶다는
산낙지를 꼭 먹게 해주고 싶다며
벌써 체중이 3킬로가 빠져서인지
피골이 상접한 내 모습이 안쓰럽단다.
[ 표 많이 나? ]
[ 응,, 완전히 눈만 땡글해..]
[ 후각이 돌아오면 식욕이 생기겠지..]
[ 나는 세 번이나 걸렸어도 후각 장애가
없었는데.. 당신은 역시 민감한가 봐 ]
내가 봤을 때, 후각은 잃지 않았지만
깨달음도 살이 좀 빠진 것 같아서 물었더니
자기도 실은 2킬로 빠졌다고 했다.
[ 깨달음, 당신은 뭐 먹고 거 있어? ]
[ 나는 당신이 끓여주는 순두부찌개 ]
[ 알았어. 내가 끓여줄게 ]
부부가 같은 시기에 같은 질병으로
앓아보니 서로의 고통이 어떠한지
100% 공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막연하게 추측만 했던 것들을 온몸으로
공유하고 있으니 아픈 곳이 같아서
살도 똑같이 빠진 것 같다.
내일은 얼큰한 순두부찌개를 만들어
둘이서 땀 흘리며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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