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을 앞둔 깨달음이 뭐라고 구시렁 구시렁 거리면서 자기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여행 가방까지 꺼내 다 엎어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 친구들이 4월달에 골프치러 한국(서울)에 가는데 맛있는 곳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그랬다고
자기가 챙겨둔 명함을 찾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단다.
출근하라고 내가 찾아 보겠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찾는 명함은 꽃게찜 가게와 만두집이라고
찾아보고 없으면 인터넷에서 뽑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출근을 했다.
깨달음에겐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한국 전용지갑이 있다.
지갑을 열어 봤더니 언제 갔는지 난 기억도 안 나는 명함들이 들어있다.
목포, 인천, 서울 강남까지..... 그리고 교통카드도 2장.
지갑 귀퉁이 깊숙히 넣어 둔 아주 오래전에 접어 둔 것 같은 만엔짜리 두 장...
하긴, 맛있다고 생각하는 곳은 빠짐없이 명함을 가져왔던 걸로 아는데 정말 꽃게찜 명함이 없다.
인터넷에서 찾아 일단 프린터를 해 두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 외에 추천할 만한 맛집 리스트도 좀 뽑아달라고
아침식사는 설렁탕, 곰탕같은 탕계열,
점심은 국수, 짜장면, 비빔면, 만두같은 면계열,
저녁은 삼겹살, 곱창,소갈비 육류계열로 그리고 포장마차 골목도,,,,
[ .................... ]
퇴근하고 돌아 온 깨달음에게 접어 둔 2만엔과 교통카드는 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서 술 먹다가 돈 떨어지면 낼려고 넣어 두었고,
교통카드는 전철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구경하고 돌아다닐려고 샀단다.
[ .................... ]
나 없어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혼자서 참 잘 한다.
단지 한국말을 못하고 한글을 못 읽을 뿐이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빼놓지 않고 다 즐기는 깨달음이다.
내가 적어 준 우리집 주소와 전화번호 메모는 어딨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아도 그것도 없어졌다고 다시 적어 달란다.
길 잃어 버리면 어쩔 생각이였냐고 쏘아 부쳤더니
우리 엄마집 아파트 사진 보여주고 그 아파트 단지까지만 데려다 주면
호수는 알고 있으니까 찾을 수 있단다.
그것도 안 되면 명함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술 한 잔하면서 손님들에게 자기 사정을 얘기하면
자길 불쌍하게 생각해서 한국사람이 다 도와 줄거라면서 걱정할 필요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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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갓집 주소보다 가게명함을 더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깨달음.
점점 무대포가 되가는 것 같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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