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를 한 대 맞고 나오는데 비가 내렸다. 코 끝에 스치는 흙내에 봄이 묻어 났다.
3월부터 약물 치료에 들어갔다.
음식제한도 많고 약물에 의한 거부반응이 좀 있어 기분도 저기압이다.
식욕부진으로 뭘 먹고 싶지 않은데 의무적으로 섭취해야 할 음식량이 정해져 있어
억지로라도 먹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체질개선도 필요했고 호르몬 바란스조절도 필요했다.
엄청난 분량의 약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무렵, 깨달음에게서 저녁 모임이 있어 퇴근이 늦어 질거라는 연락이 왔었다.
11시가 넘어 들어 온 깨달음이 저녁에 뭘 먹었는지, 약은 제대로 먹었는지 물었지만
난 그냥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실제로 저녁은 먹지 못했고 쥬스만 겨우 두 잔 마셨을 뿐이였다.
주방 쪽에서 뭘 찾는 듯한 깨달음을 뒤로 한 채
약기운으로 피곤하니까 먼저 자겠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왠 김치 냄새가 술술 풍기길래 나가 봤더니
신라면에,,,, 파김치까지 꺼내서 막 먹을려고 준비 중이였다.
[ ....................... ]
쳐다보고 있었더니 보지 말란다. 보면 먹고 싶을테니까....
약 먹는 중에는 밀가루 제품도 피해야 했다. 그래서 많이 참고 있는 중이긴 하다.
파김치에 걸쳐서 먹는 당신을 보니까 미치게 먹고 싶다고 그랬더니
그래도 먹으면 안 되니까 대리만족 하라면서
후루룩 쩝쩝,후루룩 쩝쩝 일부러 소리까지 내면서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당신이 잘 먹으니까 보기 좋다고 그랬더니
신라면 개발자는 천재라고 이렇게 맛있는 컵라면은 없을 거라고
그리고 파김치하고 궁합이 찰떡이라고, 매운지 입술이 빨개졌는데도 파김치를 또 올려놓고 먹는다.
파김치랑 같이 먹은 건 어디서 봤는지,,,
아무튼 잘 먹어 줘서 이쁜데,,, 저렇게도 맛을 잘 아는 일본인은 좀처럼 만나보기 힘들 것이다.
다 먹고 나서 디저트로 오예스 먹으면서 히죽히죽 날 보고 웃는 깨달음을 보면서
내가 남편이 아니라 아들을 키우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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