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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대통령 재외자 투표를 하고 난 후...

by 일본의 케이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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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무렵, 투표를 하러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깨달음이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했다.

[ 당신은 투표를 못하는데 그냥 집에 있어 ]

[ 싫어..]

한국 선거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하고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 나,,한국 대사관 안 가 ]

[ 그럼 어디로 가? ]

[ 우에노에도 투표장이 있어서 거기 가려고 ]

[ 그래? 그럼 더 가보고 싶네 ]

행여나 내가 못 따라오게 할까봐 서둘러서 옷을

챙겨 입었다.

투표소는 우에노(上野) 역이 아닌

오카치마치(御徒町) 역에서 가까웠다.

 [ 세계 속의 한국인, 민주주의 꽃 피우다 ]

입구에 세워져 있는 선거 안내판에 문구를

되새기며 내가 세계 속의 한국인이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안내하신 분이 3층으로 올라가라고 하자

깨달음은 한 발 뒤로 물러서더니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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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금방 끝났다.

가슴이 벅차다고 해야 할까 무언가 중요한 임무를

마친 것 같은 성취감을 느꼈다.

[ 어땠어? ]

[ 뭐,, 찍고 넣고,, 그러니까 바로네 ]

[ 기분이 어때? ]

[ 그냥,, 국민의 의무를 다 한 느낌이야 ]

점심은 뭘 먹을지 다양한 식당들이 많은

아메요코(アメ横) 재래시장 쪽으로 가려는데

깨달음이 자기가 괜찮은 곳을 찾아뒀다며 

길을 안내했다. 

정통 일식요리전문점(割烹)인데 거래처 분이 아주

예전에 추천해 준 게 문득 생각나서 가는 거라 했다.

한정식처럼 코스로 나온다길래 런치는

그냥 가볍게 먹을 생각이었다고 하니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격식을 차려서

먹어도 될 것 같아서 여기로 정했단다.

가게 안은 고토( 琴 일본의 전통 현악기) 연주가

흘러나왔고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인지

조용하다 못해 엄숙한 느낌마저 들어

사진을 찍는 게 실례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식전주를 마시고 나니 차례차례 

정갈한 음식들이 나왔다.

[ 맛있지? ]

[ 음,, 아주 깔끔하고 깊이가 있어 좋아 ]

[ 근데,, 당신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는 

투표 안 했잖아 ]

 깨달음은 내가 투표하러 간다고 했을 때부터

이 말이 가장 묻고 싶었다고 했다.

[ 그때 안 했으니까 이번에는 한 거야,,]

[ 그땐, 왜 안 했어? ]

[ 찍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이번에는 꼭 투표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서 한 거야 ]

 

[ 이번엔 찍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는 말이네 ]

[ 솔직히 말해서,, 꼭 찍고 싶은 사람이

있다기보다는 지난번처럼 둘 다 싫어서 

투표를 안 한 게 어리석었다는 걸 알았고,,,

좋든 싫든 귀한 내 한 표를 행사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

[ 오,,,,당신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잖아,,]

[ 지금도 없는 편이지.. 근데 변한 게 있다면

나이를 먹어서인지 내 나라가 바르고 옳게

그리고 세계적으로 강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많아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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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나이 탓만은 아닐 게다.

해외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나라가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내 나라가 있어 내가 있는 것임을

그래서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생긴 것 같다.

[ 식민지 시대에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을

몰래 조용히 서포트 하신 분들이

너무도 많았는데 나도 그분들의 마음을

10분의 1 정도,, 아니 100분의 1 정도는 

알 것 같은 요즘이야....] 

[ 오,, 그 당시 태어났으면 당신도 독립운동

했겠네..]

[ 그건 모르지만,지금 기분 같으면 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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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태로든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탰을 거라고

했더니 그 당시 일본인들 중에는 그래도 착한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자기 같은 일본인은

죽이지 말아 달라고 했다.

[ 죽이고 살리고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

[ 알아,,근데 정말 당신은 그 당시에 태어났으면

이중 스파이 같은 거 하면서 밀정을 잡아내고

그랬을 것 같애 ]

[ 그냥 조용히 그 분들을 도와주는 정도는

했을 것 같다는 말이야..]

우린 그렇게 씨잘대기 없는 소리들을 하며

웃다가 상황극을 하면서 식사를 했다.

[ 나는 아마 그땐 한국 사람이었을 걸?

지금은 일본사람이지만,,]

[ 아무튼, 당신도 당신 나라가 소중하듯

나도 내 나라가 소중하고 정말 세계 속에서

빛나는 나라, 세계인에게 본보기가 되는 나라,

무엇보다 국민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사회 속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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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절대로 흉내 낼 수 없을 거라며

이번 선거가 끝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일 관계가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는 깨달음.

나는 오늘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의무를 마쳤다.

민주주의 꽃을 피우는데 필요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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