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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불혹의 나이에도 자꾸만 흔들린다

by 일본의 케이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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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거래처 미팅이 있다는 곳으로 가는 도중

검색을 했더니 근처에 옛정원이 있어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디자인 사무실을 오픈하고 곧 1년이 되어가는

상미(가명)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 다.

[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네 ]

[ 나도 도쿄에 살면서 처음 와 봤어 ] 

연못을 중심으로 천천히 걸었다.

[ 벚꽃이  지고 있네...]

[ 응,,이번주면 꽃잎들이 다 떨어질걸..]

[ 언니,, 나,,, 국적 바꿀까 생각 중이야 ]

[ 그래? ]

[ 그냥,, 그게 편할 것 같아서,,]

[ 사는데 편할 것 같으면 그렇게 해 ]

[ 근데 언니는 왜 안 바꿨어? ]

[ 나는,,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니까 ]

[ 음,, 나는 어쩌지...]

[ 바꿔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고 미래를

생각해 봐도 한국보다는 일본 쪽으로 기울면

바꾸면 되지 않아? 고민중이야? ]

[ 응,,,]

지금 하는 일에 국적이 지장을 주는 건 없단다.

그냥,,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 보니 

 20년이 넘어가는 이곳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는게

가장 최선일까 고민하던 중에 나온

몇 가지 대안 중에 하나라고 했다. 

 

 40대 중반을 향해가니까 나이가 주는

무게감이 있더라면서 미혼으로 이렇게 계속

살 예정이면 과감하게 뭔가

변화를 줘야 할 것 같았단다.

회사는 그럭저럭 잘 돼 가고 있지만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 내가 생각하고 있는 대안 중에 또 하나는

그냥 일본을 떠나 미국이나 캐나다쪽으로

가서 살아볼까라는 것도 넣어놨어,

언니는 내 나이 때 어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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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니 나는 그 나이 때 깨달음과

결혼이라는 중대한? 선택을 했었다.

삶의 방향이 좌지우지할  선택이었기에

나름 계산도 했고, 미래를 설계하며 결정했다.

늦은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온 것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비혼을 주장했던 내가

마흔을 훌쩍 넘어서고 결혼이란 걸 했으니

그것 역시도 어찌 보면 내 삶에 큰  전환점이었다.

그렇게 결혼을 했는데,,역시나 결혼이 주는 

장단점을  이해하고 납득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로 함을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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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같은 건 대안으로 안 넣었지? ]

[ 응,, 결혼은 싫고,,]

[ 너 아이는 갖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

[ 그랬지.. 아이는 갖고 싶었는데 이젠

가망이 없는 얘기가 됐지..]

40대가 되면 좀 더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고

정신적으로는 여유로운 생활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인생의 목표를

재설정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단다.

 

 나는 결혼을 해서  살았지만 뭔가 늘 부족하고,

자기만족이 되지 않았던 내 40대를 얘기했다.

지금도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고도

계속해서  공부를 하면서, 자격증을 따고

뒤쳐지고 있다는 강박 때문에

초조하게 나를 몰아세웠다고,, 

 나는 상미에게 어디에서 오는 심리적 갈증인지

모른 채 숨 없이 뛰기만 했던 게 아니냐고

생각들을 좀 잘라내다 보면 가장 갈구하는 게

뭔지 보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고깃집에 들어온 상미는 아까와 다른 표정을 했다.

[ 언니, 그냥 다 접고 한국에 들어갈까? ]

[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건 니 인생의

최종 목표가 아니잖아,,]

[ 그러지.. 근데.. 내 목표가 뭐였는지 그게

맞는지... 현실을 둘러보니까 힘이 빠졌어 ]

꼭 정점을 찍어야만이 목표달성이

아니다는 걸 상미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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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메를 당했다는 친구에게

[ 항상, 같은 식사 메뉴를 시켜라고강요하는 것도 싫었어요 ][ 말로 하지 않고 눈으로, 턱으로지시한 적도 많았어요 ][ 처음부터 모를 거라고, 못 할 거라고 미리생각하고  일을 시키는 게 싫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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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마흔 넘어서도 이렇게 고민할 줄 몰랐어.

자꾸만 흔들려,,마음이..]

[ 삶이 원래 그래.. 계속 고민하고 갈등하고 

그렇지 뭐..]

 자기 주변 사람들, 특히 광고, 디자인계 40대

남녀들과 자신을 비교해 봤더니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고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면서

뭔가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단다.

 

요코하마에서 들은 남편의 과거

요코하마(横浜)는 깨달음에서 조금은 특별한 곳이다.대학을 졸업하고 선배 회사에서 건축사로일을 시작하고 자기 회사를 처음 차렸던 곳이이곳 요코하마인 덕분에 어딜 가나젊은 날의 진한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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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난 한국인이니까

[ 정 상은 지난번에도 자리를 양보하던데오늘도 양보하네, 진짜 착해 ]착한 게 아니라 연장자가 눈 앞에 서 있는데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져서전철이든, 지하철, 버스에서든 몸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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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표를 재설정해 보라고 하지만

목표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해서 시작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자신감, 자존감을 잃어버린 상미는

생각보다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인생의 선배인 나도 지나왔던 40대 역시

별다른 처방을 찾지 못한 채

중년 앓이를 했던 터라

상미에게 별 도움이 되질 못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하지만 40대가 되어도

여전히 성장통처럼 아프고 고뇌하는 시기에

상미가 홀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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