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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남편은 날 미안하게 만든다

by 일본의 케이 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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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이 꽤 지났지만 언제나처럼 깨달음에게

 한 달간 수고했다는 의미로 저녁을 샀다.

 25일은 서로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

한 달간의 시간을 돌이켜볼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 그냥 잊고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오늘 오후, 티브이를 보다가 문뜩

 생각이 났는지 깨달음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 깨달음,한 달간 수고 했어. 많이 늦였지만]

[ 당신도 수고 했어 ]

 [ 이 날은 내가 한 달간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 ]

[ 당신 기분이 좋아진다면 언제든지 살 게]

[ 아니야, 자주 하면 의미가 엷어지니까

지금이 딱 좋아 ]


 10월은 계약취소가 많았던 잔인한

한 달이였다며 정말 위기감이 느껴져

세무사와 상담을 세 번이나 했다고 한다.

[ 그래서 내가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혹 회사가 힘들면 너무 애쓰지 말라고 ]

[ 그건 정말 고맙게 생각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는 동안은 열심히 할 생각이야 ]

언제든지 괜찮으니까 쉬고 싶을 땐 편하게 얘기

 하라고 했더니 지난주 대학 동기모임에서

 이 얘길 꺼냈는데 다들 부러워하면서

 한국 여자는 통이 크다고 그랬단다.

https://keijapan.tistory.com/1405

(남편의 짐을 조금 덜어주다)

그렇게 각자의 노후설계 얘기를 나누다 두 명의

 친구는 젊었을 때 사 둔 별장이 있는

 아타미(熱海)와 하코네(箱根)에서 온천을 

즐기며 노후를 보내겠다고 했단다.

온천지에 별장이라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좋겠다고 했더니 뭐가 좋냐고 

별장은 가끔 가는 게 재밌단다.


[ 그래서 난 한국에서 살 지 모른다고도 했어 ]

 [ 그랬더니 친구들이 뭐래? ]

[ 꼭 한국에서 살아라고, 자기들 놀러가면

가이드도 해주고 맛집이랑 일본인들이

없는 곳을 중점적으로 소개해 달라고 해서

내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고 그랬지 ]

[ ........................... ]  

무슨 배짱으로 그런 소릴 했는지 모르겠지만

깨달음은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둔 것 같았다.

또 다른 동창는 돌싱인데 나이를 먹으니 너무 

외로워서 재혼이 아닌 그냥 친구처럼,애인처럼

지낼 수 있는 여성분을 찾고 있는 중인데

어떻게, 어디서 만나야하는지 몰라

 고민중이라고 했단다.

중매사이트를 검색해봤더니 애인보다는

 재혼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분들이 많았고,

 미국부터 중국, 한국, 필리핀 등등 각국의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하려는 것에 먼저 놀랐단다.

 또 여성분의 프로필이 왠지 믿음이 가질 않아서

 망설이고 있는 상태인데 일본인과 중국인

 여자분에게서 메시지가 왔지만 생각이

 많아져서 답장을 못 보내고 주저하고 있단다.


[ 나한테 한국 여성은 어떠냐고 물어서 궁금하면

 한번 사귀어 보라고 했어 ]

[ 그냥 당신이 느낀대로 말 해주지 그랬어? ]

[ 아니야, 직접 만나봐야 좋고 나쁜점을 알지,

한국 여자라고 다 똑같진 않잖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내가 얘기하면 너무

 일방적일 것 같아서 이 말만 했어,

 한국 여자를 만나면 사랑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 해 줄거라고, 그 대신 고집이 

좀 센 편이여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

[ .......................... ]

말하기 좋아하고 오지랖 넓은 깨달음이

 분명 이 두마디만 할 사람이 아니다.

많은 얘기들을 나눴을 게 분명한데 내겐

이렇게 두 마디로만 정리를 했다. 


[ 다른 말은 정말 안 했어?] 

[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사랑의 깊이와

개념이 다른 사랑을 맛 볼거라 했지 ]

[ 나쁜 말은 안 했지? ]

[ 응, 나쁜 말을 하면 당신을 욕하는 것처럼

보여지잖아. 그래서 그냥 

고집이 좀  세다는 말만 했지 ]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학동기들끼리 오만가지

얘기들이 오갔겠지만 더 궁금할 것도 없었다.

마지막 주문한 피자를 다 먹어가는데 

깨달음이 나지막하게 이렇게 말했다.  

[ 당신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야 ]

[ 갑자기 왜 그래? ]


친구들이 나에 대해 여러가지 물어왔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고, 가장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게 가슴에 사랑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는 거였단다. 서로가 아프게

 싸우고 분명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자기가 받은 사랑이 넉넉했기에 그 사랑이 

쿠션 역활을 해 줘서 상처로 남지 않았다고

 말했더니 다들 심오한 표정을 하고는

어떻게, 어떤식으로 사랑을 받았는지

 궁금해 했단다.

[ 내가 미운 소리도 많이 했잖아,,]

[ 그래도 당신이 준 사랑이 크고 견고해서

그렇게 아프지 않았어]

[ ............................ ]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는 말이 더 아프게 

들리는 건 내 가슴 언저리에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어서일 게다.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건 스스로가

많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 놓은 남편상에 깨달음을 끼워 

맞추려했던 지난 시간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분위가가 갑자기 묘해져서 알겠다고 앞으로는

지금보다 두 배로 사랑을 주겠다고 하니까

지금도 충분히 받고 있어 괜찮단다.

내일은 퇴근길에 백화점 들러 신년선물을

신청하러 가야한다며 올 해는 송년회를 

생략하니까 송년회겸 신년 선물로 

좀 괜찮은 물건으로

 골라야하니 같이 가서 골라주란다.

 오늘도 깨달음은 날 미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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