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주 가는 태국요리집에 잠깐 들렀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선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깨달음이 우리 수조에 있는 구피와 미키마우스들에게
러브타임을 준 덕분에 지난주부터
날마다 출산러쉬여서 어제는구피가 9마리를
미키마우스는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이사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새끼들이 매주마다 불어 나니
감당을 못할 것 같아서 어미 구피와 치어들을 들고 이곳에 왔다.
이곳의 마마가 나처럼 열대어를
너무 너무 좋아한다는 게 떠올라 가져온 것이다.
가게는 영업시간이 막 시작되어서인지
손님은 없고 마마가 주방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주방쪽으로 다가가 집에서 가져온 열대어 봉투를 내밀며
[마마]하고 불렀더니
깜짝 놀랜 마마가 [와~] 소릴 지르며
무슨 일이냐고? 웬 물고기냐고 ? 물고기가 어디 아프냐고?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고?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묻길래 마마에게 주는 거라고 그랬더니
진짜 주는 거냐고? 공짜로 주는 거냐고?
꼬마아이처럼 박수를 치며 넘 좋아하셨다.
간단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테이블에 잠시 앉았더니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4마리 새로 사 왔다고
자기 수조를 한 번 보라고 수조쪽으로 날 불렀다.
마마와 둘이서 수조에 머리를 대고
저 놈 색이 어쩌고 저 놈은 어쩌고,,,그렇게 한참 수다를 떨었다.
내가 가져온 구피들을 수조에 넣은 다음 먹이를 주고
열대어들을 보고 있는 동안
마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며
주방에서 뭐 먹을거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집에 가서 남편이랑 식사하기로 되어 있다고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고맙다고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내가 더 고맙다고 마마라면 잘 키워줄거라 생각한다고
이사하기 전에 또 가져 올 수도 있으니 기대하시라고 그랬더니
두 손을 모아 [ 컵쿤 캅 (감사합니다) ]라고
정중하게 고개와 무릎을 숙여 인사를 하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마마에게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 마마는 슈퍼에서 마주칠 때도
볼 때마다 늘 변함없이 두 손 모아 [ 사와디 캅 (안녕하세요)]이라고
인사를 하신 분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모두
인사를 하시겠지만 그렇게 밖에서도 정중히 인사를 받고 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태국이라는 나라가 점점 친근하게 느껴지곤 했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수조를 들여다 봤더니
어느 놈이 낳았는지 알 수 없는
새끼들이 몇마리 수풀에 또 숨어 있었다.
깨달음이 퇴근해서 돌아오고
옷을 갈아입으며 힐끔 수조를 보더니
오늘도 새끼가 불었냐고 물었다.
치어박스 안에 있는 치어도 늘어났지만
분만실?에 들어가 있는 구피가 오늘밤 중에 낳을 것 같다고
아까 태국 요리집에 갔던 얘길 해줬더니
얼굴 색이 약간 변하면서 어떤 녀석을 줬냐고 물었다.
빨간놈이랑,,,검은 놈,,,그리고 중간 사이즈의 구피들....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 우리 애기~~, 안돼요~]라며 수조에 코를 박고 뭘 찾는 흉내를 냈다.
[ ........................... ]
왜 자기가 이뻐한 놈을 줬냐고 그러길래
아니라고, 당신이 이뻐한 놈은 저기 있지 않냐고
뜰망으로 떠서 보여 줬더니 다행이라면서
다음에 줄 때는 자기한테 허락 받고 주란다.
지금 있는 치어들만 해도 30마리는 될 거라고
이사 가기 전에는 솔직히 거의 다 주고 가야 한다고 그랬더니
그래도 다음엔 자기가 있을 때 같이 갖다 주자며
잘가라는 인사는 해야할 거 아니겠냐며
수조를 다시 뚫여져라 쳐다봤다.
[ ...................... ]
저녁상을 다 차렸는데도 깨달음은 수조에 붙어 있었다.
먹이 먹고 힘내서 새끼 낳으라고 분만실?에 들어가 있는
구피에게 먹이를 넣어주고 있는 깨달음..
[ 우리 애기~~ 많이 먹어~~ ]라면서,,,,,,
내가 구피에게 먹이 줄 때 가끔 했던 말인데
언제 또 기억했는지 응용력이 참 대단하다.
식사를 하면서 두 달후면 주변분들에게
작별인사 해야한다는 얘기가 오갔고
언젠가 또 놀러 오겠지만 그래도
작은 선물을 하는게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열대어들은 일단 두 달동안 잘 키워서
작별 선물로 교회, 미용실, 협회에도 가져다 드려잔다.
내가 미혼 때부터 이곳에 살았으니 약 8년을 살았던 동네이다.
우리가 단골로 다녔던 닭꼬치집, 쿠시카츠집, 소바집, 라면집,
고깃집, 중화요리집 등등 주변분들과
이제부터 작별인사를 해야할 것이다.
만나면 헤어지고,,헤어지면 또 만나고,,,,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일본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27) | 2015.04.30 |
---|---|
사회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 (26) | 2015.04.21 |
날 부끄럽게 하시는 우리 시부모님 (24) | 2015.03.19 |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일본 아저씨 (25) | 2015.03.10 |
일본 신입사원이 보낸 사죄편지 (46) | 2015.0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