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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모두가 조금씩은 아프며 살아간다

by 일본의 케이 2021. 1. 14.

참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근 3년이 넘은 것 같은데 후배의 목소리,

느릿한 말투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하지 전에

코로나 시대에 어찌 지내는지가

서로 궁금해 한참을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현황을 얘기했다.

올해 마흔 중반에 들어 든 그는 대학원

후배로 말 수가 없지만

항상 유머가 많았고 키도 크고

남성미가 가득하면서도

디자인적인 발상을 하는 것보다

일러스트를 훨씬 잘 그리는 섬세함을

겸비하고 있는 인물이다. 

[ 민우(가명)가 나한테 전화한 이유가 있을 텐데,

지난번처럼 일본 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전화했을까? ]

[ 일본도 코로나가 심각한 것 같아서

문득 누나는 잘 있는지..

너무 궁금한 거야, 그래서 전화했지....]

[ 또 있는 것 같은데...]

[ 근데 누나,,, 누나는 병원에 왜 갔다고 그랬지? ]

어렵게 꺼내는 말에 떨림이 묻어 있었다.

한 달 전, 정신과를 처음 가봤는데

좋게 말하면 신선했고 

나쁘게 말하면 뭔지 모를

부끄러움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냥,, 갱년기인지 우울한 것 같고,,

그냥,, 사는 게 재미없기도 하고,,,

의욕도 없고,, 잠이 안 오고,, 그래서 찾아갔단다.

[ 잠이 너무 안 와서,, 고통스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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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영화 보는 거 좋아했잖아,,]

[ 좋아했지. 근데 언제부턴가 안 보게 되더라고 ]

회사 일, 그리고 헤어진 여자 친구, 그런 얘기 나누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골프도 요즘은 그만뒀다고 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눈치 보지 말고,

질릴 때까지 하는 것도

최고의 처방전이라고 했더니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단다.

[ 자꾸만  쳐져 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아,

의욕이 없으면 없는 대로, 누군가가

싫으면 싫은 대로 왜라는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은 내가 정신적으로 방전이 됐구나 생각하면

그리 무겁지도 않은 일이야 , 물론

자책할 것도 없이 지금은 휴식 중이라

생각하는 게 좋아 ]

[ 민우야, 잠이 안 오면 우리 학교 다닐 때

공모전 준비한다면서 작업실에서

밤새고 놀았던 거 한번 노트에 적어 봐,

뭐가 즐거웠는지.. 그때 등장했던

인물들이 무슨 말을 하고 놀았는지....]

자기에게 있었던 즐거웠던 기억들을

꺼내서 되감기 하는 게  긍정 에너지로

축척되는 경우가 많아 내가 자주 권하는 방법이다.

 

이곳에서는 민우의 아픈 부분을 전부 

들여낼 수 없지만 지금 그는 쉬고 싶어 했다.

우리의 삶이 죽을 만큼 노력을 하고

숨이 찰 만큼 뛰어도

결과는 파도를 타는 듯 희비가 오간다. 

나는 이런 상태를 뛸 때와 쉴 때라 표현하는데 

지금 민우는 쉴 때가 찾아온 것 같다.

지금껏 앞만 보고 지속적으로 뛰기만

했으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잠시 휴식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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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시리디 시린 상처 하나쯤을 가슴에 품고 산다. 누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눈물이 왈콱 쏟아지기도 하고 행여나 누군가 그 상처를 건드릴까봐 가슴 속 깊이 꽁꽁

keijapan.tistory.com

 

노력한 만큼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해

내 능력이 평가절하 되다 보면

자신감과 의욕이 떨어져 소심했던

또 다른 내가 만들어져 늪처럼 빠지게 된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과 사랑이다.

먼저 자기 자신의 몸상태가 어떤지 살피고

다음으로는 자신을 다독여주는 것이다.

참 고생했다고, 열심히 살았으니

조금 쉬엄쉬엄 해도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줘야 한다.

 

우울증은 병이 아니다. 마음의 감기가

걸렸을 뿐, 그 증상이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서

처방전이 다르긴 하지만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며 자신이 꽤나 괜찮은

인간이라는 걸

상기시켜주는 게 필요하다.

[ 민우야, 네가 좋아하는 컵라면이랑

참깨 드레싱 보내줄게 ]

[ 아직도 기억하네 ]

[ 너에 모든 걸 기억하지. 내가  ]

목소리 톤이 조금 밝아진 민우와 통화를 끝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 속에 아픔의 불씨를

가지고 살아간다. 단지 감추고 덮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가 아니면 주말에 날라와 따끈한

정종을 마시며 얼굴 보고

도란도란 얘기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는 게 제일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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