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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021년, 새해에 남편과 나눈 대화

by 일본의 케이 2021.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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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날부터 오늘까지 9일간,,

우린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잠깐씩 집 앞 마트에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 신정 연휴동안은

아예 한 번을 밖에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작년부터 자연스럽게 

깨달음과 24시간을 한 공간에 있게 되는데

가끔은 답답함에 숨이 막힐 때가 

있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9일간, 난 식사시간 외엔 거의 내 방에서

 보낸 것 같다. 늘 그렇듯 깨달음은 거실에서 

하루종일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어

  거실에 나갈 일이 별로 없었다.

오늘은 아침식사를 하기도 전에 깨달음이

미뤘던 베란다 청소하겠다며 나갔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해야하는 창닦기를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연휴 마지막 날에 시작한 것이다.


청소가 끝날 즈음에 맞춰 남은 오세치요리와

 떡국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 오늘은 마트 다녀올까? ]

[ 아니.안 가도 될 것 같애. 사 둔 게 있어서 ]

[ 떡국 떡 남았어? ]

[ 아니, 이게 마지막이야, 근데 만두가

있고 하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과일이 없어 나가야 될까 생각중이야 ]

[ 그럼 사러 가자 ]

주문을 할까 잠시 망설이다 오랜만에  

 나가야될 것 같았다.


일부러 나가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니다.

변종 코로나가 일본에도 퍼지기 시작했고

어제는 코이케 도쿄도지사가 긴급사태 선언을 

다시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을 할 정도로 이곳도 

코로나로 심각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굳이 밖에 나갈 일을 

만들지 않고 냉장고에 준비해 둔 식재료와 

냉동식품으로 9일간 잘 먹고 지냈던 것 같다.

그래도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좀 

사야될 것 같아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날씨도 좋고 바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온 김에 오다이바로 향했다.

겨울 바람이 차가웠지만 청명한 하늘과

깔깔대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해변공원을 천천히 돌다 멈춰서길 두어번, 

이름모를 새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잔잔한 바다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마트를 가려다

가볍게 차라도 한 잔 하러 들어간 힐튼에서

마침 런치타임을 하고 있어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 오랜만에 외식이네.]

[ 응, 차 마시려다가 식사를 하네...]

[ 근데 사람들이 꽤 있다..]

[ 외식하는 사람들이 이젠 방역이 확실한 곳이

아니면 안 먹으려고 하는 것 같애..]

[ 하긴,,호텔은 이미지가 있으니까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

[ 근데 가격이 좀 올랐네 ]

[ 원래 크리스마스, 신정, 황금연휴는

스페셜가격이잖아,,]

깨달음은 접시를 들고, 스페셜 가격에 맞는 

요리들이 있는지 한바퀴 돌고 와서는

만족스럽다며 프렌치 토스트부터

먹기 시작했다.


[ 깨달음,올 해는 신정같은 느낌이

전혀 안 드는데 당신도 그래?]

[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반년이상을 휴일처럼

보내느라 계획들도 틀어지고 스케쥴이

없어져버려서인지 나도 전혀 새해를 맞이한

기분이 안 들어..새로운 느낌도 없고..]

메뉴얼 인간처럼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며, 쉬는 날엔 에너지를 충전하며

살았던 지금까지의 생활패턴들이 흔들리다보니 

몸과 마음이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얘길 서로 나눴다.

리듬이 깨져서 그런 거다.

 주변 환경이 달라져서 더 그런다.

마스크를 내년까지 쓸 지 모른다. 등등

그런 얘기들이 끊어지지 않았다.

옆 테이블엔 노부부가 차를 마실 때만 

마스크를 잠깐 내렸다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 근데 우리 새해인사도 제대로 안 했던 것 같네,

매년, 새해 소원이나 바램 같은 거,

목표 같은 것도 얘기 했잖아,,]

[ 그랬네..]

 12월31일, 저녁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를

 먹고 청소를 너무 많이 한 탓에

피곤해서 바로 잤고 설날 아침에는 

오조니를 끓여먹고 깨달음이 한국 영화

 [ 증인 ] [국가 부도의 날] [ 악인전 ] 

[ 암수살인]을 연달아 봤었고,,

나는 협회지를 하루종일 정리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https://keijapan.tistory.com/1203)

한일커플, 깨서방의 새해 바램


깨달음이 내가 좋아하는 딸기 케익과 홍차를

 가져다 주면서 먼저 물었다. 

올 해 목표가 무엇인지..

[ 올 해는 작품전에 다시 참가해 볼 생각이야,

그리고 자격증도 하나 더 따볼까 해,,]

깨달음은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엄지척을 해보였다.

  [ 깨달음, 당신의 목표는 뭐야?]

[ 목표까진 아닌데 코로나 발생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만 해도 좋겠어 ]

[ 개인적인 바람은 없어?]

[ 음,회사가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였으면 

하는 것과 한국에 자유롭게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 그니까,,올 해는 갈 수 있겠지..]

[ 마음을 비우려해도, 언젠가 가겠지해도

기약을 못하니까 더 안타까운 거 같애 ]

[ 맞아,,]


우린 작년에 미처 못 했던 것들은 나열하다가

올 해는 차분히 이행해보자는 얘기를 하며

항상 약속처럼 해왔던 부부십계명을 지갑에서 

꺼내 한번씩 상기시키며 차를 마셨다.  

또한, 올 해는 자잘한 일에 말다툼하지 말고,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이니 

코로나 조심하며 살자고 했다.

[ 우리 작년에 별로 안 싸우지 않았어?]

[ 거의 안 싸웠지,,결혼 10년차가 되면서

서로가 부딪히지 않는 방법을 찾았으니까...]

 상대를 이해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우린

회피,,포기..모른 척하고 넘어가기로

마찰을 줄여갔던 것 같다. 

 아무튼, 올 해도 적당히 타협하면서 사이좋게

 지내자는 합의를 보고 마무리를 했다.

 ( https://keijapan.tistory.com/1398 )

부부싸움을 푸는 남편만의 방법

2020년에 아무것도 해 놓은 게 없었다.

뭘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것조차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사라져 버린 시간들이였다.

우린 꽤 많은 얘길 나누고 호텔을 나와 마트에

 들렀는데 사람들 손에 모두 화장지와 티슈가

들려져 있었다. 긴급사태 선언이 

또 발령될 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인지 

생활용품을 사두려는 듯 보였다.

 올 해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아무탈 없이 건강하게

잘 버텨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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