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카Ⅱ 크루즈를 뒤로 하고 우린 벳푸(別府)
기항지에 내렸다.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목적지와
호텔명이 적힌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는데
깨달음은 벳푸 캐릭터가 기뚱거리며
손을 흔드는 쪽으로 달려갔다.
캐릭터와 사진을 찍는 건 아이들이 즐기는 거라
생각했는데 크루즈에서 내린 늙으신 어른들도
앞다투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버스가 출발을 하고 먼저 도착한 곳은
대대로 일본 천왕이 참배를 했다는
오이타현(大分) 우사시에 있는 신사
우사신궁(宇佐神宮)이었다.
725년에 창건된 역사와 함께 일본 3대 팔번궁
( 하치만신을 모시는 곳-八幡宮)의 하나로
전국에 4만 개의 신사 중에서
팔번궁의 총본사이다.
깨달음은 어김없이 이곳에서도 줄을 서서
참배를 하고 오미쿠지(운세 뽑기 おみくじ)를
사서 읽어보고는 다시 곱게 접어 묶었다.
[ 깨달음,, 좋은 게 나왔어? ]
[ 응, 소길(小吉)이지만 그래도 길이니까 좋은 거야 ]
[ 근데 깨달음,, 원래 흉이나 길흉이 나온 것만
거기에 묶는 거래. 그래야 신이 나쁜 운을
가져간다고 그러던데? ]
[ 그래? 나는 이제까지 다 묶어 두었는데?
당신은 어떻게 알았어? ]
지난번 후배랑 아사쿠사(浅草)에 갔을 때
후배가 재미로 해본 오미쿠지가 대길(大吉)이
나와서 운수가 좋은 거라고 기분이 좋아진
후배가 오미쿠지 파는 곳에 있는 점원에게
묶지 않고 가져 가도 되는 거냐고 물었고
그분이 원래 나쁜 운세만 걸어놓은 거니까
가져가도 된다고 했었다.
이 말을 들은 깨달음이 잽싸게 뛰어가서는
자기가 묶어둔 오미쿠지를 가져와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 버스가 우리를 데려가 준 곳은
벳푸에서 가장 유명한 지옥온천순례지였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7개의 온천지를
둘러보는데 바다지옥, 가마솥지옥, 흰 연못지옥
귀신지옥, 피의 연못지옥, 회오리지옥, 스님머리지옥
악어지옥으로 각 지옥마다 이름에 유래한 스토리가
있어 풍겨오는 유황 냄새와 색감, 그리고 열기까지
조금씩 달라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 지옥에서 뿜어내는 증기와 온천열기가
몸을 담그지 않아도 무척이나 뜨거울 것 같은
공포감까지 느껴졌지만 온천수에 삶은 계란에
눈이 팔려 일단 두 개를 사서 챙기고
나머지 온천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깨달음이 이 온천지옥 중에서 만약에 떨어진다면
어디가 좋냐고 묻길래 대답을 안 했더니
자기는 삶은 계란, 고구마, 옥수수가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좋다고 하길래
지옥에 떨어져도 먹을 생각하면 그리
뜨겁지 않을 거라고 맞장구를 쳐줬다.
그렇게 지옥온천을 둘러보고 다시
버스에 올라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이번에 머무는 호텔은 벳푸에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스기노이(杉乃井ホテル) 호텔이다.
이곳은 투숙하는 룸에 따라 소라, 니지, 호시관으로
건물이 나눠져 있으며 리조트시설이 갖춰져 있다.
특징으로는 자연 속 경관을 그대로 살린 주변환경과
호텔 내부가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융화되어 일본식 디자인과 미래적 감각의
편의시설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온천 시설로
남녀 구분 없는 대욕탕, 실내탕, 노천탕등이 있고
아쿠아가든이 있어 온천풀에서 벳푸의 야경과
수영을 즐기고 화려한 분수쇼를 볼 수 있다.
유카타(浴衣)로 갈아입은 우리는
주변 호텔건물과 연결된 별관을 돌아보며
걷다가 저녁을 먹고 아쿠아가든 풀에서
젊은 청춘들이 거의 알몸인 상태로 노는 걸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섞인 애잔한 눈으로
바라보다 사진만 몇 장 찍고
다시 뜨끈뜨끈한 노천탕을 즐겼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감동한 곳은
사우나실이 투명 아크릴판으로 되어 있어
벳푸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땀을 뺄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지금껏 일본 구석구석 꽤나 괜찮다는 온천을
가보긴 했지만 스기노이호텔은 온천만이
주는 휴식을 맘껏 누릴 수 있어
여러 면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아침에는 조식이 유명하다는 소문만큼이나
오픈시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시부모님께 남편이 물려받은 것
태풍 여파로 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폭우가 쏟아졌다가 잠깐 햇살이 비치고또 무섭게 퍼붓었다.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가까운 호텔로 들어가 중식을 먹을 생각이었는데예약손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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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일식, 중식, 면, 수프, 수제빵, 디저트 등등
여느 호텔 조식에서 볼 수 있는 메뉴들이
즐비했지만, 남달랐던 건 직접 눈앞에서
조리하는 요리들이 꽤나 많아서 신선하고
따끈한 음식을 바로바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워낙에 넓어서 모든 요리들을
다 먹어볼 수 없을 정도로 메뉴가 다양했다.
깨달음은 무엇보다 온천이 너무 좋았다며
2년 전에 기대하고 갔던 홋카이도
호시노리조트(北海道星野リゾート)보다
이곳이 훨씬 낫다고 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다른 점
[ 어느 누구도 말리려고 하지 않았어.자기 눈앞에서 사시미 칼을 들고왔다 갔다 하는데 그냥 남의 일처럼보고만 있었던 거야, 세 명이나 찌르고나서도 또 찌르려고 주변을 서성였다는데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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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은행에서 남편이 겪은 일
집으로 도착한 서류를 들고 집을 나서기 전깨달음에게 전화를 하는데 통화 중이었다.전철을 타고 시부야에 내려 다시 통화를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오늘 중으로 인감도장을 찍어 반송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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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테이블 옆 자리에 한국인 아들내외와
아버지가 식사를 하는 걸 보면서 어머님 내년
생신 때 여기서 하면 좋겠다고
깨달음이 한마디 했다. 늘 좋은 곳에 가고
맛있는 걸을 먹을 때마다 한국 가족들을
떠올리는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지인이나 친구들에게도
꼭 한번 추천해주고 싶은 벳푸여행에서
잘 먹고 잘 놀고 제대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도쿄로 돌아오기 위해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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