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중에 미팅이 있었던 난 집을 나섰고
깨달음이 온수기교체를 지켜보게 되었다.
미팅 중에 카톡이 오는 걸 느꼈지만
답을 할 수 없었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왔더니
젊은 기사분 두 분이 베란다에서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략 3시간정도 걸릴 거라길래 음료와 다과를
준비해 놓고 난 내 방에서 깨달음은
거실에서 그 분들이 욕실과 주방을 오가며
체크하고 교환하는 걸 지켜봤다.
작업이 시작되고 약 2시간쯤 지났을 즈음에
깨달음이 내게 끝났으니 마지막으로
잘 작동하는지 확인을 해보라고 했다.
새로 바뀐 리모콘, 그리고 각 기능들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재차 체크를 하고
기사분들이 떠났다.
[ 깨달음, 당신, 얼른 회사 가야지 ]
[ 안 갈래 ]
[ 왜? ]
[ 그냥,,안 가도 될 것 같아서..]
[ 사장 마음대로 인거야? ]
[ 응 ]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할 일 없으면 회사에
나가는 걸 즐겨했던 깨달음이 변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온 레스토랑에서
깨달음이 와인을 주문했다.
[ 왜 그래? 마시고 싶었어? ]
[ 그냥,,]
실은 온수기가 고장나고 우린 오랜만에
돈문제?로 말다툼을 했었다.
생각지도 못한 지출에 대처하는 방식이
조금 달랐지만 일단 서로 합의?를 보고
끝났는데 앞으로 일어나게 될 노후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가는가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의견이 전혀 달라 며칠을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지만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각 자의 은행잔고를 확인하자,
서로의 재산을 공개하자 등등,
서로가 서로에게 딴 주머니가 있는 게
아니냐라는 의심과 확신들이 오갔다.
지금껏 결혼생활 15년동안 한 번도
금전적인 얘길 한 적이 없었던 건
둘이 서로 각자의 통장을 가지고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었고 각자의 수입이
얼마인지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로에게 필요한 돈은 나눠서 지불을 했기에
불만도 없었고 솔직히 경제적인 면에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깨달음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자기가 비상금을 따로 챙기고 있지 않냐고
했던 내 한마디가 많이 서운했단다.
그런데 나는 분명 깨달음이 내가 모르는
통장이 따로 있음을 최근에 알게 되었고
그래서 따로 챙기고 있다고 확신을 해서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그냥 그러러니하고 비상금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기는 숨기는 게 없다고 결백하다고
발뺌을 하는 게 얄미웠다.
[ 깨달음,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자기 몫을
챙기는 건 당연하다고 했잖아, 그니까
당신이 따로 챙겼어도 난 아무렇지 않아,
그것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았잖아,
그니까 거짓말은 하지 말라는 거야,
원래, 거짓말 안 하는 사람이 왜 갑자기
거짓말까지 하면서 비상금 없다고 하는지
그게 싫다는 거야 ,
깨달음, 다시 말하지만,, 난 당신이 비상금이
있어도 괜찮아. 그리고 비상금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잖아 ]
[ 알아,,]
[ 그니까,, 있으면 있다 없다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했다는 거야,
감추지 않아도 된다고,, ]
솔직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음 자신도
알고 있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2주전, 말소시켰다는 통장이 그대로이고
잔액이 얼마있다는 걸 세금을 내러 갔던
은행에서 우연히 듣게 되어 알았다.
깨달음의 비상금을,,
난 깨달음이 그냥 비상금이 있다고 말해도
괜찮은데 끝까지 숨기고 아니 감추려고
하는 게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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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초에 책장을 정리하다 발견된
비상금을 내게 걸렸을 때도
괜찮다고 비상금 챙겨도 되는데
나한테 들키지 말라고 했던 말 때문인지
끝까지 없다고 강하게 부정을 했다.
[ 깨달음,, 당신이 얼마를 숨겼던, 챙겼던
그건 당신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난 관심 없어, 나도 비상금 있다 그랬잖아,
그니까 서로 비상금 챙기는 게 나쁜 게
아니야, 지금껏 그래왔는데 왜 지금에 와서
아니라고, 나는 돈이 없다고, 비상금 같은 건
아예 없다고 그러니까 황당하지..]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해서인지
깨달음은 이제 비상금이 있다, 없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내 얘기만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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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주부들이 남편 몰래 감추고 있는
비상금이 대략 1년에 70만엔(약 700만 원)
남자는 50만엔 정도 있다고 한다.
내가 은행에서 들은 깨달음의 비상금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지만 아마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돈이 밝혀지는 게 싫어서인지
끝까지 비상금이 없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 몰래 비상금을
챙길지 모르겠지만
그냥 알아도 모른 척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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