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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병원에 다녀온 남편에게 해줄 수 있는 것

by 일본의 케이 2019.07.29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좀처럼 오지 않는다.

마음이 급해져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본다.

수술이 끝나기 전에 가야하는데 무작정 택시를

기다리기보다는 전철을 타는 게 빠르다는 

생각에 전철역으로 달렸다.

수술을 하게 되면 스케쥴을 모두 변경해야한다.

삿포로 호텔, 항공사, 레스토랑까지..

 취소전화를 해야되는데 머릿속 회로가 

자꾸만 엉켜들어간다.

아침에 식사를 하러 테이블에 앉았던 깨달음이 

배가 아프다고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두어번 

젓가락을 멈추고 배를 움켜 잡았다.

안되겠다며 식사도중에 병원에 갔던 깨달음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오후에 접어들어서였다.


요관결석으로 바로 수술에 들어간다고 했다.

요관결석은 요, 즉 소변이 생성되어 배출되는 경로, 

그 요로,요관에 단단한 결석이 생겼다는 것이다. 

주된 원인으로는 수분 섭취 감소로 

요석결정이 소변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서

요석이 생긴다. 특히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이 농축되어 요관결석이 잘 생길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병원에 도착해 문의를 했더니 아직 수술중이라며

 30분쯤 연장이 될 거라고 했다.

시사잡지를 펼쳐놓고 핸드폰을 꺼냈다,

삿포로 시박회에 가기 위해 준비했던 항공권,

그리고 레스토랑 예약 건까지 차분히

정리를 했다. 

지금 이시간에 우리는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기위해 공항에 있어야하는데 

깨달음은 수술대에 난 대기실에 앉아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내게 잠깐 전화를 해

괜찮다고 병원에 올 필요 없다며

삿포로에 못가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해했다.  


40분이 흘러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나타난 깨달음 

두 눈이 젖여있었다.

[ 깨달음,,괜찮아?..]

[ 오지 않아도 되는데 왔네.. ]

[ 와야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앉아있는데

 뭔가 깊은 고뇌에 빠진 사람처럼 

 어둡고 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담당의 설명을 함께 듣는데 오늘 한 수술은

결석을 빼낸 게 아닌 그 전단계라고 했다.

이 병원에서는 결석제거를 위한 두가지 방법을 있는데

첫번째 체외충격파쇄석술로 몸 밖에서 충격파를 주어

결석을 분쇄하여 자연배출을 유도하는 치료법인데

깨달음 몸에 있는 결석이 1센치여서 너무 크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고 다음 방법인 요관경하 배석술로

요관을 통해 내시경을 통과시켜 레이저로 결석을

분쇄 혹은 제거하는 시술방법을 체택해야하는데

레이저가 렌탈을 해야하는 상황이여서 바로

 수술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혈관내경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했다고 한다.

[ 그럼,,언제 제거수술을 할 수 있나요 ? ]

[ 되도록 빨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하니까 몸상태도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다음주에 검사를 하시고

 레이저 렌탈이 되는 날에 맞춰

 날짜를 정하겠습니다 ]

옷을 갈아입고 나온 깨달음이 표정이 

아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 많이 아팠지. 지금은 괜찮아? 근데 레이저가 없는

 종합병원이 있다는 게 놀랍다 ]

[ 그렇지 않아도 아까 수술동의서 적을 때

다른 병원으로 옮길 거냐고 물었는데

그냥 여기서 하겠다고 했어]

[ 아,,그래..이제 통증은 약해졌어? ]

[ 응,,좋아졌는데 아직까지 좀 아파 ]


주사기를 빼고 깨달음은 여기저기에 전화를 했다.

느닷없이 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됐으니

 회사는 물론 스케쥴이 뒤엉켜서 

다시 조율을 해야했다.

수첩을 꺼내 거래처와 직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는 내게 고맙다고 했다.

[ 뭐가 고마워? ]

[ 오지 말라고 했는데 일부러 와 줬잖아 ]

[ 당연하지, 수술한다는데 ]

[ 나,,배고파,,,]

[ 그래 밥 먹으러 가자 ]


근처 소바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깨달음이

자기 새우튀김을 하나 내 그릇에 올려준다.

[ 괜찮아, 당신이 소바 먹고 싶다고 했잖아,

 많이 먹어, 나도 여기 새우 있어 ]

[ 고마워서 주는 거야 ]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숨을 쉴 수 없을만큼

통증이 심해 겨우 접수를 하고 채혈과 CT를 

찍고 결과를 듣기 위해 기다리는데

내가 했던 말들이 자꾸만 맴돌았다고 한다.

갑자기 쓰러져서 반신불수나 뇌사상태가

되지 않도록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라고

했는데 왜 지키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면서

혹시 암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어떻게해야할지

 덜컥 겁이 나고 앞이 깜깜해지더란다.  

[ 그래서 나한테 병원에 오지 말라고 했어?]

[ 응, 혼자서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였어 ]


[ 아까 휠체어 타고 나왔을 때 당신이 

기다리고 있어서 너무 기뻤어 ]

[ 당연한 건데 뭐가 고마워 ]

[ 진짜 나는 오늘 많이 반성했어,

유언장을 다시 정리하고 있는 상태이여서

끝맺음을 못한 것도 그렇고 세무사와 

변호사에게 맡긴 일도 미뤄뒀던  것도

 반성하고 무엇보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시,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주변정리를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정말 후회했어]

자기가 혹 쓰러지면 어디에 가장 먼저

연락을 해야하는지, 

누구를 제일 먼저 만나야 하는지,

은행업무는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등등

나에게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도

아차싶어서 조마조마했단다.

[ 나도 어느 정도는 처리할 수 있어 ]

[ 아니야, 그래도 당신 혼자하는 것보다는

 서포터가 있어야 돼, 내가 알기 쉽게

다시 정리해서 당신에게 줄게 ]

[ 그래 ]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 바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나름 꽤 많은 사항들을 적어둔 것 같은데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는 걸 재확인했다.


집으로 돌아와 깨달음이 내게 내민 것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은 물론, 알츠하이마와

그 외 280종목의 질병 발병률을 알아보는

팜플렛이였다. 그리고 자기 보험관련서류와

세무사, 변호사 연락처였다.

[ 좀 더 세세한 것은 곧 정리할게, 그리고

이 유전자 검사는 당신 거랑 같이 신청할게]

[ 응, 알았어 ]

[ 수술날이 잡히기 전까지 당신에게 줄게 ]

[ 서두르지 마, 괜찮아 ]

[ 아니야, 이런 것들을 준비했어야하는데

내 잘못이 커, 행여 수술하다가

뭔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해둘거야 ]

[그래,,당신 편한대로 해 ]

진통제를 한알 털어놓고 깨달음은 좀 쉬겠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병원에서 나를 보고 눈물을 글썽였고

새우튀김을 건넬 때도 눈물이 고였다.

암이나 불치병이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야할지

 혼자서 반성과 후회를 깊게 했다는 깨달음.

방을 내다보니 곤히 잠이 들어있다.

요관결석이여서 얼마나 다행인가,,,,

 깨달음이 좋아하는 한국음식으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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