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우린 약간의 숙취가 남은 상태로
해외매장에서 넘버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우동집(마루카메)에서 따끈한 우동으로
속풀이를 하고 본격적인 물놀이 준비를 했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튜브까지 챙겨
나왔는데 깨달음이 쭈뼛쭈뼛한다.
[ 왜? 수영 안 할거야? ]
[ 할거야 ]
[ 그럼 옷 벗어 ]
[ 싫어 ]
[ 왜? ]
[ 배 나왔다고 놀릴 거잖아 ]
[ 다른 사람들 봐 봐, 다들 남자들은
위에 벗고 수영복만 입고 하잖아 ]
[ 블로그에 안 올릴 거지?그럼 벗을게 ]
[ 알았어 ]
약속을 했는데도 끝내 벗지 않은채로
깨달음은 거친 파도를 헤쳐나갔고 나는 튜브에
몸을 맡긴 채 일광욕을 즐겼다.
아침을 먹고 시작한 물놀이였는데 점심시간을
훌쩍 넘길 때까지 우린 동심애 빠져
나이도 잊고 서로 물먹이기, 밀어트리기, 목 죄기,
튜브뺏기를 해가며 오랜만에 유치한 시간들을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보냈다.
점심은 간단한 치킨샐러드를 먹고
디너 크루즈 불꽃놀이를 보러 위해
우린 다시 옷을 차려입고 호텔을 나섰다.
디너를 즐기면서 불꽃놀이를 보는 코스인데
무엇보다 라이브에 맞춰 훌라댄스를
볼 수 있어 좋았다.
[ 깨달음, 피곤하게 보인다 ]
[ 응, 좀 졸려,,,우리가 물놀이를 너무
심하게 했나 봐 ]
[ 낮잠을 좀 잤어야하는데,,술이 들어가니까
나도 졸립다...]
마치 오랜만에 볼링을 서너게임 한 것처럼
온 몸의 근육들이 뻐근해오고 피로가
갑자기 밀려와서 자꾸만 눈이 감겼다.
서로가 이젠 전혀 젊지 않다는 것을 몸이
생생히 말해주고 있었다.
깨달음이 내일도 수영할 거냐고 물었다.
[ 응 ]
[ 수영장에서는 안 하면서 당신은
왜 바다에 오면 하려고 해? ]
[ 수영장에서는 중이염 때문에 못하잖아 ]
[ 아,,그렇지..]
물을 참 좋아하는 나는 기회가 되면 되도록
수영을 하려고 하는데 수영장에서는 할 수가 없다.
그 어느 수영장이나 워터파크를 가게 되면
바로 중이염이 걸리고 말기 때문에 바다물 외에는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 당신 힘들면 내일은 나 혼자 할게 ]
[ 아니 나도 할거야, 근데 오늘처럼
너무 빡세게 놀지 말자..]
[ 알았어 ]
나이는 생각하지 않고 물 만난 고기처럼
너무 과하게 놀았던 걸 약간 후회하며
우린 식사를 마치고 3층으로 올라가
물들어가는 석양에 감탄을 하고 불꽃축제를
봤는데 일본의 하나비가 워낙에 화려해서인지
크게 감동받지 못하고 비몽사몽
상태로 호텔로 돌아와 바로 골아떨어졌다.
다음날, 최고의 컨디션을 찾은 우린
아침 일찍 트롤리를 타고 주말에 열리는
KCC 파머스마켓을 찾았다.
각종 유기농 농산물과 푸드트럭,
하와이 토산품을 시중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한다는 메리트가 있고
무엇보다 로컬 음식들을 이것저것 맛 볼 수
있다는 게 우리에겐 큰 목적이였다.
햄버거 패티를 직화구이로 만들어주는데
한입 먹어본 깨달음이 완전 미국맛이라고 했다.
해산물 파스타, 해물구이, 베트남 쌀국수까지
다양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운타운으로 건너와서 거래처와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쇼핑하러 돌아다녔다.
그리고 내가 너무 보고 싶어했던
폴리네시안 민속촌 쇼를 보러 가기 위해
와이키키에서 전용버스를 타고
1시간 20분가량 서쪽으로 향했다.
쇼가 시작되기 전에 이른 저녁을 먹고
낯설기만 한 이국의 문화를 조심스레 엿보며
재밌는 캐릭터들 몇 개 구입했다.
폴리네시안 민속촌은 태평양의 폴리네시아
지역에 있는 하와이를 비롯한 여러
작은 섬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곳이다.
원주민의 쇼, 수상공연, 훌라춤 교실,
문화체험실, 통나무 배를 타고 전통 춤을
보여주는 작은 공연들이 수시로 열린다.
저녁 7시 30분, HA쇼 ( BREATH OF LIFE)가
시작되고 사진, 비디오 촬영이 금지여서 찍지
못했지만 원주민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위기를
헤쳐나가며 성장해나가고 하와이, 통가,
뉴질랜드, 사모아, 타히티, 피치로 나눠진
6개 부족의 문화를 접하며
삶의 기쁨과 시련을 경험한다.
그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서 또 자식을 낳고
가족이 하나가 되어 전통을 이어나가는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왠지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언어, 문화, 풍습은 제각각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건 어디나 똑같다는 걸
다시 실감케한 공연이였다.
(홈피에서 퍼 온 이미지)
호텔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린 이 공연에
관한 얘기 나눴다.
[ 깨달음,,사람 사는 게 별 게 아닌 것 같애,
아주 옛날부터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그리고 온 동네 이웃들이 서로 돌보고
도와주며 협력해서 사는 모습은
세상 모든 인류가 다 똑같은 것 같애 ]
[ 응, 왠지 포근한 약간 한국적인 정문화를
느꼈어,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이웃들도
그렇고,,어찌보면 사람과 사람사이에 언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애 ]
[ 응, 말이 무슨 소용있겠어 ]
[ 눈을 부릅뜨기도 하고 아까 그 남자들은 혀를
길게 빼고 위협하는 모습을 보였잖아 ]
[ 응 , 그걸로 충분히 상대의 마음을 읽지 ]
[ 나도 당신 표정을 보고 읽어, 당신이
눈을 부릅뜨면 아까 그 남자들보다 더 무서워]
[ 깨달음, 잘 나가다가 갑자기 시비야? ]
내 목소리 톤이 달라진 걸 알고는 아니라고
전혀 그런 뜻이 아닌 표정이 풍부하다는
칭찬이였다며 스마일, 스마일 하란다.
[ 한번만 더 그런 소리하면 더 무섭게 뜬다 ]
[ 알았어, 내 말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언어도 아무 소용없고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으로 살면 작은 다툼도
분쟁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야 ]
호텔로 돌아와서도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산다는 게 정말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심플한 진리를
되새겨보고 인류의 평화라는 거대한
주제까지 거론하며 3일째 되는
하와이에서의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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