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서방은 들어 왔냐? ]
[ 아,엄마, 그렇지 않아도 지금 깨서방이랑
엄마 교회 갔다오셨는지 전화하려고
시간 보고 있었는데 ]
[ 그랬냐? 마음이 통했는갑다.
이번에 아빠기일때 온다고 들었는디
몇 시 비행기여? ]
[ 오전 비행기인데 광주 도착하면
오후 5시가 넘을 거야 ]
[ 왜 그렇게 걸린다냐? ]
[ 응, 김포에서 광주행 비행기가 우리 도착하고
안 맞아서 못 타고, 케이티엑스 타고 가니까
시간이 그렇게 걸리네 ]
옆에서 깨달음이 엄마랑 통화하는 줄 알고
내 옆으로 바짝 붙는다.
엄마가 전화를 하신 이유는 이번에 우리가
오는 날에 맞춰 깨서방이 좋아하는 도라지 넣은
배즙을 미리 해 놓으실 생각이라고 하셨다.
이젠 그럴 필요 없다고 아직 지난번에
보내주신 것도 남았고 이제부터는 이곳에서 구입할
생각이라고 했더니 왜 그러냐고 직접 본인이
해서 깨서방에게 주고 싶다고 하신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 아니야, 엄마, 깨서방도 그냥 여기서
사먹자고 했어. 코리아타운 가면 많이 팔아 ]
[ 그것이 자연산 100%가 아닐 것인디? ]
엄마가 못미더워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고
이해하지만 난 더 이상 배즙을 내지
마시라고 거듭 강조해서 말씀 드렸다.
[ 진짜로 준비 안 해도 되것냐?
깨서방 서운 할 것인디? ]
[ 아니야, 엄마 정말 괜찮아 ]
깨달음에게 얼른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전화를 바꿔줬다.
[ 오모니, 괜찮아요, 하지 마세요,
피곤해요, 여기서 먹어요 ]
피곤하니까 만들지 마시라고 여기서 사겠다는
뜻으로 했던 말인데 엄마는 찰떡같이
알아들으셨다.
[ 오메, 깨서방이 말을 잘 하네 ]
[ 오머니, 춘잔로 가요, 덴뿌라 먹어요 ]
[ 응 ???? ]
[ 엄마, 깨서방이 충장로 가서, 상추튀김
먹자고 그러네 ]
[ 갑자기 뭔 충장로를 가자고 그런다냐? ]
깨달음이 이번에 광주 가면 충장로 맛집 탐방과
지금껏 가 보지 못한 명소를 가려고
혼자 열심히 검색을 했다고 한다.
엄마에게 이번에는 음식도 하지 마시고
그냥 모두 밖에서 외식을 할 거니까
새로운 맛집을 찾아놓으시라는 깨달음의
간절한 부탁을 전해드렸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 드릴 콜레스테롤 약을
주문하는데 깨달음도 옆에서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는가 싶더니 캡쳐한 사진을 보냈다.
[ 상추튀김도 있고, 오리탕도 있고,
보리밥도 있고, 송정 떡갈비도 있고 ,,]
[ 알았어, 깨달음, 그만 보내 ]
보내지 말라는 내 말은 전혀 무시하고
계속해서 사진들을 보낸다.
[ 알았으니까 당신이 먹고 싶은 곳을
정리해 놔, 그럼 그 때 가서 찾아가면 되니까 ]
[ 박물관이 있던데 거기 가도 돼? ]
[ 시간되면 갈 수 있을 거야 ]
그렇게 모든 게 일단락되었다 생각하고
난 책을 읽고 있는데 깨달음이 광주에 가면
시간이 넉넉치 않고 아버님 기일로 가는 거니까
어머니를 중심으로 움직이는게 맞는 것 같다며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어머님 하자는대로
하겠단다.
[ 그래, 그럼 그렇게 해 ]
[ 그래도 충장로는 가고 싶다, 갈 거지? ]
[ 알았어 ]
[ 근데 당신 기분이 별로인 것 같네 ]
[ 아니야,,]
기분이 별로인 건 아니였다. 어젯밤 꿈에
너무도 오랜만에 아빠가 나타나셨다.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 사는 아파트가 아닌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주택에서 편한 얼굴로
쉬고 계시는 아빠 모습을 봤다.
그 집은 아빠가 직접 지었던 양옥집으로
그래서 엄마는 지금도 양옥댁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참 많은 사랑을 주신 아빠인데 이젠 더 이상
만날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나도 따라 가고 싶을만큼
상실감이 심했는데 시간이라는 약으로
이렇게 또 웃고 떠들며 살아가는 걸 보면
인간이란 게 참 간사한 동물인 게 분명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간다는 진리가 아프지만 그게 현실이였다.
기일을 앞두고 문뜩 나타나신 걸 보면
편히 잘 계신다는 뜻이라 생각하고 싶다.
[ 깨달음, 공항에서 바로 아빠 만나러
추모관 가는 거 알지? ]
[ 응, 알아 ]
팥빵을 정말 좋아하셨는데 살아 생전에
많이 못 사드렸던 팥빵을 이번에는
좀 많이 사드려야 될 것 같다.
왜 살아계실 때는 이런 모든 게 아픔으로
남는다는 걸 몰랐을까...
너무 늦어 부질없는 참회이지만 아빠가
용서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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