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아니다

by 일본의 케이 2019.06.04

예배를 마치고 깨달음이 갈 곳이 있다고 했다.

목적지가 어딘지 말은 하지 않은채 구글페이지를 

열어 지도를 찾고 있었다.

 소바가 맛있는 곳이 있으니까 먼저 먹고 가자고

앞장을 섰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에비스였다.

[ 사람이 진짜 많네, 무슨 축제있어? ]

[ 응, 오늘 여기에서 하와이축제를 해 ]

[ 아,, 하와이....]

레스토랑앞엔 긴 줄이 서 있었고

우리 뒷줄을 선 하와이 현지인 4명이 

미리 받은 메뉴판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좀 사 ]

[ 필요한 거? 나는 없는데 ]

[ 왜 없어? 하와이에서 입을 옷을 사는게

좋을 것 같은데,, 잘 봐 봐 ]

깨달음이 왜 이곳에 오자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달 말에 하와이 여행이 잡혀있다.

결혼 8주년 기념으로 결정한 하와이인데 

난 아무런 흥미를 못 느꼈다.


맥주가든에 마주앉아 간단히 한 잔씩했다.

 여전히 내 눈치를 살치는 듯하는

 깨달음에게 난 필요없으니 사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 보라고 말을 건넸다.

난,,아니 우리 부부는 부부싸움이 잦다.

횟수로 치면 한달에 한번꼴인데 싸우면

 아주 심각하다...그런 날이 지나고 나면

난 무기력 증세가 깊어지고 다시 

리셋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깨달음은 생각없이 하는 말이 많다.

뱉어놓고 아차하는 스타일이다.

그것이 깨달음의 습관이며 버릇이며

성격이기에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난 항상 말하기 전에 생각을 하고

필터로 걸러라고 하는데 불쑥 튀어나오는 말이

늘 부부싸움의 근원이 된다.

순수해서 거짓말을 못해서, 말주변이 없어서라는 

이유는 아무런 변명도 치유도 되지 못한다.

내가 결혼을 하고 지금껏 가장 힘든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그래서 난 10번 잘하다가 

1번 뒤집어 놓으면 그 10번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고 깨달음은 그래도 10번 잘했으니 한번 

봐 달라고 하는데 그게  지금껏 한 번이 

아니기에 싸움은 늘 계속되고 평행선이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다르다는 걸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난 이렇게 트러블이

생길때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데 

온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뭐가 문제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렇게 해결책을 

찾으러 파헤치다보면 지쳐서 

심한 두통에 시달리곤 한다.


그리고 결국엔 난 결혼생활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매번 같은 결론을 내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런 것들을 담아두고 참다보니 스트레스로

병이 난 게 아닌가 싶다가도 깨달음 입장에서

보는 나라는 사람은 어떨까라는 역지사지를 

해보기도 하고 상대의 마음이 되어보려고

하는데 생각없이 말을 뱉어버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였다. 

결혼을 택한 내 발등을 찍어서 해결될 것도

 아니고,,헤어짐을 택하기엔 너무 많은

걸림돌이 있어서 난 또 나를 다스리는데 

집중을 하고 있다.

국제커플, 한일커플이여서 생기는 문제라면

어찌보면 더 쉬운 결론이 나왔을지 모르나

그게 아니기에 답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

우리 부부를 잘 알고 있는 후배와 통화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 몸에서 사리가 나올지경이라고

 했더니 너무 표현이 리얼해서 슬프다고 했다.


일본인들의 부부싸움 원인을 각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역시나 가장 큰 이유

상대의 발언, 태도였다. 말투가 거칠고, 

말씨에 관한 불만이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이런 부부싸움을 잘하는 10가지 방법에는

승리자가 되기 보다는 사랑하는 자가 되라. 

 한가지 주제만으로 다투고 타임아웃을 지키며

 싸우되 1미터이내에서 싸우라고 적혀져 있다.

싸움의 무대를 친정으로 확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싸움을 하다가 임시 휴전이나 

미봉책으로 끝내지 말고 제 3자를

 개입시키거나 동맹 관계를 맺지 말며

 인격 모독을 피할 것, 또한 싸울 때 관중은 

절대두지 말며 분을 품고 잠자리에 들지 말고

마지막으로 싸울 때는 고함을

 지르지 말라고 나와있다. 이 10가지를

 지킨다고 부부싸움이 원만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지쳐가지 않을 수 있는

 최상책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 부부는 한가지 주제로만 다투고 

싸움이 시작되면 난 솔직하고 침착하게 

화가 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내가 화를 낸 게 정당했는지, 과한 건지, 

오해한 건지, 근거가 없는지 

깨달음의 생각, 의견을 묻고 경청한다.

변명이 되었던 실수가 되었던 깨달음 나름대로

할 얘기가 분명 있기에 되도록이면

많은 얘기를 들으려고 애를 쓴다.

다른 부부들도 다들 싸우고 사는 것이라

치부하고 덤덤해지면 되는 걸, 매번 화를 내고 

힘을 빼고, 고쳐지겠지하고 다시 믿었다가

뒤집어지는 이 반복된 생활이 슬프기만 하다. 

배우자를 고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는데 생각없이 말하는 

사람을 어떤식으로 받아들이면 되는지

나는 그 방법을 8년동안 아직 못찾고 있다.

좀 더 살아보면 체념이라는 걸 하게 되고

좀 더 지내다보면 그냥 말실수라고

 넘어갈 수 있을까....


부부가 되어서 싸움을 잦게 한다는 건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갈등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한다.

부부가 서로 똑같이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몰라서 같은 내용의 말다툼이 계속된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나쁜 게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의 기술을 가지며

둘 사이의 문제를 자꾸 드러내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며 새로운

대화방식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감성에 기대지 않은 성격인 나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너무 침착해서 깨달음이 무섭다고 했다.

말하는 기술을 익혀 상대방의 눈높이와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을 

내가 먼저 들여야 하는게 우선일까..,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사는 게 별 다를 게 없다고,,

그냥 그러러니 하고 넘어가자고,,

나만 힘든 게 아닌 깨달음도 힘들 거라고

난 다시 주문을 외워본다.

댓글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