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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부부지만 우린 서로 참 많이 다르다

by 일본의 케이 2020. 2. 19.

깨달음이 날 위해 발모촉진제를 정기주문했다며

팜플렛을 꺼냈다. 40을 넘기면서 호르몬 장애인지,

 갱년기 탓인지, 단순화 노화과정인 나이탓인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대릿수가 많이 없어졌다.

그냥 그러러니하고 지냈고 특별히 머릿수가 

적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 불만 같은 건 

없었다. 자연현상이라 생각했기에...

그런데 깨달음은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 깨달음,,그렇게 이상했어? ]

[ 아니, 이상한 건 아닌데 당신이 샤워하고 나면

머리카락이 한움큼씩 빠지는 걸 보고

처방을 해야하지 않을까해서 주문했어 ]

[ 머리 빠져도 난 상관없는데..그냥

대머리도 괜찮지 않아? ]


실제로 난 보통여자들이 하는 머리꾸미기, 

파마를 하고 세팅을 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솔직히 내가 남자였으면 빡빡

 밀고 다녔을 정도로 머리,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쓰고 다듬고 케어하지 않는다.  

머리를 밀고 싶다는 말을 예전부터 자주해서인지

깨달음이 정말 대머리가 되고 싶냐고 되물었다.

[ 대머리가 어때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 일본친구, 히비끼 상은 삭발했잖아,

물론 직업이 여승이니까 그랬지만,

그래도 얼마나 잘 어울렸어? ]

[ 히비끼 상은 직업상 그렇다 치더라도

당신은 머리를 밀 이유가 없잖아 ]

난 크리스챤이지만 불쑥 불쑥 머리깍고 절에

 들어 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때가 있다.

[ 하루도 빠짐없이 착실히 바르면 정말 

새 머리카락이 난다고 그랬어 ]

[ 알았어. 발라볼게 ]


[ 그러고 보니 당신은 네일아트 같은 것도

한번도 안하더라, 왜 관심이 없어? ]

[ 응, 전혀...일하는데 불편해, 근데 하는

 사람들은 하다보면 길들여진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걸 예쁘다고도 못 느껴서 안 해]

 예쁘다고 못 느낀다는 내 말에 깨달음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꽃을 봐도 전혀 감흥이 없는

여자는 자기가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했다.


꽃,,,

지난달에 깨달음 회사에서 꽃화분이 

왔을 때 내가 다시 회사로 가져가라며

둘이서 실랑이를 벌렸다. 

30살 되던 해, 남친이 빨간 장미를

30송이 사왔길래, 거실 탁자에 툭 올려놨던

기억이 있다. 학위 수여식에서 받은 상당히

 고가?의 꽃다발을 술 마시러 간 이자카야에 

선물로 주기도 하고, 개인전에서 받은 꽃다발도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 줄 정도로

난 꽃에 흥미가 없고 귀찮다. 


나는 그랬다. 

어릴 적부터 우리 엄마는 날 보고 

머시매처럼 행동한다는(남자아이)말을

자주 하셨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선호했다.

보통 여자애들이 좋아하고 관심갖는 것들에는

무덤덤했고 흥미로워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반 친구들은 엄마 화장품을 가져와

여기저기 바르고 치장하는데 정신이

 없을 때도 나는 전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여자같지 않은? 난 반에서

초콜렛과 연애편지? 를  가장 많이 받기도 했다.

각 반에 한명쯤은 있는 남자같은 여자애가

바로 나였다.


어른이 되고 사회인이 되면서는 어쩔 수 없이

 화장을 해야할 때가 많지만 맨얼굴이 편하고 

여전히 스커트보다는 바지가 좋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깨달음은 내가

외출하기 위해 화장을 하고 있으면 화장을 해서

못난이가 되는 케이스라며 화장법을 베우던지 

그냥 맨얼굴이 낫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내 화장이 그렇게 서투냐고 물으면

채색이랑 눈썹은 아주 잘 그리는데

뭔가 어색하고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화장한 얼굴이 이쁘지 않다고했다.


(여자에서 남자가 된 어느 모델 )


[ 깨달음, 내가 네일아트도 하고 머리도 세팅말고

화장도 멋지게 하는 게 좋겠어? ]

[ 아니,,그런건 싫은데 남자같은 면이

많아서 깜짝 놀랄 때가 꽤 많아.. ]

[ 당신도 여자같은 면이 많잖아, 내가 

꽃을 안 좋아하고 화장하거나 꾸미고

 장식하는 게 관심없는 것을 꼭

 남자같다고 정의 할 수 없어,

좀 여성적인 이미지, 성향이 적다는 거지 ] 

[ 그게 그거지, 남자와 흡사하다는 거야 ]

[ ....................... ]

취미가 다르고 단지 관심거리가 다르다고 해서

남자와 여자라는 틀에 꾀맞출 필요없고 

단순히 취향문제라고 얘길 하는 중에 깨달음이 

내게 여자에서 남자로 성전환한 어느 모델

 사진을 내밀었다.

[ ........................... ] 

갱년기가 지나 여성호르몬이 점점 줄어들면

정말 더 남성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길래

여자같은 당신이나 조심하라고 했더니 

 자기는 나이를 먹어서 여성 호르몬이

과다분비 된 것이고 남성호르몬이 

줄어든 것 뿐이라며 반박했다.


이쯤에서 얘기를 마무리하고 아무튼 모발제는

열심히 바르겠다고 고맙다고 했더니

자기는 남자같은 여자가 좋다며

이번에는 자기 핸드폰 뒷면을 보였다.

지난번 명동에서 샀던 베트맨 손걸이를

동창회 친구들이 그걸 보고

캐릭터도 사납게 생긴 걸 좋아하냐면서

대학때 깨달음이 좋아했던 여자들을 얘기하며

놀렸다고 한다. 그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기는 순진하고 온순하게 생긴 모든 것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단다.

[ 그래서, 사납게 생겨서 나랑 결혼했다고? ]

[ 아니,,나는 좀 똑부러지게, 성깔있이 

생긴 것들에 매력을 느낀다는 거지 ]

깨달음의 취향이 그러해서 나와 결혼을 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우린 너무도 

다른 취미와 관심거리, 달라도 너무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서 함께 살고 있다.

남자가 되야했던 나? 여자가 되야했던 깨달음?

부부란 참 알다가도 모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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