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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우린 언제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

by 일본의 케이 2020.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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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를 내주었던 맨션의 세입자가

이사를 갔다고 했다. 계약기간보다 좀 더

살아주셨는데 갑자기 이사를 하겠다고 했단다.

부동산에서 연락을 받고 깨달음이 갔다와서 보고는

부분적 수리와 대청소를 부탁했다고 했다.

이곳 일본은 세입자와 주인이 치뤄야할 번거로운 

일들을 거의 부동산에서 처리해 준다.

예를 들어 월세미납, 고장수리, 보증금 문제 등

전반적인 관리를 맡아서 하고 있다.

우린 조명기구 전문점에서 만나 깨달음이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기로 했다.


지금 달려 있는 현관 조명이 어두워서

좀 밝은 걸로 갈아주고 싶다며

 혼잣말을 하고서는

열심히 전구를 찾았다.

[ 깨달음, 수리랑 교환은 다 끝나지 않았어? ]

[ 응, 수리할 곳은 다 했어. 새로 넣어 줄 것도

다시 바꾸고,,현관등하고 거실등만 

좀 은은한 색으로 바꿔주고 싶어서.. ]

[ 굳이 안 바꿔도 된다고 업자가 그렇지 않았어? ]

[ 지금 있는 것도 괜찮은데 신혼부부라고 하니까 

좀 분위기 있는 조명으로 해주고 싶어서 그래]

[ ................................. ]


맨션에 들어가니 수리와 대청소를

 담당하셨던 분이 깨달음의 최종 심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 

 들어서자 주방쪽과 욕조가 많이 더러워서

 청소하는데 애를 먹었고, 덮개는 새로

 구입했으며 싱크대 손잡이도 새 모델로 

교환했고 바닥도 새로 깔았다며

하나씩 조목조목 보고를 하셨다.


깨달음이 새로 사 온 전등을 바꿔 끼고

 리모콘으로 빛조절을 해보고는 

아주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 아까, 세입자 부부가 왔어요, 거실이랑

방에 놓은 침대,쇼파 사이즈를 재고 싶다고해서]

[ 아,,그랬어요..별 말은 없던가요? ]

[ 네,,근데 나는 일본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분들이라고 하던데요? ]

[ 네. 알고 있었어요 ]


구석구석 몇 번씩 재확인을 하고,우린

 맨션을 빠져 나와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지난달까지 살았던 분이 한국인 남성이라

했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올 분들도

한국인 신혼부부라고 했다.

[ 깨달음,, 당신은 봤어? 신혼부부? ]

[ 내가 왜 봐?, 볼 일이 없지..근데

우리 집은 이상하게 한국인만 들어오네..]

[ 그러네..거실이 커서 그러겠지.한국사람들은

거실이 넓은 걸 좋아해서 그러겠지..]

[ 그래도,,참 신기해..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한국사람이 바로 계약을 하네 ]


우린 그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다가

깨달음이 갑자기 서울 아파트

 입주가 언제냐고 다시 물었다. 

[ 응,,올 여름이야,,]

우린 지난달 서울에서 올 여름에 완공되는

 아파트 공사현장을 잠시 다녀왔었다.

입주 날짜가 잡힌 상태였지만 아직 공사중이였고

 깨달음은 처음으로 자신의 아파트를

여러각도로 둘러보며 역과의 거리,

주변환경들을 꼼꼼히 체크했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근처 부동산에 들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살짝 상담도 했었다.

[ 전세로 세를 낼 거지? ]

[ 응,,반전세 같은 걸 내야되겠지..근데 내가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잘 몰라서 

언니랑 상의해봐야겠지...]

우리가 한국에 집을 장만하는데는

서로에게 다른 이유가 있었다.


깨달음은 행여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거나

내가 홀로 남았을 때, 한국에 돌아갈 집이

있어야하지 않겠냐해서 마련하자고 했고,

나는 한국에 우리집이 있으면 깨달음과 함께

한국에서의 생활도 해보고 싶었고,

언제나 쉬고 싶을때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며

 일단 집이 있다면 귀국을 하는 것도 

더 쉬어지지 않을까해서였다.

하지만, 우린 입주를 반년 남겨 둔 상태에서

아무런 계획을 준비하지 않았다.


몰라서 하지 않은 게 아닌, 귀국을 해야할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올 7월 6일이면 내가 일본에서 

살아온 지 20년이 된다. 20년정도 살았으니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던 것도 사실이다.

혼자라도 먼저 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게 나을지

심각하게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 갈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서로 잘 알고 있었다. 

[ 당신은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지않아? ]

[ 살고 싶어, 한국에서 맛있는 거 먹으며

 여기저기 구석구석 여행다니는 게

내 노후의 꿈이라고 했잖아 ]


더 늦기 전에 조금씩 준비하면 서울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겠냐고 했더니 자기 

나름대로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필요한

 금액을 산정해 두었다며 현금으로 00억,

 월수입원이 000만원이면 된다고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했다가 다시 말을 바꿨다.

[ 근데,,솔직히 지금 마음 먹고 가려면 갈 수는

있어, 하지만 아직 여기서 일도 좀 더 하고 싶고,,

아직 부모님들이 살아계시잖아,,,,]

그랬다. 깨달음은 장남으로서 

시부모님을 마음에 많이 두고 있었다.

어차피, 이번 입주때에 맞춰 귀국하려고 했던 게

 아니기에 별다른 마음의 동요가 일지 않았지만

정말 우린 언제쯤 서울에서 살 수 있을지

기약을 할 수 없다는 것만 확인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에서

충실히 살다보면 깨달음이 꿈꾸는

한국에서의 노후생활이 주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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