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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블로거도 의외로 지칠 때가 많다

by 일본의 케이 2019.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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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소포가 왔다.

내가 다음 블로그(Daum)를 시작할 때부터

찾아주셨던 분인데 늘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많으신 분이다. 

간단명료, 또한 심플함이 매력적인 그 분은 

이번에도 그 분다운 멋진 선물과 

신년카드를 보내주셨다.

짧은 인사말 사이의 공백에 응원의 메시지가 

적혀 있는 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횟수를 거듭할 수록 내 블로그는 점차 빛을 

잃고 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참이였다.

항상 하는 고민이지만 블로그를 언제 그만 두는게

좋을까,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 게 좋은데

이미 때를 놓친 감도 있고 이렇게 매번 같은 일상,

같은 주인공들의 시덥잖은 얘기들이 언제까지

읽혀질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 작년부터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이 낯선 것도 사실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글을 올리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가 오늘은 무슨 얘길 써야할지 

우리 부부에게, 또는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지만 굳이 글로 쓸 필요가 있을까

망설이기도 하고, 몇 년째 같은 얘기인데 

써서 뭐하겠냐 싶기도 해서

다시 노트북을 닫는 일이 늘었다.

그래도 3일에 한번씩은 올리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요즘 내 블로그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이 

생소해서인지 뭐랄까 낯가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연령대도 젊은 층으로 바뀌고 지금껏 

고정적으로 오셨던 분들은 반 이상 떠나시고

그 빈자리를 새롭게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또 새로운 사람들에게 내 일상이 읽혀지고 

있다는 게 부담스럽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는 아는 분들에게 내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요즘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 

평가받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글을 쓰는데 주저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댓글 소통을 원활하게

하지 않은지 4년쯤 되어가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 같아서 아주 가끔이지만

 댓글창 열어두면 이때다 싶어 득달처럼

 달려와 그동안 참고 있었던 말들을 

적어놓고 가시는 분들이 생겼다.

그럴때마다 회의가 밀려와 댓글창을

여는 횟수가 점점 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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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블로그를 한다는 것에 대해

가장 놀란 사람들은 우리 가족들이였다.

세상 사람 다 해도 내가 블로그를 할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며 모두가 의아해했다.

그만큼 나를 보여주기 싫어했던 사람인데

블로그 덕분에 책까지 출간을 했고 

티브이 다큐멘터리 출연제의를 

몇 번이나

 받았으니 좋은 일이 많았던 것 같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3년째 되던 해 

아빠의 장례식장에서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었을만큼

 블로그 중독에 빠졌을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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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연예인도 아니고,,

다르다면 배우자가 일본인이라는 것과

사는 곳이 일본이라는 점이 

여러분들과 아주 다릅니다.

그게 거슬렸을 것이고, 그냥 잘 사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도 일 것이고,

싫어하는 이유야 다양할 겁니다.

그런데,,제가 참 질린다고나 할까

 지친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입니다.

댓글이라는 자체가 요즘은 심한 욕설이나

비방글이라기 보다는 교묘하게 기분

 나쁜 말을 잘 섞어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읽고 나면 내내 똥 밟은 것처럼 

기분이 유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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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일본에서 초밥이며 맛난 것 마음껏 먹고

 유니클로고 뭐고 맘대로 사고 입고 다니면서

남에게는 일본에 오지 말라고 한다면서

그렇게 애국자였으면 애초부터 왜 일본에 

가서 일본사람과 결혼했냐고 묻기도 하고,

일본인 남편이 뭐가 자랑이라고 블로그를

 하는지 나 같은면 쪽팔려서 조용히 

살 것 같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댓글창을 열어 둘 자신이 없으면블로그를

때려치우라는 분도 계셨습니다.

맞는 말을 해서 제가 더 기분이 나빴겠죠,

근데 그것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누군지 

모른다는 게 더 화가 나는 것 같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내 사생활과 

내 삶에 대해 평가받아야하는 입장에 서 있는 나.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추궁 받아야할 

이유가 하등에 없으며, 그런 댓글을

 올리신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하나 하나 짚어가며 알기 쉽게 조근조근

 설명해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깨달음은 블로그는 계속하는 게 

나쁜 점보다는

 앞으로도 좋은 점이 많으니까 무시하라고

 하는데 그게 쉬웠으면 이런 고민들을

애초부터 하지 않았겠죠,속도 모르는 깨달음은

최근들어 좋아요(공감수)가 적은 이유가

지난 8월에 올린 정치적인 글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면서 절대로 블로그에 

정치적인 색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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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마지막입니다

지난 8월 10일, [ 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다]라는 글을 올린 후부터 지금까지 총 16통의 메일을 받았다. https://keijapan.tistory.com/1285 (나는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다) 한국이 이렇게 된

keijapan.tistory.com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그냥 그만 두고싶어서

그런다고 했더니 깨달음은잠시

휴식기간을 가지라고 합니다. 잠시

쉰다고해서 블로그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게 

아니고, 이웃님들 역시도 항상

그자리에서 우릴 기다리는 게 아니기에

 그런 공백기간이 필요한지 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 블로그가 지금까지 인기가 있었던 건

깨달음 덕분이였고, 깨달음 역할이 너무 컸기에

지금은 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요즘 같은 날은 나도 모르게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져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게 솔직한 제 심경입니다.

 

2020년 연하장은 여분이 적어주신 주소로

 지난 12월 초에 모두 보내드렸습니다.

어제,오늘 한국에서 받으신 분들이 계시는 

듯한데 우체국 직원분이 해외 우편물이 많아 

새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했으니 혹시나 조금

 늦더라도 한 분, 한 분께 잘 도착할 수 있도록 

저희 부부가 기도 드렸습니다. 비록 엽서

 한장일 뿐이고, 중년부부의 아날로그적인 

소통이지만 여러분들이 기뻐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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