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침을 준비중이였고 깨달음은 샤워실에
들어가려는데 초인종이 울렸고 우체부 아저씨가
큰 박스를 들고 현관 앞에 우두커니 서 계셨다.
[ 무슨 소포야? ]
[ 한국에서 온 건데 누구지? ]
[ 이름이 뭐라고 적혔어?]
[ 몰라,,한국어여서...]
[ 알았어. 그냥 놔 둬, 좀 있다 볼게 ]
[ 내가 지금 열어 보면 안돼? ]
[ 그렇게 해 ]
[ 와우~김이다~~, 책도 있어,누구야?
누가 보낸 거야? ]
[ 응, 블로그 이웃님이야 ]
[ 처음보는 라면들이야,,야~내가 진짜 좋아하는
유과 과자다~좋아, 좋아, 어떻게 아셨을까??
어, 밑에 황금 보자기가 있어~
역시 구정선물인가 봐~~]
아침부터 너무 신난 깨달음은 머리에 새집을
지은채 엉덩이를 흔들거렸다.
팥칼국수, 도라지배즙, 굴짬뽕, 조청유과,
쌀과자, 오징어땅콩,조미김, 김자반,
그리고 한과세트였다.
[ 이건 처음 보는 과자네..이거도 한과야?
아,이 약과는 먹어 봤다.종류가 진짜 다양하네..
[ 당신도 아는 사람이야, 만나질 않았지만,,
당신이랑 같은 고향사람인 일본 여자분이
한국 남자랑 결혼해서 일본에서 살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산다고 했던 거 기억나? ]
[ 아,기억 나, 나랑 같은 미에켄 출신인 분? ]
[ 응,,]
[ 그 분이구나,,.자기가 한국에서 먹어보고
맛있는 것들을 이렇게 꼼꼼히 일본인이
좋아할 것만 골라서 보내셨나보네..
비쌌을텐데, 우리도 뭘 보내드려야되겠다~]
[ 응, 내가 알아서 할게, 얼른 샤워 해 ]
샤워하러 가지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며
가게처럼 디스플레이를 한 다음에
하트를 날리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시아아빠와의 인연은 내가 티스토리를 시작한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한일커플이라는 점도 통했지만 우연히도
시아아빠 고향이 나와 같은 광주이고
일본인 아내분은 깨달음과 같은 고향이여서
서로가 웬지 모르게 더 가깝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아내분 고향쪽에서 살았는데 한국으로
발령이 나면서 지금은 남편 고향인 광주에서
거주한지 4년쯤 되어간다.
시아네 가족가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시아아빠에게 신세를 진 게 많았서였다.
이 블로그에 구글 광고를 넣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방법을 몰라 부탁을 드렸더니
A4용지 3페이지에 가깝게 아주 쉽고 알기 쉽게
또박또박 가르쳐 준 사람이 시아아빠였다.
컴맹까진 아니지만 프로그램쪽은 전혀
까막눈이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도록
너무도 친절하게 몇 번이고 가르쳐주고,
내가 이해를 못하면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캡쳐한 사진까지 첨부해서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가르쳐줘도 광고가 깨지고, 겹치고
뜨지 않아 또 물어보면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았고 그 외에도 블로그 설정, 관리,스킨 변경,
악플대처 방법에 관한 어드바이스도
아낌없이 모두 해주셨다.
그게 바로 3년 전 일이고 지금까지도
모르는 것들을 묻고 있고
변함없이 친절히 가르쳐주고 계신다.
그래서 난 많던 적던 매달 광고 수익금을
볼 때마다 시아아빠 덕분임을 상기하게 되고
감사함을 느끼며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시하고 싶어 가끔씩 소포를 보내드렸다.
특히, 일본인 아내가 한국생활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일본 조미료나
우동, 된장, 카레,, 뭐 그런 것들이였는데
아내분이 많이 좋아하셨다고 한다.
내가 해외에서 살아보니 내 나라 음식만큼
허한 마음과 그리움을 달래주는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아내분이 광주에서 잘 적응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구정선물과 함께
내가 악플에 시달리는 걸 알고 도움이 되는
책도 한 권 넣어 보내주신 것이다.
(일본 시아아빠의 광주생활)
블로그 뿐만 아니라 SNS에서 누군가를 알게 되고
인연을 만들어 가는게 결코 쉬운 게 아닌데
이렇게 좋은 만남을 유지할 수 있어 감사할뿐이다.
아들 시아가 쓴 [ 아리가도 고자이마스]를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만나뵙자고 매번
같은 마음을 서로가 전하고 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아 아직까지 한번도 뵌 적이 없다.
광주에 계시니까 광주 가게 되면 맛집을
같이 가면 되겠다며 옆에서 깨달음이
한마디 덧붙힌다.
정말 그래야될 것 같다.
블로그를 하면서 아팠던 기억들도 물론 있지만
역시, 감사해야할 게 더 많다는 걸 또 느낀다.
귀한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서는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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