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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이 또 출장을 간다

by 일본의 케이 2019.06.24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주말 아침,

깨달음과 나는 하코네행 신칸센에 있었다.

오다하라(小田原)에서 하차, 하코네등산열차로 

고라(强羅)역에 도착했을 때는 12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고 빗줄기는 더 굵어져만 갔다.

난번 아타미(熱海)에 호텔부지를 보러 갔던

 것처럼 이번에는 이곳 고라(强羅)였다.

하룻밤 5만엔(약 오십만원)하는 온천여관의

 자매호텔이라고 했다.


자신의 공사와 관계없는 곳이라할지라도

언제나처럼 근처에 공사중인 곳은 모조리

사진을 찍는 깨달음은 빗속을 뚫고 열심이다.

[ 완전 숲이네,,,저 나무들을 다 잘라야 되나]

혼자서 또 뭐라고 구시렁 거리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깨달음 뒤를 난 졸졸 따라다녔다.


[ 깨달음, 여기야? ]

[ 응 ]

[ 역하고 가깝네 ]

[ 응, 그래서 숙박료가 비쌀 거야 ]

[ 여기 계단이 운치 있다.. ]

[ 응, 분위기는 좋은데 공사하기엔 아주 불편해 ]

계단을 올라 숲으로 숲으로 들어가는

깨달음 모습은 보이지 않고 빗소리에 묻혀

들릴듯, 말듯 풀밟히는 소리가 났다.

사진을 찍고 나오면서 [토토로]가 나올 것 같단다.

[ 진짜? 그런 분위기였어? ]

[ 응, 토토로 집이 있을 것 같애, 아마 오늘처럼

이렇게 조용히 비가 내리는 날은 토토로가

 우리를 숨어서 지켜 보고 있을 거야 ]

그러면서 눈을 히번덕하게 뜨고 입을 반쯤 

열고는 토토로 소리를 냈다. 

[ 카아~~~~~~~~~~]

[ .............................. ]


그 옆 골목에는 온천수 세어나오고 있었고

손을 대보고는 뜨겁다고 깜짝 놀랜다.

[ 역시 온천지는 다르네.유황 냄새도 많이 나고

아타미하고는 또다른 느낌이지? ]

[ 응 ]

[ 근데 지난번에도 물었지만 호텔 언제까지

짓는 거야? ]

[ 내년 도쿄올림픽때까지는 계속해서 필요해,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야, 비즈니스호텔,

 리조트, 레지던스, 온천까지, 아까 저쪽에 

있던 현장도 어마어마하게 큰 대형

 온천여관 짓는 거야. 내년 완공이더라구,

왠만한 상업시설은 다 들어갈 걸,,

저렇게 부지가 넓은 걸 보면,, ]

[ 당신 회사 직원도 부족한데 다 소화할 수있어? ]

[ 다 못해, 그래서 다른 회사로 넘겨 줬어]

[ 그랬구나...] 

그런 얘기들을 하며 우린 다시 하코네로

 옮겨 늦은 점심을 했다.


일단 건배를 하고 바쁜 건 좋은데 적당히 몸

 생각하면서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바쁜 건 내년까지라면서 내 후년에는

아마 일이 뚝 떨어질 것 같아서 불안하단다.

 [ 불안할 게 뭐 있어, 쉬엄쉬엄하면 되지 ]

[ 그니까 지금 바쁠 땐 열심히 일 하는 거야,

당신도 돈 많이 버니까 좋지? ]

[ 좋지, 좋은데,,당신 주변에서 갑자기

뇌경색이랑 심장마비로 작년에 천국 가신 분

있잖아, 당신 나이가 아주 위험한 나이야 ]

[ 알아,,그래도 난 건강해 ]

[ 건강은 장담하는 거 아니야,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야. 당신도 잘 알잖아,

돈은 많이 벌었는데 쓰러져서 병원 신세지면

그게 무슨 소용있어? ]

 뾰루퉁해진 내 말투에 깨달음이 정종잔을

갖다대며 세계여행을 다 마치기 전에는

절대로 안 쓰러질거라며 윙크를 한다. 


왜 건강해야하는지 깨달음은 나를 지켜보면서

많은 걸 알게 되었고 자신의 나이쯤에 

찾아오는 여러 질병들에 대해서도

 다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주어진 

자신의 일에 빠져 사는 것도

삶의 재미 중에 하나이기에 적당히 즐기면서

하려고 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몰두할 때가 있단다.

[ 요즘, 당신 꾸벅꾸벅 잘 졸잖아,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거 아니야? 내 방에서 들어보면 코 고는

 소리가 아주 커진 것 같던데 

피곤하다는 거 아니야? ] 

[ 괜찮아, 예전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긴 

하지만 별다르게 이상한 점은 없어 ]

아침형 인간인 깨달음은 10시 30분이면 취침을 

하고 5시 전후에 일어났는데 요즘은 3시나 

4시에 눈을 뜨고 있다며 나이를

먹어서 잠이 적어진 것 같단다.

돌아오는 신칸센 안에서 우린 삶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 그런 심오한 얘길 나눴다.

그러다 전화가 울렸고 밖에서 10분 넘게

통화를 하고 온 깨달음이 내일 홋카이도

다녀와야겠다고 한다.


[ 계획에 없었잖아? ]

[ 응 ]

[ 무슨 일 생겼어? ]

[ 우리 직원이 가 있는데 공사관계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나봐,,그걸 잘 넘기지 못하고

현장사람들에게 끌려가고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자꾸만 처음 계획하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공사가 늘어지는 것 같아서 

내가 가야 될 것 같애 ]

[ 1박 할 거야? ]

[어찌될 지 모르니까 준비해 가려고 ]

필요한 세면도구를 챙기며 점심 때 나눴던 

건강얘기를 다시 한번 하려다 그냥 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로 함축했다.

[ 알았어, 무리 안 하고 적당히 하고 올게 ]

흔히들 먹고 살려고 일을 하는 건지, 일을 하려고

먹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일이 많고 바쁘면 얻어지는 게 분명 크다. 

하지만 그만큼 몸과 마음이 혹사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을 잃고 나면 다 잃는 거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건강할 때 지키려는 

 노력이 쉬운듯 쉽지 않아서 문제인 것 같다.

바쁘게 짐 가방을 챙기는 깨달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여러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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